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세계 각국에서 즐기는 부활절과 디저트

Eat

세계 각국에서 즐기는 부활절과 디저트

Angela LEE 2023년 4월 7일

그리스도를 믿는 전 세계 국가들은 부활절을 맞이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마치 우리네 민족들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명절처럼 말이다. 부활절을 맞기 위해 40일간의 경건한 훈련은 물론, 그 기간에 들어가기 위해 카니발 축제를 먼저 여는 것처럼 이들의 자세는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변하지 않는 문화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부활절의 음식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디저트는 그리스도인을 이해할 수 있는 친근함이 묻어난다.

매년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부활절의 날짜

그리스도를 믿는 세계의 국가들은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고 즐기는 크리스마스보다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아남을 기념하는 부활절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부활절의 날짜는 아직까지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의견이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서방교회에서는 춘분 당일 혹은 춘분 직후의 만월 다음 첫 번째 일요일로 부활절을 정해 놓아 3월 22일부터 4월 25일 사이의 기간 중 어느 한 날에 행사가 있게 되나, 동방교회에서는 다른 기준을 사용하므로 조금 뒤에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부활절 의식은 전형적으로 밤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부활 성야(Easter Vigil)는 성 토요일과 부활절 사이에 행해져 죽음의 어둠 속에서 그리스도가 승리하여 새로운 삶을 얻는 과정이 중점적으로 강조된다. 부활 성야 예식에는 어둠을 밝히는 빗의 상징인 부활초(Paschal Candle)가 빠질 수 없다. 중세에는 토요일 아침이나 오후에 미사가 행해져 철야 예배의 상징성이 상실되었으나 1955년 로마 가톨릭교회가 밤에 미사를 드리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상징성이 회복되었다.

부활절에 대한 개신교의 태도는 역사적으로 변화되어 온다. 청교도주의적인 교파에서는 준수 거부를 한 적이 있으나,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부활절에 대한 중요성이 부여되어 부활절 예배가 널리 행해지고 있다.

부활절과 관련된 풍습과 상징

그리스도인이 아니더라도 부활절에는 달걀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활절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달걀, 토끼, 백합 등은 각각 새로운 삶, 풍요, 순수함을 나타내며, 특히 유럽 중부나 동부에서는 양을 예수의 상징이라 하여 양고기를 부활절의 중요한 음식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흰옷은 새로운 생명을 나타낸다고 하여 널리 입힌다.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 교회(성당)의 경우 ‘주님 부활 대축일’이라 하여 전례서에 규정된 대로의 예식이 행해진다. 성3일의 예식은 ‘주의 만찬’을 시작으로 부활 성야제로 정점에 이르며 부활 주일 저녁기도로 끝나는데, 성 토요일 부활 성야까지 가능한 한 파스카 단식을 행하도록 되어 있다.

개신교에서는 1947년부터 교파돠 관계없이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으나, 1960년대에는 노선의 분열과 대립으로 인해 진보와 보수적 성향의 교단이 별도로 기념예배를 행하며 갈라졌고, 1970년대에도 통합과 분열을 거듭하다가 1978년 다시 통합되어 지금은 대도시별로 연합예배를 개최하기도 한다.

2023년 새로운 부활절의 시작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은 그리스도를 믿는 국가의 부활절 행사도 빼놓을 수는 없다. 화려한 축제의 카니발 행사를 치르고 나면 40일 동안 금식과 단식을 지키며 부활을 기다려온 그리스도인은 올해 2023년 아마도 조금은 예전의 화려한 축하의 의미를 담은 부활절 미사,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인만 자체적인 예배와 미사로 기쁨을 대신하지만, 세계의 여러 국가에서는 카니발부터 벌써 큰 행사를 치르기 시작했다.

우선 부활절의 긴 휴가와 가족, 친지, 연인들이 모여 부활절 만찬을 즐기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도 부활절 메뉴를 따로 내걸고 준비한다. 나라마다 전통적인 부활절 메뉴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으로 먹는 것은 부활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달걀과 나라마다 부활의 상징을 나타내는 디저트는 빼놓을 수 없다. 올해 부활절은 다른 해와 다르게 들썩이며 기쁨을 나누고, 가족끼리 집에서 달걀을 이용한 디저트를 만들며 예전처럼 자유롭게 부활절을 축하할 수 있어 기대가 남다르다.

