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 밸리 와인메이커들과 유해 동물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제인 앤슨이 전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 중 ‘왕과 쥐, 그리고 치즈’를 아는가? 치즈를 사랑하는 왕이 살던 왕국에 결국 치즈를 먹고 싶어 하는 쥐들이 득실거리게 된다는 이야기 말이다. 어린 시절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겠다. 쥐들을 쫓기 위해 고양이들을 데려오자 궁전에 고양이가 득실 댔고, 다시 고양이를 쫓아내기 위해 개들을 데려오자 개들로 넘쳐나게 되었고… 이런 식으로 궁전이 코끼리 때에 의해 짓밟힐 위기에 처하기까지 온갖 동물들이 차례대로 왕궁을 차지한다. 그런데 코끼리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쥐다. 그래서 다시 쥐들이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식사 예절을 배웠는지 포크와 나이프로 치즈를 먹고, 그래서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나파 밸리의 스프링 마운틴 포도원에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효과적인 자연 방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로 먹이 사슬의 각 지점에 있는 자연 천적을 이용해서다.
나파는 이런 접근법과 완벽히 어울린다. 이곳에 들렀다 떠날 때마다 나는 항상 야생의 느낌을 간직한다. 마지막으로 거기 갔을 때에는 수확 시기에 잘 익은 포도 알을 따먹는 작은 새들을 쫓아내기 위해 훈련된 매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홀딱 빠졌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나를 매료시킨 건 땅에 사는 야생동물들이었다. 쿠커, 여우, 포섬, 사슴, 미국너구리, 야생 칠면조, 방울뱀, 야생고양이 등등… 그리고 이번에는 하늘을 나는 천적 대신에 센트럴 밸리의 익충들과 나파 시의 위스커스 테일스 앤 페럴스(Whiskers Tails and Ferals)를 부를 차례였다.
이곳의 토지 가격과 경매의 현란함, 그리고 헤지펀드 자금의 침공 때문에 나파 밸리의 포도 재배 면적이 작다는 사실을 잊게 되기 싶다. 이런 포도나무들과 나파 카운티의 80퍼센트는 개발이 영구적으로 불가하거나 제한되어 있고, 카운티의 약 10퍼센트는 국립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스프링 마운틴 포도원은 나파 밸리 구석마다 야생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완벽한 본보기다. 이곳은 딘 앤 델루카, 프레스 레스토랑, 모델 베이커리, 그리고 다양한 고급 상점들이 자리한 세인트헬레나의 세련된 중심가에서 겨우 몇 백 미터 높을 뿐이다. 하지만 산에 올라가면 넓게 펼쳐진 공간과 화산 토양, 그리고 케인, 팔로마, 스토니 힐, 루셔-발라드, 845에이커(342헥타르)로 미국 포도 재배지역 중 가장 넓은 토지를 소유한 스프링 마운틴 같은 31개 포도원을 찾을 수 있다.
듣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아는 포도원 관리자 론 로젠브랜드는 스프링 마운틴 포도원이 센트럴 파크와 거의 비슷한 크기로, 1.3에이커에서 5.1에이커(2헥타르)에 달하는 135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져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작은 오프 로드 사륜차를 타고 탐험을 나섰다. 이 땅 중 20퍼센트에만 포도나무가 심겨 있다는 건 믿기 어렵지 않았다. 620에이커(251헥타르)에 달하는 땅이 오크, 마드론, 소나무, 전나무, 미국삼나무 같은 나무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로젠브랜드는 볼리외와 스털링 포도원에서 일했던 전설의 와인메이커 테오 로젠브랜드의 아들이다. 그는 샤를 크뤼그와 V. 사투이를 위해 포도원을 관리하다가 2003년 스프링 마운틴에 도착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도전 과제를 맞닥뜨렸다.
