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마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늘어나면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와인 평가에 대한 니즈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입하는 비용보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선택하려는 소비자에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과 스타일의 와인을 소개하며,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이 시대 주요 평론가의 자취와 업적을 들여다봅니다.

Robert Parker Jr. (왼쪽) / 사진 출처: winestem, Robert Parker, the Deity of the Wine World

로버트 파커 주니어 Robert Parker Jr.
웹사이트 Robertparker.com

2019년 공식적인 은퇴를 선언한 로버트 파커 주니어는 이제 일부 테이스팅에만 참여를 하지만,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라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과 아시아가 큰 와인 시장으로 부상한 시대를 맞이하며 전 세계 수많은 콜렉터와 투자자들이 그의 평가를 주목했기에, 그의 후각과 미각을 위한 백만 달러의 보험을 들어 백만 달러의 코를 가진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는 1967년 알자스에서 공부하던 현 부인인 파트리시아 파커를 보기 위해 프랑스에 방문하며 와인의 세계에 입문해 와인 테이스팅과 그 매력에 푹 빠졌지만, 변호사의 길을 걷길 원하던 가족과 친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로펌에서 변호사로서의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의 와인에 대한 열망을 버릴 수 없어 1978년 그가 가진 전 재산을 투자해 그의 최초 와인 가이드, The Baltimore-Washington Wine Advocate를 발간합니다.

그의 주요 업적은 당시 유럽의 평론가는 물론 당시 주요 와인 평론가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던 와인 트레이드, 이에 따라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와인 평가에 고리를 끊고 그의 와인 평론 잡지구독자이자 소비자를 위해 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한 시도를 했던 것입니다. The Wine Advocate를 통해 유럽의 평론가들이 흔히 사용했던 20점 만점의 평가 대신 100점 만점으로 이에 좀 더 익숙한 미국인들에게 어필했고 80년대 이후 미국의 와인 시장의 큰 성장에 따라 전 세계 와인 생산자들의 양조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평론가가 되었습니다.

Jancis Robinson

잰시스 로빈슨 Jancis Robinson
웹사이트 : Jancisrobinson.com

현재 가장 유명한 영국 와인 평론가인 잰시스 로빈슨은 2018년 미국, 프랑스 그리고 국제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로 뽑힌 바 있습니다. 스스로를 와인 평론가보다는 와인 작가라고 부를 만큼 와인 관련 수많은 저서를 냈고 1975년 Wine & Spirit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일하기 시작, 1984년엔 와인 트레이드가 아닌 인물로 첫 번째 마스터 오브 와인(MW)을 획득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퀸 엘리자베스 2세의 와인 셀러를 관리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으며, 파이낸셜 타임즈에 정기적으로 기고합니다. 또한 전 세계 팬을 위해 멤버쉽 형태로 운영되는 개인 웹사이트에 주기적으로 그녀의 팀과 테이스팅한 와인의 평가 점수를 올립니다. 2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그녀의 와인 평가는 로버트 파커가 직접 활동하던 시절, 같은 와인에 대한 다른 평가로 와인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Château Pavie의 2003년 빈티지에 대해 로버트 파커와 매우 다른 의견을 냈고, 미디어는 두 평론가 사이에 오가는 의견과 다른 평가를 평론가들의 전쟁이라는 타이틀로 자주 다루었다고 합니다.

<추천하고 싶은 잰시스 로빈슨의 저서>
1. The Oxford companion to Wine (2015, 4th edition) : 방대한 와인사전
2. The World Atlas of Wine (2013) : 와인 산지와 특성, 전반적인 테루아
3. The 24-Hour Wine Expert (2016) : 와인 초심자를 위한 잰시스 로빈슨의 가이드

James Suckling

제임스 서클링 James Suckling
웹사이트 : Jamessuckling.com

홍콩을 베이스로 한 jamessuckling.com을 운영하며 와인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평론가로 일하는 제임스 서클링은 시가 평론으로도 유명합니다. 1981년 와인 스펙테이터 매거진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시니어 에디터이자 유럽지부장을 역임했으며, 2010년에 그의 웹사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블로그, 비디오 테이스팅, 인터뷰 등 여러 미디어 채널을 이용한 현대적인 방식의 와인 평가방식을 이용, 운영해왔으며 이후 많은 평론가들의 평론 방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테이스팅 시 후각보다 미각에서 감지할 수 있는 요소들의 중요성, 그리고 감정의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와인이 훌륭한 와인이라는 말을 남긴 적 있습니다.

Antonio Galloni

안토니오 갈로니 Antonio Galloni
웹사이트 : Vinous.com

미국인 와인 평론가이자 Vinous의 CEO인 안토니오 갈로니는 이탈리안 와인의 영문 평가는 제임스 서클링의 글만 찾아볼 수 있었던 시절, Wine Advocate에서 이탈리아 와인 평가를 하며 알려졌고, 이후 캘리포니아 와인, 샴페인, 샤블리 와인에 대한 지역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The Wine Advocate를 떠나 이탈리아 와인, 샴페인, 부르고뉴, 캘리포니아 와인의 평가에 주력하는 Vinous를 설립, 와인 콜렉션 평가에 도움을 주는 툴인 Cellar Watch와 함께 소비자의 와인 선택을 돕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계속 공유하고 있습니다.

Richard Juhlin

리차드 줄린 Richard Juhlin
웹사이트 : Champagneclub.com

샴페인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샴페인의 전문가로 유명해진 리차드 줄린은 스웨덴 태생으로 12,000가지가 넘는 샴페인을 테이스팅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자랑합니다. 스파클링 와인과 관련된 영화, 샴페인을 마시기에 최적화된 글라스, 리차드 줄린의 블랑 드 블랑이라는 무알코올 와인을 만들 정도로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 평론가는 샴페인의 맛이 장소와 시각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가설을 펼치고 디캔터의 심사위원 등으로 전방위에 걸쳐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로버트 파커 주니어가 1999년에 낸 <와인 바이어의 가이드 : Wine Buyer’s Guide>에서 그는 와인 평론가의 궁극적 역할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였습니다. “와인에 대한 글을 쓰는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의 위대한 와인과 훌륭한 가치를 가진 와인들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와인을 찾는 동안 평론가는 와인이 가진 단점을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유능한 와인의 비평은 가격에 상응하지 않는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이들이 노력하고, 질 좋은 와인을 만드는 이들을 응원하며 그들이 계속 높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돕고 이는 결국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도움을 주는 일이다.”

와인을 마시는 이유, 와인에 대한 관심, 와인을 즐기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하고 광범위한 와인의 정보를 보다 객관적으로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제공하려는 평론가들의 시도와 노력은 그의 글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더 즐겁고 다양하게 마실 수 있는, 바람직한 와인 생활의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