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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연의 재즈쿠킹-3 식은 밥, 재즈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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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연의 재즈쿠킹-3 식은 밥, 재즈로 부활하다.

양수연 2018년 2월 6일

뉴올리언스 전통 음식 ‘칼라스’와 최초의 재즈맨, 버디 볼든.

뉴올리언스 전통 빵, 칼라스 (사진: 양수연)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재즈를 먹어보자. 진정한 미식가는 내 식탁에 올려진 요리를 보며 그 재료가 온 고향과 요리의 역사에도 관심이 있다. 재즈를 먹기 위해서는 그 요리와 함께 재즈의 역사도 함께 알아야 한다.
재즈를 식탁 위에 올리기 위해 재즈의 고향인 ‘뉴올리언스’라는 접시를 사용할 것이다.

뉴올리언스의 이름이 전 세계에 크게 회자한 건 2005년 8월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일 것이다. 뉴올리언스 80%가 물에 잠겼고 재산피해 1천억 달러로 추산되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참사였다.
“카트리나, 재즈를 죽이고 있다”는 신문 헤드라인이 아직도 생생하다. 뉴올리언스 곳곳에서 울리던 재즈 대신 곡소리가 그곳을 채웠으니 말이다. 카트리나 참사 12년이 된 지금, 완벽하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이 복구되었다. 뉴올리언스 재건 운동으로 재즈가 ‘부활’ 했고 한때 사라졌던 뉴올리언스의 전통 음식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카트리나로 인해 뉴올리언스 전통 요리법을 담은 책들도 유실되었는데, 그 지역의 뜻있는 출판업자들이 구술로 요리법들은 모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뉴올리언스의 전통 빵 ‘칼라스’도 뉴올리언스 부활 운동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밥으로 만드는 뉴올리언스 전통 음식, 칼라스(Calas)

옛날 옛적 뉴올리언스에는 거리에서 독특하게 생긴 빵을 들고나와 파는 여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Calas, belles, calas tout chauds! (맛있는 칼라스! 아직도 따끈따끈해요! )”
미국인데 웬 프랑스어? 뉴올리언스는 프랑스 (1718년) – 스페인 (1764년) – 다시 프랑스 (1803년) 식민지를 거치면서 주로 아프리카계와 프랑스계 이민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뜻하는 ‘크레올’이 많았다. 칼라스는 이 크레올 여인들이 주로 팔았고 이 여인들을 ‘칼라스 여인’이라고 불렀다. 칼라스 여인들은 이른 아침 갓 튀긴 칼라스를 소쿠리에 담고 머리에 이고 나와 거리에서 팔았고 20세기 초까지 뉴올리언스의 대표적인 아침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칼라스는 한마디로 밥으로 만드는 “쌀 도넛”이다. 아프리카의 쌀 재배 지역에서 온 노예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고 1653년 프랑스 요리책에 쌀 도넛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프랑스에서 전래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칼라스가 처음 뉴올리언스의 문헌에 등장한 것은 1880년인데 재즈가 잉태되었던 시점과 비슷하다.
식품 보존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카트리나 이후 칼라스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레스토랑 메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칼라스는 식은 밥에 이스트 같은 효모를 첨가하여 밤새 발효시킨 뒤에 이튿날 달걀, 설탕, 밀가루 등을 추가하여 튀기는 요리이다. 넛맥, 시나몬, 바닐라액 등의 향미료를 가미한 반죽을 끓은 기름에 떨어뜨리고 갈색이 될때까지 튀겨낸다.
재즈 마칭 밴드의 소리와 칼라스 여인들의 외침이 뒤섞인 뉴올리언스의 옛날 거리 풍경을 상상해보는 일은 나로서는 무척 즐거운 일이다. 칼라스가 뉴올리언스를 평정한 아침 음식이었을 당시의 재즈를 들여다보자.

재즈의 고향은 뉴올리언스, 그렇다면 재즈를 발명한 사람은?

재즈 애호가도 이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재즈는 아프리카·프랑스·스페인·카리브해의 전통이 뒤섞인 지역적 특성을 가진 뉴올리언스에서 ‘자생한’ 음악 아니었던가? 물론, 재즈의 발생에는 분명 그러한 중요한 백그라운드가 있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전통을 재즈로 창안한 사람이 있으니 다름 아닌 코넷 연주자, 버디 볼든(Buddy Bolden, 1877~1931)이다. 그는 즉흥 연주 한 최초의 밴드 리더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1970년대 이후 소수의 역사학자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초의 재즈 연주자, 버디 볼든 (1877.9.6 ~ 1931.11.4)

흥미롭게도 본래 버디 볼든은 이발사이면서 동시에 황색 잡지 발행인이었다. 1895년에 마칭 밴드를 만들어 코넷 연주자로서 경력을 시작하는데 당시 뉴올리언스에서는 전설로 통했다고 한다. 버디 볼든은 가스펠에 영감을 받아 ‘래그 타임’ 기법에 즉흥연주와 블루스를 가미했다. 마칭 밴드에서 흔히 사용되는 ‘빅 포’라는 리듬도 그가 창안해낸 것이었다. 초기 재즈 밴드의 집단 즉흥 연주가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버디 볼든은 1907년 뉴올리언스 노동절 퍼레이드를 마지막으로 음악계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알코올중독과 정신분열증으로 1907년 7월 5일 루이지애나 주립 정신 병원에 감금된 뒤 1931년 사망할 때까지 무려 25년간 그곳에서 살았다.

