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새로운 이름의 빵집들을 보게 된다. 궁금증에 발을 들여놓으면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빵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런 것도 음식 트렌드의 한 영향이라면 그렇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음식 영화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나고 그 속에서 특이한 빵들이 등장하니 말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속 빵들을 살펴봤다.
음식 영화계의 어머니라고 할까. 카모메 식당은 음식 영화를 논할 때 언제나 빠지지 않고 화두에 오르는 작품이다. 일본인 여자 주인공 사치에가 핀란드에 음식점을 개업해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지루함보다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영화다. 마치 뜨거운 라떼를 천천히 마시는 느낌이랄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빵은 핀란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시나몬 롤이다. 주인공 사치에가 우연히 카모메 식당 일을 도게 주게 된 미도리와 함께 이 빵을 만드는데, 손님이 없던 식당에 손님을 불러오는 귀중한 빵이다. 영화 속에서는 만드는 과정도 단순하면서 먹음직스럽게 연출되는데 흰 밀가루 빵에 시나몬 가루만 뿌려 구워낸다. 언젠가 핀란드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먹어보고 싶은 빵이다.
빵 없이 이 영화를 본다면 너무나 슬퍼질지도 모른다. 바로 다양한 모양으로 등장하는 온갖 종류의 빵이 무척이나 먹음직스럽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두 부부 리에와 마즈시마는 도심 생활을 접고 시골에 내려와 빵집 겸 게스트 하우스 카페 마니를 운영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이 만든 빵으로 사람들의 마을을 치유해주며 서로의 오해를 풀어주고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준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빵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빵을 꼽으라면 바로 깜빠뉴다. 평소 즐겨 먹는 빵이기도 하거니와 영화 초반에 이 빵을 만드는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져 더욱 군침을 자극한다. 두 부부의 상쾌한 하루를 열어주는 매개체 역할도 하는 이 빵은 대한민국 빵집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둥그런 갈색 빵 덩어리가 실제보다 더 사랑스럽다.
기억이란 때로는 정확하지만 때로는 왜곡된다. 그래서 사람 관계에 오해가 생기고 넘을 수 없는 벽이 만들어진다. 이 영화는 우리가 잠재적으로 가진 어린 시절 내면에 있는 아주 깊숙한 기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두 명의 이모와 살아가며 피아노를 치는 폴은 어느 날 우연히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기억을 되살려주는 음료와 마들렌을 먹으며 어린 시절 기억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영화에서 마들렌은 음료의 쓴맛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는데 그 모양이 앙증맞아 무척이나 맛있어 보인다. 폴이 마들렌을 먹으면 다음에 어떤 장면이 나올까 궁금증이 일면서도 마들렌의 맛 또한 머릿속으로 그려보게 되는 것이다. 기억을 찾아주는 마들렌이 실제로 있다면 어떨까. 좋은 기억이라면 좋겠지만 모든 기억이 좋지만은 않기에 그 과정이 잠깐은 망설여질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무슨 일을 시작하고 그 일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떠오르는 고민이 있다. 바로 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누군가가 정말 잘하고 있어 라고 한다면 그런 고민은 사라지겠지만 일이라는 게 꼭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만은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 캐스터가 꼭 그렇다. 일류 레스토랑 셰프로 일하던 그에게 어느 날 유명한 음식 평론가가 방문하고 자신의 음식에 대해 트위터에 혹평을 날린다. 하지만 캐스터는 여기에 트위터로 맞대응하고 푸드 트럭을 열어 음식 평론가에게 멋지게 한 방 날릴 준비를 한다. 영화 속에 비장의 필살기는 바로 쿠바 샌드위치다. 훈제 햄과 삼겹살을 넣어 납작하게 눌러 만든 샌드위치는 비쥬얼에서 일단 압승! 영화 속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우리나라에도 쿠바 샌드위치 점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안타깝게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먹게 된다면 푸드 트럭을 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솟아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하와이의 일상은 어떨까. 하와이언 레시피는 달 무지개를 보러 하와이로 온 레오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훈훈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레오를 향한 할머니 비이씨의 사랑과 이국적인 외모의 머라이어를 향한 레오의 사랑은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 속 비이 할머니는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요리 장면이 먹음직스럽게 그대로 펼쳐진다. 레오에게 해주는 요리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 마을의 작은 영화관에 납품하는 마라소다라는 빵이 또 일품이다. 빵을 튀겨서 설탕을 듬뿍 묻힌 이 빵은 만드는 과정은 특별하지 않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절로 군침이 돈다.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설탕이 사르르 떨어진다. 영화처럼 단돈 1$면 1개를 사 먹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가서 꼭 한번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