여성을 위한 잔에 먼저 따르거나, 잔이 비지 않게 첨잔하는 것 등 다양한 와인 에티켓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최근 들어와 와인을 즐기는 미국인 10명 중 8명이 이런 와인 매너를 인지하지 않은 채 보다 더 자유분방한 방식으로 와인을 즐겨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회사 원폴(OnePoll)이 우드브릿지 와인즈(Woodbridge Wines)의 의뢰로 21세 이상의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7%가 ‘와인을 마시는데 옳고 그른 방법이 있다’고 답하면서도 그중 단 17%만 실제로 와인을 음용할 시 기존의 와인 에티켓을 떠올리며 지키고 있다는 이례적인 답변을 내놓았다고 하와이 현지 매체 KHON2는 보도했다. 또, 응답자의 5분의 3가량은 일주일 중 최소 3일 이상 와인을 즐긴다고 답했고, 65세 이상의 노령자들은 젊은 세대보다 더 자주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 와인과 관련한 대표적인 에티켓 중에는 상온 대신 냉장하여 화이트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것과 와인에 얼음을 첨가해 희석하지 말아야 제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 와인잔 가장 윗부분인 림까지 와인을 채우지 않은 채 적당량을 음미하듯 음용해야 한다는 것, 향이 강한 향수나 에프터셰이브를 막 뿌린 상태에서는 와인 본래의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없으니 이를 피해야 하고 마치 시원한 얼음 맥주를 한 번에 마시듯 ‘원샷’을 즐겨서는 안 된다는 것 등 그동안 와인 매너와 관련한 각종 에티켓이 상식으로 통용돼 왔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 전 연령층의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주말과 휴가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이용해 다른 기타 알코올보다 와인을 더 많이 즐기고 있다고 답변한 이들의 수가 가장 높았던 반면 기존에 존재하는 소위 와인 에티켓이라고 불리는 통념을 거부한 채 저마다의 자유분방한 방식으로 와인 음용을 선호하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와인 트렌드라는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조사에 따르면, 와인은 주로 저녁 식사 중 반주처럼 곁들여 애용하는 이들이 상당했고, 전체 답변자의 4분의 1가량은 아침 식사나 브런치 등의 오전 시간대에도 와인을 곁들이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변했다. 또 답변자의 26%는 와인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레스토랑의 ‘해피 아워’ 제도가 현재의 5시에서, 그보다 더 앞당겨 시행될 수 있다면 더 와인 애호가들이 늘어나리라 전망했다.
이와 함께 와인과 함께 ‘페어링’하기에 가장 좋은 최적의 요리를 묻는 질문에 남성 답변자들은 ‘맥앤치즈’(41%)를 꼽은 반면 여성은 ‘치킨 윙’(34%)를 최고의 조합으로 꼽았다. 또 남성의 62%와 여성의 50%가 야구, 농구,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관람하며 맥주보다 와인을 더 곁들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별로 와인과 관련한 상이한 문화를 공유해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미국 북동부 지역의 주민 중 54%가 와인에 얼음을 곁들여 희석해 마시는 것을 즐긴다고 답변해 같은 미국이라도 그 지역에 따라 일반적인 와인 에티켓 통념과 사뭇 다른 음미 방법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와인을 주로 마시는 장소에 대해서도 약 43%의 응답자가 침대에 기댄 채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음미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고, 30%는 욕실에 물을 담아 몸을 따뜻하게 녹이면서 마시는 것을 즐긴다고 응답했다. 또, 주로 해변에서 와인을 즐긴다고 답변한 이들의 비중도 42%나 됐다.
그 외에도 미국인들은 와인을 즐길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대 요소로 와인 잔의 디자인(42%), 와인의 품질과 가격(43%), 와인을 음용하는 장소(52%) 등이 꼽혔고, 와인 에티켓을 지키는 지 여부가 와인에 대한 선호도나 음용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단 22%의 응답자만 에티켓이 중요하다고 답변해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와인을 즐기는 것에 더 치중한다는 것을 결론이 도출됐다.
일부 미국인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와인 에티켓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화이트 와인을 냉장 대신 상온에 두고 음용하기(46%), 와인잔의 스템을 잡지 않고, 잔의 볼을 쥐고 마시기(44%), 와인에 얼음을 상당량 추가하기(43%), 와인잔의 가장 얇은 부분이자 상단인 림까지 와인을 채운 상태로 음용하기(42%), 코르크 마개 냄새를 일부러 맡은 후 음용(36%), 향이 강한 향수나 애프터셰이브 사용 후 시음(34%), 와인을 한 번에 원샷하기(25%) 등이 있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의 우드브릿지 와인 브랜드의 책임자인 세레나 슈리바스타바는 “인생의 모든 과정과 동일하게 와인에는 지나치게 많은 에티켓과 예절이 요구된다”면서 “하지만 와인을 음미하는 데 있어서 유일하게 지켜야 할 규칙은 와인을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는 것, 그것 단 하나뿐”이라면서 지나친 에티켓 강요는 자칫 와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선호도와 관심을 떨어뜨리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실제로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4분의 3이 ‘와인 에티켓’이라는 와인 문화 자체가 오히려 와인 애호가들에게 위협적인 강요가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슈리바스타바는 “와인은 화려한 와인 행사와 축제만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면서 “와인은 오히려 그 이상의 존재 가치가 있다. 집에서 편안한 자세로 얼음을 넣어 희석해 즐기거나 야구장에서 맛있는 감자튀김과 함께 와인을 곁들이는 것 역시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자유로운 선택사항일 뿐이다. 와인 음미에 대한 각 개인의 성향이 에티켓이라는 강요에 묶여서는 안 된다. 그저 대중이 원하고 즐기는 그 방식 그대로가 와인을 즐기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