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을 맞은 보르도 2007 빈티지를 맛보기 위해 들어갔을 때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았다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런던 해튼 가든스의 보르도 인덱스(BI)에서 열린 테이스팅에 참가한 많은 전문가들이 최근에 2013 빈티지를 평가하면서 그 대단한 보르도 사람들조차 살려낼 수 없는 빈티지는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 상태였다.
2013년 전에는 2007년 빈티지가 바로 이런 나쁜 빈티지의 ‘동네북’ 취급을 받았었다. 최소한 레드 와인은 그랬다.
2007년, 날씨는 4월에 좋게 시작되었지만 여름 내내 서늘하고 비가 많이 내려 배수가 아주 잘 되는 토양을 제외하고는 경작을 매우 힘들게 만들었다. 과도한 수분을 처리하기 위해 초기에 캐노피가 많이 필요했고, 그런 다음에는 해가 날 때 햇빛을 흡수하고 열매를 익히기 위해 빨리 가지치기를 해 충분히 캐노피를 없애는 작업을 해야 했다.
날씨가 좋아진 것은 9월이나 되어서였다. (정확히는 그전 날 마지막으로 한번 폭우가 내리고 나서 8월 30일이었다.)
이런 면에서 2007년 빈티지는 2014년 빈티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4 빈티지 역시 최근에 다시 테이스팅을 했는데, 이 빈티지 또한 음울한 여름을 보내고 찾아온 수확기의 좋은 날씨 덕분에 그나마 만회한 해였다. 물론 전반적으로 2014년이 2007년보다는 나았다.
2007년의 화이트, 특히 소테른과 바르삭의 스위트 와인은 매우 훌륭했다. 그들에게는 아마 이번 세기 들어 최고의 빈티지였을 것이고, 이 와인들은 여전히 믿기 어려울 만큼 신선하다.
그러나 우리는 힘든 날씨와 ‘파격적인’ 가격 책정 때문에 인상이 매우 안 좋아진(1977, 1987, 1997년 모두 평균 이하의 와인들이 나왔으니 어쩌면 7의 저주일지도 모르는) 레드 와인을 테이스팅하기 위해 모였었다. 2005년 이후 샤토들은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었고 2008년의 경제 위기는 가격이 시장 현실과 더욱더 맞지 않아 괴리감이 생기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오늘날 상황은 조금 달라 보인다. Liv-ex (런던 인터내셔널 빈티지 100지수)에 따르면 2007 빈티지의 평균 가격 인상은 6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41.9퍼센트의 평균 가격 인상을 기록한 더 포괄적인 수치인 보르도 500 시장을 앞지른 것이다. 저평가된 빈티지치고는 구하기도 매우 힘든 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빈티지의 와인이 대량 소비돼서 품귀현상을 낳은 것입니다.” BI의 자일스 쿠퍼가 테이스팅 도중 우리에게 말했다.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세 협회의 실뱅 부아베르 역시 이 말에 동의했지만 또한 이 빈티지의 와인 중 상당 부분이 아시아로 수출됐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미 지난 2009년 경제 위기 이후 중국인들이 2007년 빈티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패턴은 그 이후로도 서너 번 반복되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브렉시트의 스털링 화 위기도 크게 한몫했다.)
“중국 시장에서 소위 ‘비껴간 빈티지’라고 불리는 2007, 2004, 2011 빈티지에 큰 관심을 보이는 현상을 봐왔습니다. 가성비가 좋고 어릴 때 마실 수 있기 때문이죠.” 부아베르는 이번 주에 내게 말했다.
이 와인들이 정말 구하기 힘들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라인업 중에 정말로 마시기 좋은 와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갸론느와 도르도뉴 강 양쪽 모두에서 나온 최고 샤토들의 와인을 약 70종 맛보았다. 추출을 과하지 않게 한 생산자들은 훌륭한 과일 풍미를 조금 잡아냈고, 와인은 전반적으로 적당한 알코올 도수를 보여주었으며, 우안조차 13.5도에 도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전체 리스트 중에서 수확 시기를 조금 늦추는 위험 부담을 감수했던 다섯 개 샤토 – 레글리즈 클리네, 파비, 파비 마캥, 카농, 라르시 뒤카스(L’Eglise Clinet, Pavie, Pavie Maquin, Canon, Larcis Ducasse) – 만 14퍼센트에 도달했다.
