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저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가 향후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줄일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무알코올 와인에 대한 수요 가능성이 크게 증가했다는 평가다.
또, 대표적인 무알코올 맥주 브랜드 업체 럭키생트(Lucky Saint)는 지난해 초 ‘술 없는 한 해를 보내겠다’는 건강 운동인 ‘dry January’의 참여자 수가 6만 5천 명에 불과했던 반면, 올해는 그 수가 1만 명 더 증가한 7만 5천 명을 기록했다면서 이 분야에 집중된 관심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수치를 공개했다.
과거 저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와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일부 여성 소비자들이 즐기던 저도주 음료라는 편견을 넘어 색깔과 맛만 교묘히 흉내 낸 포도 주스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기까지 그 시장성이 점차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조사 결과다.
이 분야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굳이 업체가 공개하는 조사 결과를 찾아보지 않아도 이제는 쉽게 육안으로 무알코올 전성시대를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과거 ‘부어라 마셔라’며 즐기던 음주 문화에서 가볍고 오랜 시간 즐기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저도수 무알코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주류 전문점과 마트, 와인 전문 상점에서도 무알코올 또는 저알코올 와인 상품을 진열장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무알코올 와인을 자주 찾는 애호가들에게 기쁜 소식은 최근 들어 그 향과 맛이 기존의 와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급 무알코올 와인 제품들이 속속 시중에 출시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금껏 일반 맥주를 무알코올 또는 저알코올 맥주 바꾸는 것은 와인의 경우보다 쉽게 여겨졌던 반면, 와인의 경우에는 이것보다 어려운 정제 과정이 수반되는 탓에 비교적 시중에 출시된 무알코올 와인의 종류가 한정적이었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맛과 향 역시 일반 와인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도 감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수준 높은 무알코올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된다. 밀러 패밀리 와인컴퍼니는 유명 여성 셰프인 캣 코라와의 협업과 무알코올 와인 개발에 대해 “과거엔 맛있는 와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서도 “다양한 요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을 내놓을 수 있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밀러 패밀리가 선보인 무알코올 와인 핸드온하트 개발에는 5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와인 메이커 다수가 참여해 와인의 섬세한 향과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알코올 와인은 기존 와인과 비교해 설탕, 탄수화물 함량이 낮아 저칼로리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클럽 소다의 윌러비 매니저는 지난해 10월까지 미국의 저알코올 및 무알코올 와인 시장의 규모는 무려 64.1% 이상 성장했다고 집계했다. 그는 “이 분야 관계자들은 지금껏 무알코올 와인의 가장 큰 성장 걸림돌로 높은 가격을 꼽았지만, 사실상 이는 와인 애호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의 단순한 포용력의 문제였다”면서 “일반 와인과 같은 수준의 가격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의외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무알코올 와인 시장 규모는 앞으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요즘 모든 레스토랑과 건강 식품점, 카페 등에서 알코올이 없는 음료가 진열장을 가득 채운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굳이 통계를 꺼내 들지 않고도 두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 시장에서 무알코올이 차지하는 영향력의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주류전문매체 더스피릿비즈니스는 지난 2010년대를 맥주와 사이더의 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면, 2020년대는 무알코올로 대표되는 ‘NoLo(No & Low Alcohol)’의 10년이 유력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