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종종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 단순히 숫자가 주는 압도감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그 오랜 세월을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재 가치가 증명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380년이 훌쩍 넘는 역사의 포트 하우스, 콥케(KOPKE).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지난 9일, 와인비전에서 KNJ와인앤스피리츠의 정경일 대표의 진행 하에 콥케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가장 오래된 포트 와인 하우스”의 타이틀을 가진 콥케는 독일인 니콜라우 콥케(Nicolau Kopkë)에 의해 시작되었다. 외교관의 신분으로 포르투갈에 정착한 그는 2년 후인 1638년에 Nicolau Kopkë & Co.를 설립하고 첫 포트 와인을 생산한다. 그리고 400년의 가까운 세월을 와인 생산에 매진한 콥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포트 와인 하우스가 되었다.

이번 세미나가 특별했던 이유는 무려 10종의 토니 포트가 준비되었기 때문인데, 1960 빈티지를 시작으로 7종의 콜레이타 빈티지 포트(Colheita Vintage Port)와 20, 30, 40년의 올드 토니 포트(Old Tawny Port)를 비교 테이스팅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주정 강화에 사용하는 알코올 도수 77도의 아구아르덴테(aguardente) 증류주도 맛볼 수 있었다.

포트 와인은 처음에 일반 와인 생산과 동일한 과정을 거치는데, 발효하여 알코올 도수가 5~9%에 도달하면 증류주를 넣어 주정 강화한다. 알코올 도수 19~22%에 도달하면 효모가 죽어 발효 중단되고, 미처 발효되지 못한 남은 당분으로 인해 단맛이 남는다. 레드 포트에는 껍질이 두껍고 타닌이 많은 포르투갈 토착 품종이 블렌딩되어 생산되며, 주요 품종으로는 토우리가 프랑카(Touriga Franca), 친타 호리즈(Tinta Roriz), 친타 바호카(Tinta Barroca), 토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등이다.

포트 스타일은 크게 루비(Ruby)와 토니(Tawny), 2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이는 주정 강화 이후 사용하는 숙성 용기와 산화 진행 여부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포트 생산에서 오크통은 와인에 오크 풍미를 더 하기 위함이 아닌, 저장을 위한 공간의 의미이기에 큰 사이즈 또는 오래된 오크통을 주로 사용한다.

루비 스타일 포트는 산소의 영향이 최소한으로 미칠 수 있도록 매우 큰 오크통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만 숙성하여 진한 색과 1차 과일 특성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토니 포트는 파이프(pipe)라고 불리는 배럴 통에서 장기간 산화 숙성을 거치는데, 황갈색~갈색을 띠며 숙성을 통해 건포도, 호두, 커피, 캐러멜, 초콜릿 등의 풍미가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번에 준비된 와인 모두 토니 포트에 속한다. 10년, 20년, 30년 등 연수가 표시된 토니 포트에서 명시된 연수는 혼합한 와인들의 평균 연수다. 토니 스타일 포트는 병입 전 여과하여 침전물을 걸러내며, 출시 시점에 이미 완전히 발전된 상태이기에 추가적인 병 숙성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루비 스타일의 꽃이 빈티지 포트라면, 토니 스타일의 꽃은 콜레이타 포트라 할 수 있다. 단일 빈티지로 생산하는 콜레이타 포트는 오크통에서 최소 8년 이상 숙성시킨다. 이번에 시음한 콜레이타 포트는 1960, 1965, 1978, 1980, 1998, 2000, 2002 등 7종으로, 세월이 선사하는 선물인 복합적인 산화 풍미가 우아하게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