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기사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첫째, 맥주와 음식의 강도를 맞춰라. 둘째, 맥주와 음식에서 서로 비슷한 맛을 찾아라. 위의 두 가지 페어링 공식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대조되는 맛 이용하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마 이 부분까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더 깊이 있는 페어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혼자 페어링을 준비하는 것보다 요리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셰프와 함께 준비할 때, 더욱 깊이 있고 풍부한 페어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요리에 해박해야 페어링을 잘 할 수도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조되는 맛을 이용하는 방법을 단순히 정의하자면, 같은 맛이 아닌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맛들이 만나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때 특정한 맛이 상승하기도 하고 반대로 상쇄되기도 합니다. 이를 이용하여 페어링 주최자는 음식과 맥주의 특정한 맛들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부정적인 맛은 상쇄 시켜, 표현하고자 하는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같은 요리라 할지라도 주최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맛이 다를 경우, 각각 다른 맥주를 매칭하여 전혀 다른 페어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크게 강조 / 상쇄 / 컷 / 익숙함으로 나눠집니다. 다소 낯설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 파트별로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1. 강조(Emphasize): 다른 두 가지의 맛이 만나, 둘 중 특정한 맛이 강조되거나 둘 다 맛이 상승하는 경우입니다. 감칠맛이 강한 고기에 단맛이 나타나는 맥주와 페어링하면 감칠맛이 다소 강조되는 것이 그 예입니다. 또한, 매운맛과 쓴맛이 만나면 두 가지의 맛이 모두 강조됩니다. 만약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매운 음식에 쓴맛이 강한 IPA를 페어링하여 보다 더 매운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2. 상쇄(Suppression): 다른 두 가지의 맛이 만나, 둘 중 특정한 맛이 상쇄되거나 둘 다 맛이 약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쓴 한약을 먹고 단 사탕을 먹는 것은 쓴맛과 단맛이 만났을 때 서로 상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3. 컷(Cut): 마우스필(Mouthfeel)과 맛 또는 마우스필 간의 작용으로, 앞서 소개되었던 예의 반대로 매운맛에 단맛이 합쳐지면 매운맛이 감소합니다. 따라서 매운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단맛이 있는 맥주(Brown Ale, Sweet Stout 등)와 페어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4. 익숙함(Familiarity): 여러 맛을 이용하여 익숙한 음식을 연상시키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 케이크와 딸기의 풍미가 강한 크릭(Kriek) 맥주를 같이 먹을 때 초콜릿을 묻힌 딸기를 연상하는 방법이 이에 해당합니다.
몇 가지 실제 푸드 페어링의 예시를 들면서, 위의 이론들이 푸드 페어링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아래의 페어링은 가장 이해하기 쉬운 페어링이거나 역사적으로 많이 소개되는 예시로, 집에서도 쉽게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1. Fish and Chips with British Bitter
1) 맥아로부터 오는 빵가루, 토스티한 맛은 음식의 반죽이 튀겨지며 생겨난 고소한 맛과 잘 어우러져 고소한 맛이 강조됩니다. / 비슷한 맛
2) 맥주의 적당한 탄산감과 쓴맛은 음식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어, 보다 불편함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 대조되는 맛(Cut)
3)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기름진 맛을 잡기 위해 쓴맛이 과한 맥주를 사용할 경우, 음식의 감칠맛을 해칠 수 있어 과한 쓴맛을 가진 맥주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4) 마지막으로 피쉬앤칩스를 먹을 때 식초를 많이 뿌려 먹는데, 이는 비린 맛과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2. Curry with American IPA
1) 카레의 화사한 스파이시함은 IPA의 강한 홉 캐릭터에서 오는 스파이시함과 만나 더 강조됩니다.
2) 맥주의 오렌지, 자몽과 같은 시트러스한 캐릭터와 카레의 화사한 향신료의 맛이 잘 어우러집니다.
3) 맥주의 탄산감은 카레를 먹고 난 후 입안을 리프레쉬(Refresh)하게 해줍니다.
4) 그 외에도 맥주의 쓴맛은 카레의 은은한 매운맛을 강조시켜주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쓴맛이 강할 경우 음식의 감칠맛을 해칠 수 있어 비교적 쓴맛이 적은 IPA(low IBU or NEIPA)를 추천합니다.
이 외에도 ‘고다 치즈(Gouda Cheese)와 앰버 에일(Amber Ale)’, 기네스로 잘 알려진 ‘아이리쉬 스타우트(Irish Stout)와 생굴’ , ‘구운 돼지고기와 매르젠(Marzen)’ 등이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페어링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고 맛의 캐릭터 설정과 원리만 안다면 누구나 쉽게 원하는 대로 페어링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페어링을 찾는다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맥주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