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할 때 부끄러운 실수를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예산을 넌지시 알려주는 방법, 악명 높은 ‘와인 테이스팅 의식’을 잘 해내는 방법, 그리고 문제가 있는 와인을 돌려보내는 방법도 알아보자. 디캔터 칼럼니스트 앤드루 제퍼드, 디캔터의 최고 레스토랑 비평가 피오나 베켓, 와인 작가이자 소믈리에 에밀리 오헤어로부터 조언을 들어보자.
이 가이드라인은 가죽으로 표지를 댄 두꺼운 와인리스트를 떨리는 손으로 잡아본 적 있는 사람, 그 중요하다는 첫 번째 테이스팅을 하면서 식은땀을 흘려본 적 있는 사람 – 그것도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기대에 찬 눈으로 당신만 쳐다보고 있는 상태에서 – 을 위한 것이다. 친구든, 가족이든, 고객이든, 데이트 상대든, 마주한 사람들이 당당히 와인리스트를 손에 든 당신의 해박한 와인 지식에 매료되도록 만들어보자.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하는 일에서라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와인 전문가들을 섭외해보았다. 앤드루 제퍼드는 디캔터에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한 칼럼니스트로서 올해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즈에서 프랑스 지역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디캔터의 최고 레스토랑 비평가이자 와인 작가인 피오나 베켓은 와인과 식사를 즐길 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정확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 선택을 주제로 한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에밀리 오헤어는 런던의 저명한 리버 카페에서 수석 소믈리에이자 와인 구매자로 근무하면서 얻은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의 시각을 제시할 것이다.
소믈리에와 대화를 나누는 건 두려운 일일 수 있다. 특히 예산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함께 두려움을 떨쳐버리도록 하자.
소믈리에와 이야기하기
소믈리에를 최대한 활용하라. 수년간의 훈련은 물론 백과사전과도 같은 와인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와인리스트에서 그들이 흥미롭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세요. 대부분이 결코 바가지를 씌우려 하지 않고 자신이 찾아낸 색다른 와인을 당신에게 알려줄 기회가 생긴걸 기뻐할 겁니다.” 피오나 베켓의 말이다. 반면 앤드루 제퍼드는 소믈리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에 대해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마주칠 수 있는 좋은 소믈리에와 나쁜 소믈리에를 다음과 같이 구분지어 설명했다.
좋은 소믈리에:
“정말 좋은 소믈리에는 일종의 스피드 데이트식 심리학자라고 볼 수 있어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돈이 얼마나 많은지, 무얼 정말로 원하는지 단 몇 마디 대화만 나누어보고도 금세 알아낼 수 있죠. 그런 다음 당신이 대화 속에서 알려준 힌트를 찾아내 좋은 와인을 추천합니다.”
나쁜 소믈리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소믈리에는 그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마셔보라고 고집하는 사람들이에요. 따뜻한 빈티지의 친근한 보르도를 원할 뿐인데 불안한 도른펠터나 고린내 나는 예술적인 피노 누아를 한사코 들이밀죠. 품종 와인이나 혁신적인 시도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넌지시 예산 알려주기
이건 중요하다. 웨이터나 소믈리에에게 예산을 미리 알려주는 건 매우 중요하고 그것을 불편하게 느껴서는 안 된다.
“각 가격대마다 훌륭한 와인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소믈리에가 낮은 가격대의 괜찮은 와인을 추천할 수 없다면 그 와인리스트는 잘못 짜인 겁니다. 리버 카페에는 낮은 가격대에도 좋은 와인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와인을 보고 손님이 자기가 비싼 것을 마시지 못할 거로 보이느냐고 오해할 정도였죠.” 에밀리 오헤어가 말했다.
그러나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면 오헤어가 제시하는 대안도 좋다. “와인리스트에서 특정 가격대의 와인 몇 가지를 가리키면 소믈리에가 눈치를 챌 겁니다. 낮은 가격대를 선택한다고 해서 소믈리에가 크게 한숨을 쉬며 슬픈 표정을 지을 거로 생각하지 마세요.”
물론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와인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당신이 그날 저녁을 사는 것이 아니라면.) 여러 가격대의 여러 가지 와인을 제시한 다음 사람들이 좋다고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놀란 듯 아무 소리도 못 하는지 살피는 것도 요령 있는 방법이다.
친구, 가족, 혹은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와인을 주문하는 건 매우 막중한 책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들의 요구를 예상하거나 들어주면서도 차분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언젠가 읽은, 와인과 해산물 요리를 매치하는 법에 대한 신문 기사가 떠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디캔터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계산하라: 와인 한 병에 5-6잔 정도 나온다.
-소믈리에가 부담을 지게 하라.
