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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잔도 중요할까?

와인 잔도 중요할까?

고혜림 2024년 2월 5일

와인 마시려면 꼭 필요한 게 잔인데 맥주 글라스에 마셔도 되지 않을까? 안될 건 없지만 제법 가격이 나가는 와인을 제대로 마시고 싶다면, 즉 아로마(aroma)와 부케(bouquet: 와인이 숙성되면서 느껴지는 복합적인 3차 아로마)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적당한 글라스가 필요하다. 와인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어떤 잔에 마셔도 별 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벼운 잘토(Zalto) 글라스나 보울이 넓은 리델(Riedel) 글라스에 와인을 마셔보니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통 강호인 잘토와 리델 이외에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나에게 맞는 와인 글라스를 고르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와인을 제대로 마시고 싶다면, 즉 아로마와 부케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적당한 글라스가 필요하다. (출처: Unsplash)

와인 잔은 크게 베이스(base), 스템(stem), 보울(bowl) 그리고 림(rim) 부분으로 구성된다. 베이스는 잔을 지탱하는 부분으로 누군가 와인을 잔에 채워줄 때 손가락을 베이스 윗부분에 살포시 올려도 좋다. 스템은 잔의 다리로 이 부분을 손으로 잡는 편이 좋다. 그래야 손의 열기가 와인에 전달되지 않으며 지문이 보울에 묻을 염려도 없다. 보울은 와인이 채워지는 부분이고 림은 입술이 닿는 부분이다. 나는 와인 잔을 고를 때 보울 크기를 보는 편이다. 와인에 따라 잔을 바꾸는 게 좋긴 하지만 보통은 보울이 넓은 잔을 고른다. 보울이 적당히 크다면 와인이 산소와 접촉해 향을 피울 준비를 하고 웅크렸던 기지개를 켜는 순간 진정한 와인을 만날 수 있으니까.

와인에 따라 잔을 바꾸는 게 좋긴 하지만 보통은 보울이 넓은 잔을 고른다. 보울이 적당히 크다면 산소와 접촉해 향을 피울 준비를 하고 웅크렸던 기지개를 켜는 순간 진정한 와인을 만날 수 있으니까. (출처: Unsplash)

잘토 잔 시리즈 중에서 유니버설 잘토 글라스를 제일 좋아했는데 잔 이름이 말해주듯 다양한 와인을 즐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매우 가벼운 잔으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라 손이 자주 갔는데 흠이라면 잔 닦을 때 힘 조절에 실패하면 깨지기 쉽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싼 편이라 깨기라도 하면 마음도 함께 와장창. 와인 잔을 조심스럽게 대하다 보니 어쩐지 편히 와인을 마시기가 어려워졌는데 그때 알게 된 것이 리델 베리타스 와인 글라스였다. 리델하면 다채로운 스템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파토마노(Fatto a Mano)도 있고 (분홍 빛깔 스템 샴페인 잔은 정말 너무 예쁘다!) 물결무늬가 들어간 퍼포먼스(Performance) 잔도 있지만 꾸준하게 사용하게 된 것은 튤립 모양의 베리타스 피노 누아 잔이다. 내가 자주 마시는 와인에 적당하기도 하고 어떤 와인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타닌이 강한 카베르네 소비뇽 등 보르도 블렌딩 레드는 보울이 크고 깊은 잔을 사용해 알코올을 날리고 타닌이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한다. 보울은 넓고 림으로 올라가면서 폭이 좁아지는 잔은 피노 누아 품종의 와인을 마실 때 사용하면 좋은데 코를 잔에 갖다 대면 산소와 접촉한 와인이 뿜어내는 아로마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와인 잔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다. 잔이 작으니 채우는 양도 적고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는 데도 편리하다. 만일 아로마에 집중해야 하는 화이트 와인이라면 보울이 큰 잔을 선택해도 좋다. 샴페인이나 다른 스파클링 와인도 마찬가지다. 깊고 좁은 플루트(flute) 글라스를 사용하면 어쩐지 파티(?) 느낌도 나고 뻗어 올라오는 버블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지만 복합미를 마음껏 느껴보고 싶다면 보울이 넓은 잔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제법 단단하고, 사용하기에 편리한 와인 잔으로는 독일 태생의 슈피겔라우(Spiegelau) 글라스가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구하기 쉽고 식기세척기 사용도 가능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시리즈가 있으니 자신의 와인 취향에 맞게 골라 사용하면 된다. 비슷한 가격대로는 내구성이 좋은 레글레(Legle) 글라스도 있다.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는 자페라노(Zafferano) 울트라 라이트 버건디 잔은 손으로 빚은 크리스탈 잔으로 유려한 자태를 뽐낸다. 또, 요즘 잘토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조세핀(Josephine) 넘버 시리즈 글라스까지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와인 잔이 넘쳐난다.

스템이 없는 글라스로 갖고 다니기에도 세척하기에도 편하다. (출처: Eater)

와인 마시면서 글라스 한 번 안 깨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만 그래?) 잔은 많을수록 좋다는 게 내 생각인데 다양한 가격대와 형태의 와인 잔을 시도해 보면 나랑 제법 잘 맞는 글라스를 고를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 내가 제일 많이 사용하는 잔은? 스템이 없는 와인 글라스, 일명 오 글라스인데 와인 잔 다리 부분이 없어서 갖고 다니기에도 세척하기에도 편하다. 물론,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 마실 때 와인 온도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손이 자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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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림

와인 덕질 중인 본캐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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