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명주 구이저우 마오타이주(贵州茅台酒)가 이번에는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 커피(瑞幸咖啡•Luckin coffee)와 손잡고 53도 백주가 들어간 커피를 선보여 화제다.
지난 9월 5일 시장에 첫 출시된 ‘장샹라떼’(酱香拿铁)는 판매 당일에만 무려 542만 잔이 팔려 매출액 1억 위안(182억 원)을 기록, 루이싱 커피의 단일 메뉴 하루 판매량 신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53도의 진한 백주가 들어간 커피 콜라보레이션 제품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거기에 더해 평소 워낙 고가에 판매되는 마오타이주에 대한 궁금증까지 더해지면서 출시된 장샹라떼는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중국 전역 모든 매장의 물량이 품절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필자 역시 장샹라떼의 맛을 보기 위해 무려 2주나 더 기다린 19일에서야 주문 자체가 가능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음용해 본 장샹라떼의 맛은 과연 어떠할까. 알고 보니 이 제품에는 알코올 도수 53도의 마오타이가 직접 첨가된 것이 아니라, 0.5% 미만의 마오타이를 함유해 백주 특유의 향을 품은 우유가 첨가된 방식으로 커피가 제조됐다. 그 덕분에 장샹라떼를 음용한 후에도 알코올로 인해 얼굴이 붉어지는 등의 알코올 이상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도수 높은 마오타이에 대한 경계 때문인지, 루이싱 커피 측은 미성년자나 임산부, 운전자,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에게는 음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권고 안내문을 부착하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태다. 또, 마오타이주 측도 “장샹라떼는 알코올 함량이 높지 않아 취하지 않는다”면서도 “마신 뒤 운전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밝혀 제품의 음용 전후에 대한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장샹라떼 구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18세 이상의 성년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일각의 소문은 사실과 달랐다. 마오타이주를 구매할 때와 동일하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소문이 한때 SNS를 타고 확산됐지만, 현장 주문이나 온라인 배송 주문 두 경우 모두 특별한 신분증 검사 과정 없이 10대 청소년들도 누구나 쉽게 구매해 그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맛에 대한 품평은 소비자마다 제각각이지만, 대체적으로 장샹라떼에서 마오타이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묘한 알코올 향과 고소한 라떼의 맛이 제대로 어우러졌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실제로 맛본 장샹라떼에서는 루이싱 커피 본연의 담백하고 무겁지 않은 블랙커피와 마오타이의 싫지 않은 씁쓸한 향이 더해져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분명히 새로운 형태의 음료가 탄생했다는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더해 저가의 값싼 우유가 아닌, 깨끗하게 정제된 신선한 우유가 첨가되면서 기대 이상의 풍미가 입가에 오래 남았다.
비록 장샹라떼 한 잔을 맛보기 위해 무려 2주를 기다려야 했지만 첫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느껴지는 마오타이의 신선한 백주 향이 좋아서, 긴 기다림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샹라떼는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제품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워낙 구매하려는 이들이 많아 긴 줄을 서는 탓에 오전 7시 30분부터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11시 이후에는 중국 대부분의 매장에서 장샹라떼를 구매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인기 덕분에 얼마 전부터는 중국의 유명 온라인 유통 업체에서는 장샹라떼를 따라 만든 모조품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기 있는 제품이라면 무엇이든 그대로 따라 만든 모조품이 많은 중국 특유의 현상이 이번에도 목격되기 시작한 것인데, 온라인 쇼핑몰 ‘핀둬둬’에 입점한 업체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장샹라떼’를 판매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업체는 장샹라떼 특유의 시그니처 문양과 이름을 모두 카피해 ‘분말형’의 ‘마오타이주+커피’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또 다른 업체는 ‘장샹라떼’라는 문구와 마오타이라는 로고가 들어간 양말까지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온라인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모조품의 가격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대부분은 분말 커피 20봉지당 10위안(약 1820원) 미만의 저가에 책정돼 팔려 나가고 있다. 그 맛이 마오타이주 본연의 깊은 알코올 향을 구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중국에서 마오타이가 들어간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얼마나 높은 지 여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모조품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가운데, 마오타이주의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고가 이어져 또 한 번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마오타이주 측은 향후에도 더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춘 마오타이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실제로 마오타이는 알코올이 함유된 프리미엄급 초콜릿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출시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마오타이가 현지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한 알코올이 함유된 프리미엄 초콜릿의 소비자 가격은 29위안(약 5,300원), 39위안(약 7,100원), 49위안(약 9,000원), 59위안(약 1만 800원), 66위안(약 1만 2,000원) 등으로 크기와 디자인에 따라 상이하게 구성됐다.
또, 중국 동북 지역 마오타이 선양 지점에서는 알코올이 함유된 ‘버블티’를 출시했고, 남방 도시인 선전 마오타이 지점에서는 알코올이 들어간 케이크를 선보여 화제성을 더했다.
이 제품들은 출시 소식이 SNS를 통해 공개된 직후 곧장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는데, 워낙 많은 소비자가 해당 제품 구매를 문의했던 탓에 SNS상에서는 정가보다 3~4배 더 비싼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도 목격됐다.
중국 최고급 술로 평가받는 마오타이의 끊임없는 변화 추구에 대해 주류 전문 분석가 차이쉐페이는 “술이라는 단일 품목의 경계를 허물고 소비층을 확장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움직임”이라면서 “아이스크림, 커피, 초콜릿과 술의 접목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결과적으로 이들의 두터운 지지를 얻게 될 것이다. 마오타이주는 향후 식품,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더 많은 영역과의 협업을 추진해 독한 술에 대한 젊은 층의 유인 전략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마오타이는 꾸준한 사업다각화 등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6.9% 증가한 1,241억 위안(약 22조 4,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같은 시기 순이익의 규모도 19.6%나 급증해 627억 1,600만 위안(약 11조 3,000억 원)을 달성한 바 있다. 이는 최근 3년 만에 마오타이가 거둔 가장 좋은 실적이었다.
*TIP!
500ml 한 병당 경매 시작가 5만 4,000위안(약 983만 원)이 넘는 마오타이주가 첨가된 장샹라떼의 1잔당 가격은 34위안(약 6,200원)이다. 단, 루이싱 커피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바일 주문, 결제 시 할인쿠폰을 사용하면 단 19위안(약 35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인기가 여전한 탓에 장샹라떼를 맛보려는 소비자라면 반드시 오전 중에 상점을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필자는 두 번의 ‘오픈 런’(오전 7시 30분 가게 문이 여는 시간) 끝에 간신히 장샹라떼 맛을 볼 수 있었으니 부지런함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