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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Talk] 와인 칠링(Chilling)

[와인바 Talk] 와인 칠링(Chilling)

Emma Yang 2020년 11월 25일

스물 한번째 와인바 Talk, 와인 칠링(Chilling)

와인바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가끔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집에서 와인을 마시면 와인이 맛이 없는데 와인바에서 마시니 참 맛있다며,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말이다. 물론 좋은 분위기에서 먹는 음식과 술이 더 맛있을 수 있지만, 와인의 경우는 다른 요소도 맛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와인 한 병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많은데, 준비 사항을 잘 지켜서 마신다면 분위기가 좋지 않더라도 와인 맛만큼은 보장할 수 있다. 집에서 마시는 와인과 와인바에서 마시는 와인의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며, 와인 서비스의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와인의 온도’이다. 이 온도만 적절히 맞춰서 마신다면 와인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와인 온도계, 와인의 온도를 맞춰 마시면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 사진 출처: www.wine-cie.com

와인을 서비스할 때의 온도는 와인마다 차이가 있다. 크게는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스위트 와인 등으로 나뉘어 서비스 온도가 달라지지만, 더 세세하게 들어가면 와인의 세부 스타일에 따라 서비스 온도의 차이가 조금씩 난다. 화이트 와인은 반드시 차게 해서 마셔야 한다. 화이트 와인의 기본은 산(acidity)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산은 차갑게 해야 본래의 향(flavor)을 발산하게 되고 입안에서 신선하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만약 화이트 와인을 실내온도나 그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마실 경우 너무 신맛만 강조된다거나 과숙된 것 같은 너무 과한 과일 향과 찝찌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화이트 와인 역시 스타일이 다양해서 양조 방법이나 지역, 품종에 따라 칠링을 달리해야 하는데, 오랜 기간 숙성했거나 스타일이 섬세한 경우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보다 덜 칠링해야 섬세한 향과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보통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의 샤르도네(Chardonnay)나 오크 숙성을 한 화이트 와인이 그렇다. 파삭거리는 상큼한 스타일의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나 향긋한 과실의 향이 살아있는 샤르도네(Chardonnay) 같은 경우 차갑게 칠링하는게 좋다. 화이트 와인은 7~14℃ 이내로 칠링한다.

스파클링 와인도 기본적으로 화이트 와인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차갑게 칠링하는데, 스파클링 와인 역시 섬세한 샴페인(Champagne)의 경우 얼음처럼 차갑게 칠링하면 좋은 향을 맡을 수 없게 되니 적절하게 칠링해준다. 스파클링 와인은 탄산이 병 안에 들어가 있어 그 압력을 견디기 위해 와인병을 더 두껍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와인보다 칠링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와인을 마시기 한 시간 전부터 칠링해 놓고 5~10℃ 정도로 맞춰 마신다.

화이트 와인은 적절한 온도로 차게 해서 마셔야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 사진 출처: randy-fath@unsplash

반면에 레드 와인은 너무 차게 해서 마시면 안 된다. 너무 차가운 레드 와인은 와인에서 나오는 깊은 향이 낮은 온도로 인하여 발산되지 않으며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을 잃게 될 수 있다. 와인을 칠링하거나 보관한다고 너무 오랜 시간 일반 냉장고에 넣거나 한다면 레드 와인에 함유된 가장 중요한 성분 중 하나인 타닌(tannin)을 잃게 된다. 이 경우 와인 자체의 특성을 잃어 와인이 향도 맛도 없는 맹물 같은 맛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다고 레드 와인이 전혀 칠링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레드 와인을 차갑게 해서 먹기도 한다. 차갑다는 의미는 얼음처럼 차갑다는 말이라기보다 적절한 음용 온도에 맞추기 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향과 맛이 강한 풀 바디(full-bodied)나 미디움 바디(medium-bodied)와인의 경우 15~20℃ 정도로 조절해서 마시고, 산도가 있는 레드 와인 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Pinot Noir)나 보졸레 와인을 만드는 가메(Gamay) 같이 가벼운 레드 와인의 경우 약간 시원한 정도인 12~15℃ 정도로 마신다.

레드 와인도 종류에 따라 적절히 칠링을 해야 할 때도 있다. / 사진 출처: Quadronet_Webdesign/39@pixabay

결국 와인 칠링의 기준이 되는 것은 산도(acidity)와 타닌(tannin)이다. 산도가 높으냐 낮으냐에 따라, 와인이 떫으냐 아니냐에 따라 와인의 칠링도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와인의 산도와 타닌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더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와인을 오픈하고 잔에 따른 후 와인을 향을 맡아보자. 코끝에서 코를 찌르는 알코올의 향기나 향긋한 과실향 대신 매캐하거나 쿰쿰한 향을 느꼈다면 와인의 온도가 너무 높은 것일 수 있다. 반대로 와인 고유의 과실 향이나 적절한 알코올 등 어떠한 냄새도 맡을 수 없다면 와인의 온도가 너무 낮은 것일 수 있다. 이것을 기준으로 와인의 온도를 조절해가며 와인 고유의 향과 맛을 찾아내면 된다. 향긋한 향과 맛있는 맛은 누가 맛보더라도 좋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아이스 버킷을 이용하면 집에서도 쉽게 와인을 칠링할 수 있다. / 사진 출처: karly-jones@unsplash

와인바를 방문하던 손님 중에 음료나 술은 무조건 차가운 것으로 마셔야 한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레드 와인도 차갑게 칠링을 해달라고했는데, 처음엔 그 요구를 들어주기가 힘들었지만, 체온이 엄청 높은 손님임을 인지한 후에는 입안에서 와인이 머물며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이해하고 적절히 칠링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와인의 온도를 맞춘다는 것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와인을 마시는 날의 날씨나 온도, 마시는 사람의 체온, 마시는 시간 등에 따라 와인의 칠링은 기본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칠링시에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가며 계속 와인의 온도를 체크하고, 너무 차갑다 싶으면 칠링을 멈추고, 너무 온도가 올라갔다 싶으면 다시 칠링해주면 된다. 집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얼음을 채운 통인 아이스 버킷(ice bucket)을 사용하면 와인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와인의 온도를 맞추는데 용이하다. 와인에 맞는 적절한 온도를 찾아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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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 Yang

모두가 와인을 쉽고 재밌게 마시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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