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가성비’ 최고의 와인을 찾고 있는가? 심하게 저평가된 와인 지역이나 와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디캔터의 전문가 여섯 명에게 물었다. 그들이 추천하는 열두 가지 와인도 함께 알아보자.
01
이안 다가타 Ian D’Agata
알자스 지방에서 생산하는 실바너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꼭꼭 숨겨져 있는 비밀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판매되는 가격의 두 배 이상 가치를 자랑하는 와인들이 많다. 일부 생산자들은 여전히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밋밋한 실바너를 내놓고 있지만, 산뜻하고 맛깔스러운 것부터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누구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풍부함과 깊이, 약간의 당도를 자랑하는, 진정 세계적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훌륭한 와인을 선보이는 곳들도 있다.
그럼 알자스의 최고 수준 실바너들은 어찌 그리 훌륭한 맛을 낼까? 주된 이유는 극도로 오래된 포도나무(수령이 50년 이상 된 것들이 많다.)로서, 법 제정의 실수가 낳은 행운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1962년 분별없이 세워진 법령에 따라 그랑 크뤼 구역에서 재배될 수 있는 ‘노블’ 품종은 게뷔르츠트라미너, 피노 그리, 뮈스카, 리즐링, 이 네 가지로 한정되었다. 당연히 그 구역에서는 실바너 나무가 모조리 뽑히고 말았다. 실바너로 만든 와인은 그랑 크뤼라는 라벨에서 얻어지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또한 위의 네 가지 노블 품종의 식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1976년 알자스에서 피노 그리의 재배 면적은 전체의 3%도 채 되지 않았으나 오늘날은 15%에 달한다) 그것도 그 품종들을 심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말이다. 그로 인해 그 소중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피노 그리 중에 풍미가 거의 없는 것들도 많은,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알자스의 실바너 재배 지역(1980년대에는 15%였으나 현재는 4%)이 앞으로 늘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생산자들이 귀띔하기로는 앞으로 실바너를 더 많이 심을 것이라고 한다.
단순하고 상큼하면서 깨끗한 맛의 실바너가 알베르트 복슬러Albert Boxler, 레온 베이어Leon Beyer(와인 소사이어티에서 2013년산 한병 당 8파운드에 판매중이다), 더를러-카데Dirler-Cadé(케슬러 그랑 크뤼 한복판에 자라는 50년 된 나무로부터 만들어진다), 도메인 바인바흐Domaine Weinbach, 휘겔Hugel, 요스메이어Josmeyer, 쿠엔츠-바스Kuentz-Bas, 뮈레Muré, 오스터타그Ostertag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모두가 흰 꽃과 섬세한 허브, 모과 향을 떠올리게 한다. 아가테 버신Agathe Bursin과 알베르트 셀츠Albert Seltz의 와인은 보다 깊다. 셀츠는 전통적으로 실바너가 유명한 초첸베르크의 오래된 포도나무들을 소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중요성만큼은 절대로 뒤떨어지지 않는 와인이 하나 더 있다. 클로스-세인트-이머Clos-St-Imer의 매우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나오는 번Burn의 늦게 수확한 실바너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풍부하고 깊은 풍미에다가 꿀을 탄 모과와 마멀레이드, 계피향을 풍긴다. 그의 포도원에 찾아가면 이 멋진 와인을 단돈 5유로에 판매한다고 하니 믿을 수 있겠는가!
다가타가 추천합니다.
02
앤서니 로즈 (Anthony Rose)
도우루Douro와 알렌테조Alentejo를 두 명의 새언니라고 부르는 건 불공평한 일일 수 있겠지만 바이라다를 포르투갈의 신데렐라라고 칭하는 건 경우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 본다.
그렇다면 바이하다의 못된 계모는? 포트를 보호하겠다며 포도원의 나무를 모조리 뽑게 했던 18세기의 폼발 후작이 되겠다. 신데렐라를 도와주었던 요정 할머니는 바가 프렌즈Baga Friends다. 업계의 전설 루이스 파토Luís Pato의 지휘 아래 더크 니푸트Dirk Niepoort의 합류로 더욱 힘을 얻은, 와인의 품질을 중시하는 이 생산자 단체는 포도원과 셀러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여 바이하다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켰고, 남다를 가능성을 지니고 있던 포르투갈 고유의 바가 포도는 섬세하면서도 가치가 높고, 훌륭한 품질을 자랑하는 장기 숙성 가능한 레드와인이라는 유리구두를 신게 되었다.