401 S. Rampart Street에 있는 이글 하우스. 버디 볼든이 자주 연주한 장소로 뉴올리언스의 재즈 랜드마크 중 한 곳. (출처: Nola. com)

버디 볼든의 연주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길은 없다. 재즈가 최초로 녹음된 해는 1917년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 밴드)이고 이때는 버디 볼든이 정신병원에 있었던 시기였다. 구술 자료에 따르면 “버디 볼든은 즉석에서 연주했으며 매우 시끄러웠다”고 한다. 다만, 버디 볼든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피아니스트 제리 롤 모튼이 1938년에 녹음한 “Buddy Bolden’s Blues”로 버디 볼든을 느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곡은 1902년 버디 볼든 밴드의 트롬본 연주자 윌리 코니시 (Willie Cornish)가 버디 볼든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Funky Butt”곡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버디 볼든 밴드는 흑인 매춘 지역인 ‘백 오 타운’에서 자주 연주했는데, 술, 싸구려 향수, 땀 냄새 등이 섞인 그곳에 질린 버디 볼든이 창문을 활짝 걷어 젖히는 것을 본 트럼본 주자 윌리 코니쉬가 무대에서 즉흥으로 이 곡을 만들어 불렀다고 한다. 가사에는 “버디가 말하길, 이 더럽고 나쁜 냄새를 빼라, 창문을 열러 내보내라.”라는 내용이 나온다.

“Buddy Bolden’s Blues”을 들으며 “칼라스”를 요리해보자. 맛이 궁금한가?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 맞다. 깊고 고소한 맛, 토속성이 느껴지면서도 달콤하고 특별한.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버디 볼든. 코넷, 트롬본, 클라리넷, 기타, 더블베이스의 앙상블 라인업으로 후기의 재즈 밴드의 악기 구성과 비슷하다. (1905년)

“Buddu Bolden’s Blues” 연주곡 모음


1. 제리 롤 모튼 연주 (1939년 녹음, General ‎– 4003)
2. 크리스 바버 재즈 밴드 연주 (1984년 라이브)
3. 윈튼 마샬리스 밴드 라이브 (2012년 라이브)

 

<칼라스 (Calas) 만들기 >

(미:는 미국 계량컵 표시)

<준비>

따듯한 물 120ml (1컵 + 1큰술 + 1작은술) (미: ½ cup )
->따듯한 물은 약 섭씨 43도 정도의 물로 이스트를 발효시키기 위한 온도이다.
이스트는 60도 정도의 물에 죽으므로 뜨겁지 않도록 주의한다.
설탕 1큰술
활성 드라이 이스트 (Active Dry Yeast) 2 & ¼ 작은술
식은밥 1컵 (미: ¾ cup)
달걀 2개 (살짝
달걀 2개, 살짝 휘저어놓을 것.
소금 (Kosher salt) 한꼬집
넛맥 (nutmeg) ¼ 작은술
계피가루 ½ 작은술
바닐라액 ¼ 작은술
중력분 96g (미: ¾ 컵)
식용유 (전통방법은 돼지 기름)
컨펙셔너스 슈거 (Confectioner’s sugar) – 더스팅 용으로 충분히.

<만들기>
그릇에 따듯한 물, 설탕, 이스트를 넣고 10분간 가만히 둔다.
10분 뒤, 식은 밥을 1에 넣고 섞어준다. 랩을 씌운 뒤 하룻밤 그대로 둔다.
다음 날, 2에 달걀, 소금, 넛맥, 시나몬, 바닐라액, 밀가루를 넣고 잘 저어준 뒤 1시간을 그대로 둔다.
두껍고 깊은 팬에 식용유를 붓고 온도가 섭씨 185도에 이를 때까지 뜨거워지면 스푼으로 반죽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속까지 잘 익히기 위해서는 1개 사이즈가 손가락으로 O자 모양을 만들었을 때보다 크지 않게 주의한다.
금방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때 불을 줄여 좀 더 익힌다.
건져낸 칼라스를 키친 타올 위에 올린다.
즉시 컨펙셔너스 슈거를 뿌린다. (본 빵에는 단맛이 거의 없으므로 단 맛을 원하면 슈거를 많이 뿌린다. 컨펙셔너스 슈거가 없으면 꿀을 찍어 먹어도 좋다.)

따듯한 물에 설탕, 이스트, 식은 밥을 넣고 하룻밤 발효를 시킨다.

다음날 발효가 끝난 모습.

금방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불을 낮추어 속이 익을 때까지 튀긴다.

튀긴 직후 모습.

칼라스의 단면. 군데군데 밥알 모습이 남아 있다. 슈거 대신 사진처럼 꿀과 함께 먹어도 좋다.

튀긴 즉시 컨벡셔너 슈거(파우더 슈거)를 뿌리고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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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연

Jazz critic, Jazz storyteller, Culinary artist. (재즈 비평가, 재즈 스토리텔러, 컬리너리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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