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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된 파라다이스, ‘집콕족’이 살아남는 법

봉쇄된 파라다이스, ‘집콕족’이 살아남는 법

임지연 2020년 4월 16일

식료품점, 마트, 병의원, 은행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을 강제 폐쇄한 하와이 주에서 평소 좋아하는 알코올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고 있는 분위기다.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화려한 불을 밝혔던 수백여 곳의 대형 ‘펍(Pub)’과 현지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카이무키(Kaimuki)’, ‘마키키(Makiki)’ 등의 작은 골목 곳곳에 자리했던 소규모 주류 전문 판매점들이 일제히 매장 내 좌석 이용을 금지한 채 ‘To go’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매장 내 방문 후 TO GO 또는 전화 주문 배송이 가능한 호놀룰루 시에 소재의 와인하우스

실제로 지난 3월 말부터 하와이주에 속한 8곳의 크고 작은 섬에는 ‘주민이동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데이비드 이게(David Ige) 하와이주 지사 령으로 발부된 내용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을 포함하여 섬으로 여행 온 외부 관광객 모두 이달 30일까지 일체의 외출이 금지됐다. 식료품 구입 또는 병의원 방문 등 급한 업무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이동이 금지된 셈이다. 또한, 지난 10~12일 3일 동안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바퀴가 달린 모든 이동 수단의 이동 금지령’이 추가됐던 바 있다. 이 시기 하와이 주는 그야말로 암흑 상태였다.

때문에 평소 매장 방문객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주류를 판매했던 유명 레스토랑부터 골목마다 하나둘씩 찾아볼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소규모 술집들은 최근 들어와 ‘TO GO’ 판매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속속 목격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달 초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주류 판매에 대한 ‘배달’ 서비스 장려 정책을 허가하면서, 알코올 판매량은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보다 더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등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주류 판매량 급증이라는 웃지 못할 기현상을 불러온 셈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오아후 호놀룰루 시 중심의 ‘펍’이 문을 굳게 닫은 모습

특히 주민이동제한령이 지속되는 동안, 일명 ‘집콕족’이 크게 늘어나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알코올 섭취를 늘리는 주민들의 사례가 증가하다. 시장조사기관인 닐슨(Nielsen)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 자택대피령이 미국 상당수 도시에서 시행되면서 주류 판매량 역시 5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미국 정부가 일부 주와 도시를 대상으로 알코올 판매 시 ‘배달’ 형식의 판매 방식을 우선 허가하면서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일명 ‘415호 법안’으로 불리는 알코올 구매자에 대한 배송 서비스 도입 허가 규정은 미 연방정부와 각 주의 규제 완화 조치의 물결에 힘입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알코올 판매 방식에 있어서 ‘배송’ 서비스 도입은 주류업계가 수십 년간 미국 정부에 요구해왔던 규제 완화 정책이었다.

이는 지금껏 알코올 구매 시 반드시 구매자 본인의 신분증을 지참한 후 주류 전문 판매점 또는 레스토랑 등을 방문, ‘TO GO’ 형식의 구매만 가능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약 80%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자택 대피령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는 주민들을 위해 술 구입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한 셈이다.

‘테이크 아웃’ 및 전화 주문 등의 서비스를 도입한 하와이 현지 소규모 ‘펍’의 모습

더욱이 관광업을 기반으로 한 하와이 주와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뉴욕 주, 캘리포니아, 네브래스카, 버몬트, 켄터키, 콜로라도 주, 워싱턴DC 등에서는 알코올을 취급하는 레스토랑과 펍 등에서 배달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주류 판매 방식의 다양화를 허가한 상태다. 또, 메릴랜드와 텍사스 주는 주류 판매점이 직접 주문 고객에게 술을 배달하는 ‘직접 배송’ 방식도 허용했다.

단, 메일랜드와 텍사스 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 정부에서는 배달 전문 애플리케이션 또는 배달 중개 업체를 통해서만 주류 배달 서비스를 제공토록 제한적인 허가를 선언했다. 알코올 생산 업체 또는 주류 전문 판매 업체와 소비자 사이에 ‘배송’ 전문 중간 업체를 두는 방식으로 주류 판매량에 대한 정부의 수월한 관리 감독을 이어가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와이 주 정부는 알코올 종류마다 생산 업체와 판매 업체 등이 직접 소비자 개인에게 배달 가능한 범위를 상이하게 운영토록 했다.

와인의 경우 하와이 주를 포함한 46곳의 주와 워싱턴DC 등에 소재한 업체들은 해당 업체가 중간 배송업체의 중개를 생략한 채, 직접 고객의 집으로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도록 완화된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또, 뉴욕, 메릴랜드, 뉴저지 주 등 주류 판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와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해 주 정부는 이 일대에서 영업 중인 주류 판매점에 대해 필수 사업장으로 간주,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알코올과 관련한 추가 완화 정책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 연방 정부가 알코올 산업을 외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미국 경제 내에서 주류 산업이 차지하는 막강한 파워’를 꼽았다. 더욱이 하루 평균 2~3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미국의 위기상황에서 미국 연방 정부가 주류 업계의 산업 창출 효과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현지 업계 전문가들은 일관적인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다.

실제로 ‘American Beverage Licensees’가 공개한 지난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맥주, 와인 등 주류 업계가 가진 경제적 영향은 연간 3633억 3천만 달러 이상의 산업 창출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 GDP 기준으로 미국 경제의 약 1.6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또한, 이 같은 알코올 생산 및 유통, 판매업체들은 연평균 약 164건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오고 있으며, 미 연방과 주 정부가 벌어들이는 지방세 징수액은 매년 약 320억 달러를 초과달성해 오고 있다.

하와이 특산 주류 업체인 ‘마우이 브루잉 컴퍼니’에서는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 사진 출처: 마우이 브루잉 컴퍼니 홈페이지

한편, 하와이산 주류와 와인을 취급하고 있는 로컬 수퍼마켓 체인 푸드랜드(Foodland)의 케오니 챙(Keoni Chang) 부사장은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고기와 농산물 같은 생필품과 주류의 매출량이 두 자릿수 넘게 늘어났다”면서 “주류 판매량 급증은 하와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주민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스트레스를 술로 극복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하와이 현지에서는 한인 교민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배송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여행 가이드 업종에 종사했던 한인 교민들이 나서서 현지에서 사업 중인 한인 레스토랑과 식당, 펍 등을 중심으로 배송 서비스 지원에 나선 것. 특히 ‘팁’ 문화가 발달한 하와이 내에서 배송 비용 외에 추가 팁을 요구하지 않는 한인 배송 업체의 등장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호놀룰루 시내와 다운타운, 와이키키 해변 등을 잇는 일대의 주문 고객에 대해서는 배송료 7달러 정액제를 도입하는 등 미국 현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저가의 서비스를 지원해오고 있다. 배송 업체에 전화 또는 문자를 통해 원하는 레스토랑과 펍 등의 제품을 주문한 후, 고객의 집으로 직접 배송한 한인 배송 업체에 상품 가격과 7달러의 정액 배달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또한, 일부 하와이 소재 일부 ‘펍’에서는 100달러, 70달러, 30달러 등 일정 금액 이상의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딜리버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난국을 타개하려는 분위기도 목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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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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