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몸도 마음도 지친 저녁.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와인 한 잔이 손에 딱 쥐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밤입니다. 이럴 때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아쉽지만 와인은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온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근처의 와인바로 향한다? 아, 코로나로 조심해야 할 것들이 특히나 더 많아진 2020년 여름은 그마저도 어렵겠군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런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와인 배달 서비스가 많지 않지만, 바다 건너 나라들에서는 흥미로운 서비스들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전 세계에서 와인 수입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영국에서 요즈음 그 인기를 더 해가는 와인 당일 배송 서비스를 함께 알아볼까요?
[ 미국의 와인 당일 배송 서비스 ]
1. Drizly
미국에서 와인 배송 서비스를 논할 때 Drizly를 빼놓으면 퍽 섭섭할 겁니다. 현재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주에 와인 배송이 가능한 업체니까요. 어떻게요? 바로 본인들이 직접 와인 재고를 보유하는 대신, 각 지역의 오프라인 바틀 샵과 연계하여 고객들에게 와인을 전달하는 방법 덕분입니다. 2020년 8월 기준 약 2,200개 이상의 샵과 제휴 계약을 맺어 폭넓은 지역에서 와 인과 다른 주류까지 제공하고 있죠. 더욱더 놀라운 것은 모든 배송이 60분 안에 완료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이런 Drizly에 관한 설명만 들으면 엄청 철두철미할 것 같은 앱이나 웹사이트가 떠오르지만, 사실 그들의 홈페이지는 아주 유쾌하답니다. 친구가 옆에서 술을 건네주면서 할법한 말투로 적혀 있는 친절한 설명에 나도 모르게 웃음 지어지죠.
하지만 그들이 제공해주는 또 다른 서비스들은 절대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최대 2주 후에 배달될 수 있도록 술을 예약하는 시스템부터 White Glove Service라는 이름으로 대량 주문 및 주류 이벤트 기획까지 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하거든요.
2. Saucey와 Mini bar
요즈음 미국에서 Drizly 다음으로 핫한 주류 배달 서비스가 있다면, 아마 Saucey와 Mini bar일 겁니다. 대체 그들은 서로 어떻게 다르냐고요?
제일 커다란 부분은 바로 배송 가능 지역입니다. Drizly는 북미 전역에 걸쳐서 주류 당일 배송이 가능한 데 반해, Saucey와 Mini bar는 상대적인 운영 지역과 배달 가능 지역이 적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부분에선 절대적으로 Drizly가 우위를 차지합니다. 물론 Drizly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배달 수수료 $5를 받는 것에 반해, 나머지 두 업체는 수수료가 무료라는 점도 차이점입니다.
세 업체의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모두 술보다 다른 품목의 상품, 예를 들자면 사이다나 스낵, 파티용품, 담배 등이 더 많이 팔린다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 영국의 와인 당일 배송 서비스 ]
1. TOP CUVÉE
런던에서 자전거를 타고 와인 배달 가는 사람이 보인다면, 그건 바로 Top Cuvée의 와인배달 서비스일 겁니다. 본디 그들은 런던에서 와인 바와 바틀샵을 운영하는 오프라인 레스토랑입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Shop Cuvee라는 서비스를 오픈했죠. 그들은 본인들의 서비스를 ‘born out of necessity’, 즉 필요에 의해 태어났다고 이야기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업장이 폐쇄되자, 그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배달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바로 자전거 택배 네트워크를 이용한 술과 음식 배달에 나섰다고 합니다.
물론 자전거 택배를 통한 당일 배송은 가능한 지역에 제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배송 지역 밖에서는 픽업이나 익일 택배 배송으로 받아보는 대안이 있기에, Top Cuvée는 인기 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라고 하네요!
2. YEILD N16
Top Cuvée가 자전거로 배달을 했다면, 영국의 음식 배달 업체인 Deliveroo(이하 딜리버루)를 이용해서 배달해주는 곳도 있어요. 바로 ‘Yeild N16’이라고 하는 로컬 와인 샵 겸 작은 바입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바는 열지 못해도 ‘와인은 필수적이기에’ 지역 사회에 와인을 계속 공급하고자 배달을 선택했다는 이들은, 정직한 와인만을 취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랍니다. 덕분에 각종 내추럴 와인과 유기농 와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또 위에서 말했다시피, 이들은 당일 배송 서비스를 위해 딜리버루라는 서비스 대행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 배달 업체이자 귀여운 캥거루 로고로 대표되는 딜리버루는 배달원이 직접 손님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주류 배달을 완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Yeild16은 고객들의 삶에 필수적인 와인을 주문 당일 아주 빠른 주문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죠!
이렇듯 영국과 미국은 각자의 시장 상황에 맞춰 와인을 배달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속속들이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언택트’가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은 2020년. 언젠간 우리나라의 와인 배달 시장에도 큰 변화가 다가오지 않을까 예상하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와인 배달의 모습을 한 번씩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