석회암과 점토가 섞인 토양의 절반에 바가를 심은 바이하다 – 대서양에 면한 포르토 바로 남쪽에 자리 잡은 8,840헥타르 규모의 비교적 작은 지역 – 는 품질 좋은 레드와인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자연적 장애물이 많다. 첫째로, 대서양에 가깝다 보니 수확을 해야 할 9월에 내리는 비가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고, 남쪽과 북쪽의 포도 열매 성숙 시기가 최대 2주까지 차이가 난다. 그리고 늦게 성숙하고 껍질이 얇은 바가 포도는 수확하지 않고 오래 놔둘 경우 쉽게 썩을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일찍 수확하면 타닌이 너무 강하다는 문제가 있다.
질병 관리, 솎아내기, 오래된 나무 보존, 포도원 생육주기 관리 등이 개선되면서 품질이 더 나은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아직은 더 인지도 높은 도우루와 알렌테조 와인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저평가되고 있는 바가 포도는 가격 대비 가치 면에서 우위가 있다. 루이스 파토의 딸인 필리파 파토Filipa Pato는 이렇게 말한다. “바가는 재배가 까다롭고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하지요. 마치 개성이 특별한 어린아이 같아요. 잘만 기르면 많은 것을 되돌려주지요. 또 바가는 바이하다만의 독특한 포도예요. 각 위치가 갖는 서로 다른 특성을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는 유일한 포도죠.” 가지를 제거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와인을 만들 때 어떤 장비를 쓸 것인가, 어떤 오크를 사용하고 얼마나 오래 숙성시킬 것인가, 같은 와인 생산 과정에서 관여되는 의사결정 역시 나무의 수령과 포도원의 잠재력 같은 것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독특하면서도 가끔씩은 아주 훌륭한 와인을 낳았다. 타닌이 적고, 뚜렷하면서도 복합적인 특성을 보이며, 검은 과일, 봉납, 올리브, 스파이스, 스모키한 아로마와 풍미를 갖춘, 바가로 만든 소수의 고품질 스파클링 와인도 잊지 말자. 이 지역 최고의 생산자들로는 아까 이야기한 바가 프렌즈가 있는데, 루이스 파토, 필리파 파토, 니푸트, 시도니오 데 소사Sidónio de Sousa, 부사코 와인스Buçaco Wines, 퀸타 다스 바게이라스Quinta das Bágeiras, 퀸타 다 바카리사Quinta da Vacariça가 이에 속하며, 이밖에도 카브스 데 사옹 주앙Caves de São João, 아데가 쿠페라티바 데 칸탄에데Adega Cooperativa de Cantanhede, 카브스 프리마베라Caves Primavera, 카브스 사옹 도밍고스Caves São Domingos, 카브스 알리앙사Caves Aliança, 캄폴라르고Campolargo 등이 있다.
로즈가 추천합니다.
03
피오나 베켓 Fiona Beckett
처음 맛본 와인을 끝까지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뮈스카데를 처음 만난 건 오래 전 런던의 한 와인상을 통해서였는데, 이 와인은 이후 (내 생각엔) 별다른 특징이랄 것도 없는 픽풀 드 피네Picpoul de Pinet의 유행에 밀리긴 했지만 언제나 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와인을 지켜주지 않았다. 뮈스카데의 판매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절정을 맞았다가 그 이후 급감하고 말았다. 이것이 오늘날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 큰 규모의 아펠라시옹은 루아르 강 어귀의 큰 지역을 차지하고 있고, 이곳에서 주로 재배되는 포도는 멜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다. 대부분은 뮈스카데 세브르 에 메인Muscadet Sèvre et Maine으로 규정되어 있고, ‘쉬르 리sur lie’ 기법(이스트 찌꺼기를 그대로 두어 숙성시키는 방법)으로 숙성되어 알코올 도수가 12%로 비교적 낮지만 픽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복합성과 견과 풍미를 자랑한다.
성숙시키지 않은 신선한 단계에서는(일부에서는 가볍게 거품을 느낄 수 있다) 해산물, 그중에서도 굴과 함께 즐기기에 아주 좋지만, 이스트 찌꺼기와 함께 숙성시키는 기법으로 인해 매우 놀라운 숙성 잠재력을 얻을 수도 있다. 이 지역 최고의 생산자 뤼노-파팽Luneau-Papin에서 내놓은 17년 된 뮈스카데를 맛본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여전히 갓 만든 것 같은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세 군데의 크뤼 코뮌 – 클리송Clisson, 고르주Gorges, 르 팔레Le Pallet에서 생산된 와인들도 찾아볼 가치가 있다. 이 와인들은 수확량과 포도나무 수령 면에서 조금 더 엄격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샤블리보다 더 풍부하고 무게감이 있다.
