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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슨과 함께 하는 목요일 : 왜 보르도 샤토들은 그리 많은 재고를 가지고 있을까?

앤슨과 함께 하는 목요일 : 왜 보르도 샤토들은 그리 많은 재고를 가지고 있을까?

Decanter Column 2016년 7월 21일

제인 앤슨이 왜 보르도 샤토들이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지 주된 이유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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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사실 예전부터 있었다.
샤토들은 늘 자신을 위해 일부 와인을 남겨두었다. 17세기에는 소유주가 마시기 위해 최고 품질의 와인을 한 배럴씩 남겨두곤 했다.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결정권이 바이어들에게 있었다. 1916년 샤토 마고와 몇몇 네고시앙들 사이에 맺은 계약을 보면 5년 동안 와인 전량를 구매하도록 되어 있으나 샤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네 배럴은 남겨두도록 했다. 후에 1970년대 석유 파동 시기에는 네고시앙들이 와인을 전혀 구입하지 않았고 샤토에서는 셀러에 와인이 쌓이도록 둘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일은 보르도의 일부 베테랑들에게 조금 놀라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별안간 최상위 샤토들부터 시작해, 점점 더 많은 와인을 셀러에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그것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시기에 내놓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보르도에서 가장 저명한 쿠르티에 중 한 곳인 타스테 로통의 고(故) 다니엘 로통은 몇 년 전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와인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가격이 올라갑니다. 따라서 샤토에서는 많은 양을 남겨두어 이로울 것이 없죠.”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왜 그렇게 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공급량 줄이기

젊은 세대의 네고시앙들은 과거의 이론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토지 가치와 서류상 재고 가치가 많은 등급 샤토들에 점점 더 중요해지게 되었다. 특히 이해당사자들의 기대에 부합하려면 말이다. 여기에다가 고급 산지에서 생산된 오래된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통을 더욱 세밀히 관리하고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높이려는 유혹이 생겨났다. 이러다 보니 재고를 더 많이 보유하는 것이 옳은 일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전략이 더욱 뚜렷해진 것은 최근의 선물 시장부터다. 보르도 사람들이 점점 더 “우리 이웃들도 그렇게 한다면 나도….”라는 검증된 방식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최초의 징조는 물론 2011년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샤토 라투르에서부터 나타났다. 이 샤토가 선물 시장에서 완전히 빠져나간 뒤 이런 유행이 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일부 샤토들은 나름의 확실한 전략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선물 시장 떠나기

접근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샤토 라투르에서는 마실 시기(이것은 빈티지마다 다르다)가 오기 전까지 와인 100퍼센트를 그대로 보관하고, 샤토 디켐 또한 선물 시장에서 완전히 빠지면서 수확하고 2년 후부터 병입한 와인만 판매한다.
팔머는 선물 시장에서 50퍼센트를 판매하고 나머지 50퍼센트는 남겨 후에 숙성 완료된 와인으로 내놓는다. 빈티지 별로 15퍼센트의 와인을 남겨두는 코스 데스투르넬와 뒤크뤼 보카이유도 있다. 또한 샤토 퐁테부터 린치, 마고에 이르기까지 많은 샤토들이 빈티지에 따라 변화를 주는 조금 더 유동적인 접근법을 쓰고 있다. 물론 여전히 계속해서 90퍼센트 넘는 와인을 선물 시장에 내놓는 샤토들도 있지만 (샤토 그랑 푸이 라코스트도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샤토들이 보통 두세 곳의 쿠르티에에 와인을 나누어 판매하고 최대 30-50곳의 네고시앙에도 내어주고 있지만 와인 재고를 그대로 보관해두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있다.
와인 오너스의 닉 마틴은 중국 시장의 부상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중국 사람들은 보통 선물 시장에서 구입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몇 년의 숙성 기간을 거친 오래된 와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요. 이런 현상이 샤토들로 하여금 아시아 시장을 위해 수확한 와인을 점점 더 많이 보관해두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이런 요인도 물론 배제할 수 없지만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가 보면 다른 많은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셀러에 재고 남기기

“제 생각에 투기적인 이유로 재고를 남겨두는 건 우리의 사명에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우리 샤토에서 와인을 남겨두는 건 후에 참고하기 위한 ‘안전 재고’나 시장 내 공급량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한 ‘관개 재고’입니다. 10년 후처럼 마실 시기에 맞춰 내보내기 위해 와인을 보관한다는 건 솔직히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유통이나 생산의 시각에서 볼 때 현실적이지 못하죠.” 뒤크뤼 보카이유의 브루노 보리가 한 말이다.
샤토 앙젤뤼스의 스테파니 드 부아르-리보알의 말처럼 재고를 남기는 것은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우기 위함이고, 그것을 상업적으로 후에 출시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라는 샤토들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르도의 상위 30대 샤토들 중에서 앙젤뤼스는 항상 매우 많은 양을 즉각 판매했습니다. 매 빈티지마다 최대 95퍼센트에 이르죠. 엄밀히 말해 전략은 아니고 제한된 생산량 중에서도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적은 양이 남아 오래된 빈티지를 풍족하게 즐길 수 없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매년 생산량의 20퍼센트를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상업적인 전략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 와인 중 후에 시장에 내보낼 것은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그걸 남겨두는 건 우리의 손자, 손녀들이 지금의 우리보다는 50년 이상 된 와인을 더 자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후속 출시

반대로 샤토 팔머에서 관리 이사 토머스 뒤로는 2010년 빈티지부터 생산량의 50퍼센트를 보관하고 있고, 이것은 명확한 상업적 전략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변화했습니다. 자신만의 셀러를 갖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일부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우리는 10년 후에 판매할 수 있도록 상당량을 보관합니다. 물론 얼터 에고 드 팔머의 경우에는 95퍼센트 정도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지만요.
선물 시장에도 여전히 제품을 내놓고 싶지만 상인들이 그것을 사다가 제대로 보관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샤토 셀러에서 그렇게 할 겁니다. 샤토 직접 출고품(ex-chateau)에 대해서는 프리미엄이 붙기도 하고, 와인을 최고의 상태에서 숙성시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팔머에서는 단 한 병의 와인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는 네고시앙 시스템을 지지하지요.”
샤토 디켐에서는 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곳의 관리 이사 피에르 루통은 레드 와인 중심의 시스템에서 선물 시장이라는 체제는 이 유명한 스위트 와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몇 번에 걸쳐 이야기한 바 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그들은 약 210유로의 가격에 병입하여 출고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주기적인 9월 출시에 안정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이것이 앞으로도 그들이 나아갈 방향이다.(오퍼스 원 역시 이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와 같은 네 가지 서로 다른 방식이 있다 보니 보르도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것이 후에 와인 애호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모든 방식들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라투르에서는 지금까지 이 전략을 이용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나쁜 결과도 있었죠. 하지만 그건 한 곳의 와이너리에 불과하고, 시장에서 볼 때 그 양은 상대적으로 꽤 적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30곳의 샤토에 퍼진다면 어떨까요? 시장에서 제대로 수용할 수 있을까요? 정말 부족한 공급에 허덕이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거기에 다른 지역에서 선보이는 고품질 와인과 보르도 이외의 지역을 향한 소비자들의 입맛이 합쳐진다면 보르도에 있어서는 리스크라고 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Liv-ex 100의 앤서니 맥스웰이 이번 주에 한 말이다.

CREDIT

        • 작성자

          Jane Anson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6.06.16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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