“샤를 크뤼그에서는 대부분의 포도 열매가 1,200에이커(486헥타르)에 달하는 바닥에서 자랐어요. 그 당시 해충 문제가 생기면 그저 약품을 꺼내 뿌리기만 하면 되었죠. 하지만 여기에 왔더니 이곳의 소유주들이 포도원을 완전히 유기농 재배로 전환하는 임무를 맡겼습니다.”이론상으로는 물론 대단히 멋졌다. 하지만 그건 곧 포도원에서 금세 발생하기 시작한 시급한 두 가지 문제에 대처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바로 피어스 병과 잎말이병 바이러스였다. 이것은 생산 단계에서 대단한 위협이 되는 서로 다른 벌레로 인한 광범위한 문제였다. 이 해충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화학 살충제를 뿌리라고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프랑스에서는 플라브상스 도레 때문에 약을 전혀 쓰지 않은 유기농 생산자들이 지난 몇 년 동안 큰 고생을 했다.)
“2003년에 규정대로 처리를 시작했고 몇 년 동안은 규칙을 준수했지만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2005년에 나파 밸리 농업위원회를 찾아가 잎말이 병을 유발하고 포도 열매의 숙성을 늦추는 벚나무깍지벌레를 방제할 방안으로 곤충을 시험 삼아 써보고 싶다고 승인을 요청했어요. UC 버클리의 곤충학 박사 모니카 쿠퍼가 실험을 감독하기로 했고 우리는 여러 가지 익충들을 포도원에 풀었죠.”
처음 약품 사용을 중단했을 때에는 벚나무깍지벌레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이어졌지만 작정한 대로 계속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결국에는 꼬리깍지좀벌이라는 기생 말벌을 써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것들이 벚나무깍지벌레의 몸에 알을 낳았고, 새끼가 알을 깨면 벚나무깍지벌레의 몸을 파먹으며 밖으로 나왔거든요. 그렇게 놈들을 죽였죠.”
제프 골드블럼이 나왔던 징그러운 SF영화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효과는 있었다. 또한 자연선택의 효과에 대해서도 강력히 지지하게 되었다. 2006년 그들은 피어스 병의 매개체가 되는 유리날개나방에 관심을 돌렸다. 다행히 이것 역시 천적이 있었고, 이것은 불쌍한 벚나무깍지벌레의 몸속에 숨어 기다리는 기생 말벌보다는 조금 더 매력적인 것이었다.
“파랑새가 유리날개나방을 먹기 좋아한다는 걸 어딘가에서 읽어서 포도나무를 따라 파랑새 집을 50채 짓고 그 수를 관찰했습니다.” 로젠브랜드의 말이다.
“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파랑새 똥에서 유리날개나방의 잔해를 발견했거든요. 지금은 새집을 1,000개로 늘렸고, 계속해서 짓고 있습니다. 이걸로 거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어요.”
이러한 전술은 그 이후 밸리 전체에 퍼졌고, 스프링 마운틴은 화학 약품의 대안을 연구한 공로로 2010년 혁신가 상을 받았다. 1994년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시작된 100회의 수상 중 하나를 차지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 포도원에서는 7년 동안 살충제와 제초제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다시 산을 내려가다가 가장 오래된 카베르네 소비뇽 재배 구획에서 멈춰 로젠브랜드가 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다시 왕과 쥐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유기농 재배를 했을 때 나타나는 징조 중 하나가 바로 포도나무 줄 사이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긴 잔디다. 그런데 이곳 스프링 마운틴에서는 긴 잔디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졌다. 바로 들쥐였다. 긴 잔디 사이에 숨으면 매의 눈을 피할 수 있었고, 포도나무 줄기를 둘러싸고 나무를 갉아먹어 결국엔 나무를 죽이는 것이다.
위스커스 테일스 앤 페럴스가 바로 이 시점에서 도움을 준다. 이것은 여러 가정과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을 구해내어 포도원에 빌려주는 동물 보호 센터다. 짐작했겠지만 스프링 마운틴은 그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이곳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포도원으로, 현재 약 25마리의 고양이를 데려다가 성공적으로 들쥐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 사는 동물에는 모두 자연 천적이 있어요. 그저 그 수를 조금 늘리기만 하면 됩니다.” 나는 야생 고양이들이 식탁 예절을 지킬 수 있기를 빌며 그를 바라보고 미소 지었다.
작성자
Jane Anson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6.03.10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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