[(위) 콜롬바 파스콸레 / (아래) 쿨리치]

부활절을 상징하는 세계의 디저트

콜롬바 파스콸레 Colomba Pasquale / 이탈리아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는 그 어느 나라보다 카니발과 부활절 행사를 공식적으로 성대하게 치른다. 거의 일주일 정도의 부활 휴가가 시작되면, 가족을 찾아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손에는 모두 콜롬바 빵이 들려 있다. 콜롬바는 이탈리아어로 ‘비둘기’라는 뜻이다. 모양도 날개를 편 비둘기의 모양을 취한다. 이탈리아 20개 주에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부활절 디저트이지만, 출발점을 찾는다면 밀라노가 주도인 롬바르디아와 이탈리아의 남쪽 섬 시칠리아라고 할 수 있다. 콜롬바에 들어가는 재료는 밀가루, 버터, 달걀, 설탕, 오렌지 껍질, 과일 말린 것 등으로 엇비슷하지만, 롬바르디아 주에서는 마지막 마무리로 빵 위에 아몬드 가루를 넣어 만든 설탕 시럽과 데코 슈가를 뿌리고, 시칠리아에서는 삶은 달걀을 껍질째 올리는 것이 다르다.

츄레키 Tsoureki / 그리스

그리스에서 부활절에 먹는 디저트는 츄레키다. 쓴 맛이 나는 야생 체리의 씨, 생강 등의 향신료에 설탕, 달걀을 넣고 반죽한다. 반죽의 질감은 브리오슈와 비슷하다. 반죽은 머리카락을 땋는 모양으로 만들어 굽는다. 마지막으로 빨간색의 식용 물감으로 색을 입힌 삶은 달걀을 올려 장식한다. 이는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 츄레키 역시 지역마다 집집마다 만드는 고유의 레시피가 다르며, 모양도 둥근 것과 긴 것으로 다양하고, 위에 장식으로 십자가 모양의 반죽을 얹은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부활 전 수요일에 준비하여 부활절 만찬 후 디저트로 즐긴다. 평상시에는 아침으로 커피, 우유와 함께 먹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메뉴로 누텔라를 발라 몹시 단 츄레카도 있다.

쿨리치 Kulitch / 러시아

그리스도교의 한 파인 러시아 정교회가 국교인 러시아에서도 부활절은 큰 행사로 치러진다.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쿨리치라는 부활절 디저트이다. 러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현재는 불가리아, 조지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지로 퍼져 있다. 밀가루, 달걀, 우유 설탕, 버터, 건포도, 과일 말린 것을 넣고 만들며, 마지막에 설탕과 달걀흰자로 만든 시럽을 발라주고 보드카, 럼 또는 코냑, 샤프란, 넛맥으로 향기를 준다. 쿨리치 디저트는 식탁에서 즐길 때 여러 가지 그림으로 장식한 삶은 달걀, 붉은 장미 등을 장식하여 부활절 전날인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먹는다. 평상시에는 아침 메뉴로도 사용된다.

[(위) 까피로타다 / (아래) 모나 델 파스콰]

까피로타다 Capirotada / 멕시코

인구의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멕시코는 부활절 주간에 따로 성대한 축제를 연다. 특히 수도인 멕시코시티와 휴양지로 유명한 칸쿤에서는 다양한 부활절 행사가 열려 멕시코인 외에도 이곳을 들르는 여행자에게 기억에 남을 시간을 선사한다. 이 행사의 어디에서든 쉽게 찾을 있는 디저트가 까피로타다이다. 건포도, 계피, 정향, 치즈로 속을 채운 단맛이 나는 빵인 까피로타다는 각각의 재료에 부활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빵 반죽은 예수의 몸을, 정향과 계피 스틱은 십자가와 못을 상징한다. 요즘은 부활절 전날에 까피로타다를 만들어 놓지만, 예전에는 먹다 남은 빵을 불려서 오븐 용기에 깔고 그 위에 속 재료를 넣고 다시 빵을 덮고 치즈를 올려 익혀 먹었던 가난한 시절의 메뉴이기도 하다.