다시 한번 이는 그들이 와인의 힘보다는 과일 풍미에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이는 선택이라기보다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특히 최근 빈티지에서는 거의 들어본 적 없는(2013을 제외하고) 당분 첨가까지 2007년에는 등장했으니 말이다.
전반적으로 처음 예상했던 대로 카베르네 소비뇽은 완전히 익은 경우 좋은 품질을 보여줬고, 그 결과 좌안에는 클래식한, 때로는 감미롭기까지 한 좋은 품질의 보르도 와인이 많이 탄생했다. 포도가 완전히 익지 못했거나 사람들이 추출을 과도하게 한 경우엔 쓴맛이 나고 끝 맛에 입을 마르게 한다.
최고의 샤토들은 황홀한 풍미로 가득하다. 풍부한 과실 풍미를 즐기기 위해선 앞으로 몇 년 이상은 기다리지 말라고 강력히 제안하고 싶다. 전에 했던 2006과 2005년 빈티지의 ‘10주년’ 테이스팅에서는 절반 이상의 와인들에 대해 앞으로 몇 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었는데, 이번에는 ‘어느 와인을 열어 마시지?’를 고민하게 됐다.
물론 낮은 가격대로 내려가면 이 빈티지 와인 중 상당수가 이미 전성기를 지났을 것이기에 나라면 이제 와서 2007 빈티지 와인을 닥치는 대로 사서 모으지는 않을 것이다. 보관하고 있는 좋은 와인들 중에 이 빈티지의 와인이 있어 걱정됐었다면 안심하고 코르크스크류를 가져오라고 말하고 싶다.
1등급 샤토들의 와인은 매우 잘 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 빈티지가 카베르네 소비뇽의 해라고 하지만 우안의 ‘1등급 혹은 그에 상응하는’ 와인들, 특히 페트뤼스와 르팽은 너무나도 훌륭하다.
흥미로운 역사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2007년 샤토 파비의 스타일은 여전히 힘이 잔뜩 들어갔고, 파프-클레망도 비슷하게 힘이 실려 있지만 조금 더 우아하게 숙성되었다. 피숑 콩테스는 2007년에 침체기를 겪었는데 그 사실이 오늘날 와인이 얼마나 훌륭하게 변했는지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이것은 벨그라브, 아르마이약, 클레르크 밀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7년에 이 와인들은 2010년 이후부터 만들어져온 훌륭한 와인으로 가는 궤도에 이제 막 올라탄 상태였다.
반면 피숑 바롱은 그 당시에도 매우 훌륭했다. 그 이후 2010년에 도입한 광학 선별기로 열매 선별 과정의 수준을 높였고, 플래그십 와인에 들어가는 포도를 보다 엄격하게 선별하기 위해서 라인업에 하위 급 와인도 하나 추가했다. 2007년 빈티지는 조금 구식 바롱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아주 맛 좋은 훌륭한 와인이다.
이것이 10주년 테이스팅의 놀라운 점 중 하나다. 와인 자체의 품질과 와인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해당 빈티지의 와인을 그 와인의 혹은 다른 와인의 최근 성적과 비교해볼 수 있게 해준다.
오늘 마셔야 할 와인과 조금 더(무한정은 아니고) 보관해야 할 와인들
샤토 라플뢰르, 포메롤, 보르도 2007(Château Lafleur, Pomerol, Bordeaux 2007)
내게는 테이스팅한 와인 중 이게 최고였다. 향기의 깊이와 입안에 침이 돌게 하는 미네랄 풍미가 합쳐져 섬세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전해준다.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가 최상의 숙성 단계에 이르면서 보이는 상호작용을 정말로 느낄 수 있다. 지금 마시기에도 완벽하지만 여기에 나와있는 다른 많은 와인과 달리 계속 발전할 것이다. 훌륭하다.
97점
샤토 슈발 블랑, 생테밀리옹,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A, 보르도 2007(Château Cheval Blanc, St-Emilion, 1er Grand Cru Classé A, Bordeaux 2007)
풍부한 아름다운 검은 과일 향이 처음에 치고 나오며 중간에서부터 입안을 조이는 탄닌과 합쳐진다. 질감의 깊은 풍부함이 복합적이면서도 매우 자신감 넘치는 와인임을 알려준다.