점점 더 많은 생산자가 와인의 무게감과 복합성을 높이기 위해 껍질과 접촉한 상태로 발효시키는 기법과 오크 숙성 방식을 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이 언제나 더 나은 와인을 만들어낸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뮈스카데가 본래 갖추고 있는 특유의 날카로움과 짭짤한 맛, 그리고 강렬함이 그것이 가진 매력 일부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추천할 만한 다른 생산자로는 도멘 드 레쿠Domaine de l’Ecu, 뱅상 카이에Vincent Caillé, 조 랑드롱/도멘 드 라 루베트리Jo Landron/Domaine de la Louvetrie, 도멘 드 라 페피에르Domaine de la Pépière가 있다. 2012, 2013, 2014년도 빈티지가 꽤 괜찮은데도 가격이 무척 낮으니 지금이야말로 구입하기 적기라 할 수 있다.
베켓이 추천합니다.
04
마커스 델 모네고 MW(마스터 오브 와인)
라인헤센은 독일의 가장 큰 와인 생산 지역으로서 1800년대 후반에 가장 유명하고도 세련된 와인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지난 세기 중반 이후로 립프라우밀히Liebfraumilch(독일산 약간 스위트한 화이트 와인)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돌연 모두가 달콤하고 저렴하면서 밋밋한 와인만 찾게 되었다. 룬더로크Gunderloch나 하일 추 헤른스하임Heyl zu Herrnsheim 같은 유서 깊은 와인 생산자들은 계속해서 훌륭한 리슬링을 내놓았지만, 전체적으로 가격은 폭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 이후로 라인헤센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리슬링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재배 면적의 15%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재능 있는 신세대 와인 생산자들이 리슬링 포도의 잠재력을 재발견하면서 완전한 드라이부터 감미로운 스위트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정말 뛰어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와인이 모젤Mosel의 산뜻함과 팔츠Pfalz의 풍부함, 라인가우Rheingau의 과일 향 가득한 우아함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놀랍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 켈러Keller와 비트만Wittmann 같은 생산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최신 그룹은 진정으로 훌륭한 고품질 와인을 만드는 동시에 즐거움을 찾자는 목표에 따라 손잡은 28명의 젊은 생산자 단체인 메시지 인 어 보틀Message in a Bottle이다.
독일의 최고 화이트 와인이 왕년의 품질은 되찾았지만 가격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매력적인 가격이라면 누구라도 높은 가치를 누리며 와인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라인가우나 모젤에서 나온 비슷한 품질의 리슬링과 비교했을 때 라인헤센의 가격은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 영국에서는 11파운드부터 시작하고, 독일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싸다.
메시지 인 어 보틀의 일원 중에 스테판 빈터Stefan Winter라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가 생산한 2013년산 디텔스하이머 리슬링 트로켄Dittelsheimer Riesling Trocken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와인은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는 20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생산된 것이다. 또 다른 우수 생산자 요헨 드라이시가커Jochen Dreissigacker는 “좋은 것을 가져다가 진정으로 훌륭한 것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야심 차게 와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의 이런 철학이 담긴 와인이 바로 2013년도 유기농 리슬링 트로켄이다.
델 모네고가 추천합니다.
05
파트리치오 타피아 Patricio Tapia
마울레는 분명 칠레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지역은 아니다. 아주 오래된 나무가 일부 자라고, 가히 대단한 와인 생산 역사를 자랑하긴 하지만 칠레에서 가장 넓은 와인 생산지이기도 하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고향인 마울레는 13만 헥타르 중에서 5만 헥타르에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마이포Maipo와 카사블랑카Casablanca가 더 유명한 와인 생산지로서 조명 받고 있다.
어쩌면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이포는 수도인 산티아고 외곽에 있지만 마울레는 차로 네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그다지 먼 거리라고 느껴지지 않지만 자동차나 고속도로가 없던 100년 전이라면 정말이지 멀고 먼 곳이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마울레의 인지도가 낮은 것은 칠레에서 저렴한 벌크 와인의 생산지로서 명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카베르네나 카르메네르 포도 1kg의 가격은 마이포보다 마울레가 5-6배나 낮다. 마울레 와인 가격도 마찬가지로, 다른 곳보다 마울레에서 훨씬 저렴하다. 그러다 보니 마울레에 가면 투박하지만 풍부한 풍미의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톡 쏘는 카르메네르 와인을 아주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마울레는 회생의 경험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가장 먼저 매우 개성이 강하고 질감과 향이 독특한 카리냥 포도의 재발견 덕분이다. 오늘날 모란드Morande, 길모어Gillmore, 운두루가Undurruga 데 마르티노De Martino 같은 생산자들이 한 병에 20파운드가 채 안 되는 가격에 훌륭한 마울레 카리냥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는 10파운드도 안 되는 것들도 있다. 품질 대비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가격이다.