코주낙 Kozunak / 불가리아

불가리아 정교를 믿는 불가리아 역시 부활절의 행사는 큰 의미를 지닌다. 먼저 부활절을 앞둔 성 목요일에는 집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삶은 달걀에 물을 들이는 작업을 한다. 예수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자연의 초록색, 그 밖에 조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색을 달걀을 물들이고, 아이들의 얼굴에도 십자가를 그린다. 그리고 부활절 당일에는 코주낙 빵을 먹으며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코즈낙은 원래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디저트이나 현재는 루마니아, 몰도바 등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꿀, 건포도, 호두, 과일 말린 것, 치즈 등을 넣고 만들어 단맛이 나고, 롤 케이크와 같은 질감을 보인다. 테이블에서 즐길 때는 성 목요일에 물들인 달걀을 함께 놓아 장식한다.

모나 델 파스콰 Mona de Pascua / 스페인

스페인의 부활절은 축제의 한마당이다. 지역마다 신부, 수사들이 성모 마리아, 예수 수난 장면 조각상을 들고 거리를 걸으며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의 옷을 입거나 참회자의 모습으로 행진하기도 한다. 또한 긴 부활절 휴가 또한 주어져 많은 사람들이 지역 부활 행사에 참여한다. 축제의 시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모나 데 파스콰라는 디저트다. 다르게 표현하면 ‘부활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설탕, 밀가루, 아몬드 가루, 달걀, 레몬 껍질을 넣고 반죽한 후 가운데가 뚫린 도넛 모양의 케이크 틀에 반죽을 넣어서 오븐에서 익히면 된다. 다 익은 모나 데 파스콰를 식탁에 올릴 때는 가운데 뚫린 곳에 삶은 달걀을 올리고 설탕을 뿌려서 서브한다.

[(위) 심넬 케이크 / (아래) 파샤 케이크]

심넬 케이크 Simnel Cake / 영국

국경일로 지정된 영국의 부활절에는 휴가가 주어지고, 교회별로 크고 작은 축제로 부활의 기쁨을 알린다. 영국의 부활절에는 심넬 케이크를 먹는다. 이 케이크는 중세 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오랜 역사를 가진 디저트로, ‘Simnel’은 라틴어로 고운 질감의 밀가루를 뜻한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세몰리나(Semolina) 가루를 말한다고도 한다. 여하튼 이 케이크는 중앙에 아몬드와 설탕을 갈아서 혼합하여 만든 마지팬(Marzipan)으로 십자가 모양을 장식하여 케이크를 만든다. 말은 케이크지만 작고 둥근 모양을 가진 빵에 가깝다. 십자가 모양의 마지팬에서 아몬드 입자가 약간 씹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질감을 선사한다.

핀카 Pinca /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종교가 주를 이루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는 덕에 부활절에 즐기는 디저트도 비슷하다. 둥근 모양을 한 핀카는 버터, 달걀, 럼, 건포도, 감귤류의 껍질 등을 넣고 둥글게 반죽한 후 오븐에 넣기 전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준다. 빵이 부풀며 익으면 칼집의 모양은 더욱 선명하게 십자가의 모양을 띠게 된다. 이 모양이 예수 부활의 의미를 보여준다. 다른 나라의 부활절 디저트는 부활절 당일 축하의 만찬 뒤에 먹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에서는 그들의 전통 디저트 핀카를 부활절을 앞둔 약 일주일 전, 그러니까 40일의 수난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먹는다. 이 핀카를 먹음으로써 수난의 시기가 끝나고 기쁜 부활이 다가옴을 축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파샤 케이크 Pasha Cake / 핀란드

루터복음교가 주를 이루는 핀란드에서는 부활절 이전에 아이들에게 작은 화분에 독보리라는 식물을 심게 한다. 이 식물이 싹이 트면 푸르른 새순은 봄을 상징하며 새로 태어난다는 부활의 의미를 갖게 한다. 요즘은 튤립, 백합, 수선화 등을 심기도 한다. 또한 삶은 달걀을 숨기고 찾는 놀이도 하며 부활절 휴가를 즐긴다. 핀란드의 전통 부활절 디저트는 파샤 케이크다. 부활절 하루 전에 리코타 치즈를 준비해 수분을 제거하고, 다음날 달걀과 설탕을 섞어 부드러운 거품의 상태로 만들어 준 뒤 생크림, 버터를 중탕하여 잘 섞어준다. 여기에 레몬즙, 아몬드, 건포도, 말린 오렌지, 향신료 등을 넣어 준 뒤 둥근 모양의 틀에 담고 냉장고에서 굳힌 후 잘라서 먹는다.

Tags:
Angela LEE

꿈에서도 이탈리아어로 잠꼬대를 하며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에 대한 정보를 찾고 쓰고 있어요.

  • 1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