96점
샤토 마고, 마고, 프르미에 크뤼 클라세, 보르도 2007(Château Margaux, Margaux, 1er Cru Classé, Bordeaux 2007)
좌안 1등급 와인은 모두 훌륭하지만 마고는 달콤한 체리와 카시스 풍미의 흐트러짐 없는 또렷한 표현, 그리고 끝 맛에 입을 꽉 조이는 멘톨 노트, 처음부터 끝까지 와인을 마시는 내내 이어지는 향기로 돋보인다. 캐러핑을 잘 하면 바로 마실 수도 있지만 층층이 느껴지는 흑연 풍미와 타닌의 예리함을 보면 더 오래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에도 섬세함을 살려 양조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다.
95점
샤토 레오빌 라 카스, 생-쥘리앙, 두지엠 크뤼 클라세, 보르도 2007(Château Léoville Las Cases, St-Julien, 2ème Cru Classé, Bordeaux 2007)
다른 많은 2007 빈티지 와인이 보여주는 것보다 과일 풍미가 더 깊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빈티지를 절대 가려낼 수 없는 와인이 바로 이 와인이다. 젖은 돌의 뉘앙스가 점판암과 감초, 풍부한 다크 카시스, 블랙베리 열매로 이어진다. 자신감이 넘치는 와인이다. 아직은 따서 마실 필요 없다.
95점
샤토 피작, 생테밀리옹,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보르도 2007(Château Figeac, St-Emilion, 1er Grand Cru Classé, Bordeaux 2007)
진하고 강렬하며, 이 와인의 주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잘 드러내는 검은 과일 풍미를 갖고 있다. 여운이 매우 길고 타닌은 맛보는 내내 펼쳐지고 그러고도 한참 더 이어진다. 훌륭하다.
94점
샤토 클리네, 포므롤, 보르도 2007(Château Clinet, Pomerol, Bordeaux 2007)
전반적으로 포므롤이 매우 잘 하고 있는 데다 이 클리네는 균형 잡혀있고, 예리하며, 또렷하고 풍부한 검은 과일 풍미를 보여준다. 추출이 잘 되었고 포도도 적당히 잘 익었다. 바로 마실 수 있지만 더 기다릴 수도 있다. 훌륭하다.
93점
샤토 그랑-피-라코스트, 포이약, 생키엠 크뤼 클라세, 보르도 2007(Château Grand-Puy-Lacoste, Pauillac, 5ème Cru Classé, Bordeaux 2007)
흑연 향과 촉촉한 자두, 블랙 체리가 매끄러운 타닌과 잘 어우러지는 이 와인도 지금 충분히 마시기 좋다. 이 와인을 보면 보르도 사람들이 왜 2007년의 가격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았는지 알 것도 같다. 지금 바로 즐기기에 정말로 좋다.
93점
샤토 무통 로실드, 르 프티 무통, 포이약, 보르도 2007(Château Mouton Rothschild, Le Petit Mouton, Pauillac, Bordeaux 2007)
레 포르 드 라투르와 마찬가지로 이 와인 역시 매우 좋다. 프티 무통은 커피 가루보다는 크림 캐러멜과 자두 향이 도드라지고, 스케일이 크면서 우아한 와인이다. 잘 익은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76퍼센트를 꽉 채운 풍부한 과즙의 이 와인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테이스팅한 와인 중에서 오늘 바로 마시기에 최고의 와인이 아닌가 싶다.
92점
샤토 레오빌 바르통, 생-쥘리앙, 두지엠 크뤼 클라세, 보르도 2007(Château Léoville Barton, St-Julien, 2ème Cru Classé, Bordeaux 2007)
스타일 면에서 클래식 보르도 와인으로, 날카로움과, 개성, 성격을 갖춘 마시기 좋은 와인이다. 평소대로 푸아페레보다는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자매 샤토인 랑고아에서 최근 빈티지의 경우 점점 더 따라잡고 있긴 하지만 2007년에는 분명 레오빌 바르통이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91점
샤토 푸조, 물리, 메독, 보르도 2007(Château Poujeaux, Moulis, Médoc, Bordeaux 2007)
다른 와인보다 조금 더 절제되긴 했지만 꽤 괜찮은 메독이다. 과일 풍미가 풍부하고, 빌베리, 카시스, 삼나무 향이 층층이 느껴지며, 마지막에는 멘톨 향이 매력적이다. 이 와인도 마실 준비가 됐다.
90점
작성자
Jane Anson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7.2.16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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