마울레에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또 다른 재발견은 본디 스페인 정복자들이 들여왔던 파이스País 포도다. 이 포도는 오랫동안 카베르네나 메를로처럼 19세기 중반에 건너온 프랑스 품종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타닌이 강하지만 동시에 매혹적인 붉은 과일 풍미를 자랑하는 파이스 포도가 오름세에 있다. 모두가 루이스 앙투안 루이트Louis Antoine Luyt, 미겔 토레스Miguel Torres,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를 비롯한 여러 생산자 덕분이다. 이 와인들은 가격도 훌륭하다.
타피아가 추천합니다.
06
스티븐 브룩 Stephen Brook
블라우프랭키쉬는 오스트리아 동부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헝가리에서는 케잌프랑코쉬Kekfrankos, 독일 남부에서는 렘베르케Lemberger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렇지만 헝가리와의 국경을 따라 오스트리아의 부르겐란트 지역에서만 최고의 결과물이 생산되는 듯하다.
이 포도는 자연적으로 산도가 높으므로 지나치게 쏘는 맛을 피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숙성되었을 때 수확해야 한다. 또한 수확량이 많거나 와인 생산 기술이 미숙할 때 쉽게 망칠 수 있는 품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행히 오스트리아의 시행착오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노련한 생산자라면 이제 블라우프랑키쉬를 지나치게 다작하지 않아 맛이 부족하고 씁쓸한 와인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 와인을 숙성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부르겐란트 지역 곳곳에서 너무나도 다양한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 어떻게 보면 이것이 부르겐란트블라우프랭키쉬의 강점일 수도 있으리라. 조금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은 캐스크나 탱크에서 숙성하여 본래의 아로마와 과일 향을 보존시키는데, 그 결과로 비교적 쉽게 마실 수 있는 상큼하면서도 톡 쏘는 레드와인이 탄생한다.
이와는 반대로 작은 참나무통 바리크에서 숙성시키는 경우도 많다. 1990년대에 부르겐란트에서는 새 오크를 최대한 많이 사용해 오크 향을 늘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오늘날에는 오크 향이 진한 와인들도 예전보다 훨씬 더 균형이 잘 맞는다.
바로 여기에서 포도 품종 자체가 그 힘을 발휘한다. 섬세한 오크 균형을 맞춘 농축된 맛의 블라우프랑키쉬는 독특하고, 복합적이고, 오래 지속하는 힘을 지닌 와인이다. 품종의 품질은 정말 좋은 시라나 카베르네 프랑, 산지오베제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가격은 훨씬 합리적이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내에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놀라운 품질을 자랑하여 거의 ‘컬트’ 와인이 되어 버린 싱글 빈야드 와인도 있으나, 15-30파운드 수준에서도 대단히 뛰어난 와인은 넘쳐난다.
노이지들러제 호수Neusiedlersee 주변에서 최고의 생산 지구는 라이타베르크Leithaberg로서, 배수가 잘되는 석회암 구릉 지대에서 정갈한 와인이 생산된다. 하지만 블라우프랑키쉬의 진정한 고향은 조금 더 남쪽에 있는 풍부한 점토 비탈 지형의 미텔부르겐란트Mittelburgenland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무게감과 바디가 매우 풍부하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주드부르겐란트Südburgenland가 있는데, 이곳의 점판암 지형은 와인에 매우 다른 특징을 더해준다.
와인의 스타일 면에서 볼 때 소비자들은 너무나도 다양한 선택권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저렴한 캐스크나 탱크 숙성 스타일부터 더 높은 가격의 구조 잡힌 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 그러면서도 품질 면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와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라이타베르크에서 내가 가장 최고로 치는 생산자는 파울 악스Paul Achs, 피트나우어Pittnauer, 프리엘러Prieler, 어네스트 트리바우머Ernst Triebaumer, 우마덤Umathum이다. 미텔부르겐란트의 경우에는 알베르트 젤만Albert Gsellmann, 실비아 하인리히Silvia Heinrich, 이비 앤 파울 커쉬바움Iby and Paul Kerschbaum이 좋고, 주드부르겐란트에서는 크루츨러Krutzler와 쉬퍼Schiefer를 마셔보자.
브룩이 추천합니다.
작성자
Decanter Staff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5.07.30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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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알자스지역의 실바너를 이야기 하면서 알베르 셀츠의 실바너가 깊다라는 말만하는건 너무 아쉽게 느껴지네요. 저 분은 실바너라는 포도품종을 알자스에서 유일한 그랑크뤼 등급으로 올린 사람입니다. 알자스에서는 휘겔, 뮈레, 와이바흐, 오스터타그 조차도 따라올 수 없는 실바너를 만드는 독보적인 사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