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바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
와인바에서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 와인바 Talk!
모든 좌석이 바(bar)로 되어 있는 와인바를 운영한 지 5년, 손님을 가까이서 응대하다 보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와인을 즐기는 방법부터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하는지 등 질문의 내용은 다양하지만, ‘와인을 보다 더 잘 즐기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같다. 그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모두 함께 와인을 잘 즐기기 위해 와인바에서 이루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첫 번째 와인바 Talk, 와인 선물 고르기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와인 소비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명절 시즌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할만한 날이 다가오면,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와인이라도 선물하기엔 제격이라 너도나도 와인 구매에 열을 올린다. 와인바에서도 와인 선물에 대한 질문이 줄을 잇는다. 사실 와인을 선물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또 어렵다. 위스키나 브랜디 같은 일부 유명 제품들은 단번에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과 받는 사람의 품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와인은 그런 면에서 첫인상이 참 “애매”하다. 와인 선물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선물을 받긴 했는데 이것이 무슨 와인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와인바의 단골손님이나 가족, 친구들은 종종 와인 선물을 받았다며 선물 받은 와인의 사진을 찍어 보여주거나 실물 직접 들고 와 어떤 와인인지 수줍게 묻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말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인터넷 검색을 해도 찾을 수 없다며 우리에게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수줍다고 표현한 것은 사실 그들이 와인 자체만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 받은 와인의 가격도 함께 물으며 약간의 민망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좋은 와인이다, 유명한 와인이다, 맛있는 와인이다 등 우리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와인을 선물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것이기에 받는 사람들의 반응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잘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선물이 될 수도 있기에, 선물을 고르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선물을 사든 먹을 와인을 사든 와인을 추천받고자 할 때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 “먹을만한 와인 좀 추천해 주세요.”다. 와인바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사실 ‘먹을 만한 와인’이라는 것만큼 추상적인 말도 없다. 요즘 대형 유통회사들이 유통마진을 줄여 질 좋은 PB(Private Brand Product) 와인을 선보였고, PB 와인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나쁘지 않은 품질을 보여주며 말 그대로 ‘먹을만한 와인’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 하지만 마음을 담은 소중한 선물로 굳이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PB 와인을 받고 싶어 할 사람이 있을까? 와인의 종류가 너무 방대하고 와인 문화 자체가 한국의 문화가 아니기에, 와인 고르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와인 선물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 선물용 와인을 고를 때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좋은 와인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위에 언급했던 추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정확하고 확실한 표현을 사용하여 선물 받을 사람의 특징이나 상황 등을 와인샵 어드바이저나 소믈리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와인 전문가들은 제공된 여러 가지 정보를 조합해 손님에게 가장 적절한 와인을 골라줄 것이다. 그들의 경험을 믿어보자. 사실 매일 와인을 접하고 공부하는 소위 ‘업계 사람들’보다 많이 알기는 힘들다.
와인이 재미있는 것은 많은 와인 메이커들이 와인 레이블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을 들이며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를 이용하여 선물을 고른다면, 실제 와인의 가격보다도 훨씬 더 좋은 의미의 선물을 할 수 있다. 한번은 대기업에 다니는 손님이 임원으로 승진한 상사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 추천해주었던 와인이 ‘성공’을 뜻하는 레이블을 가진 와인이었는데, 선물 받은 상사가 매우 흡족해하며 그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같은 와인을 몇 병 더 구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와인 선물 하나로 상사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상사에게도 의미 있는 선물 할 기회를 줌으로써 선물의 목적을 확실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 와인은 가격대가 높은 와인은 아니었지만, 선물 받는 사람에게는 가격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선물이 되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와인 레이블의 의미나 와인 스토리를 모두 잘 알 수는 없다.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지만, 선물을 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선물하려는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와인 어드바이저나 소믈리에와 정확한 정보를 교류한다면, 좋은 와인을 잘 고를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꼭 비즈니스를 위한 선물 뿐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한 와인을 고를 때에도 이러한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다. 와인 중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아내, 부모나 조부모, 그리고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헌정하는 와인 등 가족의 사진이나 아이가 그린 그림 등으로 레이블을 만든 의미 있는 와인들이 있고, 연인의 사랑을 나타내는 레이블 등 기념일을 더 로맨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와인들도 많다.
우리는 선물을 받는 상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의 취향이나 관심사 등을 알 수 있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지만, 선물을 해야 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와인은 전 세계에서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기에, 그만큼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하다. 모든 사람의 취향을 다 맞춰서 선물할 수는 없지만, 특히 선물 받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으면 더욱더 그렇다.
이런 경우 안타깝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구세계 와인을 추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와인 하면 프랑스 와인이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와인바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심지어 와인 취향이 빼도 박도 못 할 칠레 와인 쪽이라 해도 곧 죽어도 프랑스다. 한국의 와인 시장은 칠레 와인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에서 칠레 와인 시장의 규모는 상당하다. 그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이 칠레 와인이다. 또한, 칠레만큼은 아니지만, 호주나 미국 등 신세계 국가의 와인 또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으로 각인되어 와인의 대중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반대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가격이 높지 않은 소위 ‘저렴한’ 와인이라는 인식도 강해져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 세계의 와이너리들이 최신 기술과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여 좋은 와인들과 쉽게 접할 수 없는 가격대의 고급 와인을 생산해내고 있고, 이는 칠레나 미국, 호주 같은 신세계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신세계 와인들을 아직 가격대비 좋은 와인 정도로만 인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와인바 손님들만 보더라도 와인 리스트의 칠레 또는 미국 와인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선물을 하는 사람도, 선물을 받는 사람도 특히 상대방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신세계보다는 구세계 와인을 선물하고 선물 받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는 와인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매번 안타까운 마음으로 신세계 와인들의 스토리에 더 치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와인은 정말 다양하다. 다양해서 머리가 아프고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의 간단한 방법들로 와인을 선택한다면 훨씬 더 의미 있는 선물이 될 수 있다. 와인은 한국의 문화가 아니다. 와인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와인을 추천해주는 와인 어드바이저와 소믈리에 같은 전문 인력이 있는 것이다. 내가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번 설 명절에는 어려워하지 말고 와인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그리고 의미 있는 와인 선물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