-인원이 많은 경우 쉽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의 와인을 골라라.
-특정한 음식과의 매칭을 고집하지 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인 고르기
레스토랑 테이블은 종종 서로 다른 기호와 입맛, 기분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장소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만족하는 와인을 주문할 수 있을까? 피오나 베켓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공식을 제시한다. “정답은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 명이 있다면 각각 잔으로 주문할 수 있겠죠. 네 사람의 경우 저라면 화이트 와인 한 병, 그리고 가벼운 레드 와인 한 병을 주문하겠어요. 이런 경우에는 라이트 혹은 미디엄 바디 레드 와인이 좋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이 대체로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되는 이유 중 하나죠. 보졸레도 매우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앤드루 제퍼드가 말했다.
음식의 맛이 진한 경우 가벼운 스타일 혹은 미디어 바디 와인을 선택하면 그것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그저 식사의 일부가 되어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나 당신의 데이트 상대, 혹은 친구들이 와인 마니아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바꾸려 들지도 마라. 당신 마음속의 전도사가 남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아주 특별한 와인을 주문하겠다고 꾸역꾸역 나선다면 사람들의 반응에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그렇다면 대규모 파티는 어떤가? 에밀리 오헤어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다음과 같이 알려주었다.
-테이블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지 말자. 물론 총 몇 병을 주문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화이트와 레드 중 어느 것을 원하는지 정도는 손을 들어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풀바디 와인을 원하는 시끄러운 목소리와 가벼운 스타일을 바라는 조그만 목소리들을 걸러내느라 고생을 하게 될 수 있다.
-식사에 크게 방해가 되거나 주의를 흩트릴 수 있는 와인은 고르지 말아야 한다. 지나치게 오크 풍미가 강하거나 무거운 와인 등 특징이 매우 독특한 와인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모두의 기호를 완전히 반영하려 애쓰지 마라. 그런 부담은 소믈리에에게 넘겨라. 기꺼이 받아줄 것이다. 그들은 대규모 그룹의 경우 어떤 와인이 좋은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설사 와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당신이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아 와인을 선택했음을 이해할 것이다.
명심할 것: 750mL 와인 한 병이면 대략 5-6잔 정도가 나오고 식사를 하는 동안 한 사람당 평균 3잔 정도를 따라줄 수 있다. 하지만 넉넉히 준비하는 게 좋다. 술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없으니 말이다.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와인 매치하기
한 손님은 비프 부르기뇽을 주문하는데 다른 한 손님이 굳이 도미 요리를 먹어야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앤드루 제퍼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음식과 와인 매치를 두고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메인 요리로 생선을 먹는데 보르도가 마시고 싶다면, 아니면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샤블리가 마시고 싶다면, 고민하지 말고 주문하면 됩니다. 저는 보통 먹고 싶은 음식과 함께 평소에 즐겨 마시는 와인을 주문합니다. 설사 소믈리에가 보기에는 희한해 보여도 그게 나 자신에게는 가장 기분 좋은 조합이거든요. 소믈리에가 못마땅하게 바라보거나 그렇게 주문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나서면 그 일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최종 황금 법칙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와인을 주문하는 것에 대해 겁을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음식을 주문할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요. 치즈 보드에서 어떤 치즈를 골라 먹을지 걱정하나요? 아마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와인에 대해서도 겁내지 마세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찾아낸 다음 조언을 구하면 됩니다.” 베켓이 말했다.
친구들과 모임이든, 고객을 만나든, 데이트를 하든, 와인을 가져온 뒤 이어지는 일종의 의식은 긴장되는 순간일 수 있다. 당신이 선택한 와인을 들고 웨이터가 다가오면 테이블에서 오가던 대화가 멈추고 모두 기대에 찬 눈으로 당신이 어떤 평가를 할지 기다린다. 이 순간에 어떻게 하면 침착하게, 전문가처럼 행동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와인리스트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고르고 나면 최후의 도전이 남는다. 바로 와인 테이스팅 의식이다. 웨이터는 왜 라벨을 보여주는가? 코르크 냄새를 맡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 중요한 첫 번째 시음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그 과정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와인이 도착하면
당연한 일 같지만 많은 이는 와인병에 붙은 라벨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웨이터가 그것을 바로 코앞에 갖다 놓아도 말이다. 하지만 생산자와 스타일, 빈티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으면 주문한 것과 다른, 어쩌면 더 질이 떨어지는 와인에 돈을 쓰게 될 우려가 있다. “와인이 나오면 라벨을 보고 주문한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하세요. 빈티지가 달라지면 가격도 달라질 수 있고, 그러면 네 병이나 마신 뒤 계산서를 보고 깜짝 놀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잘못은 엉뚱한 와인을 내온 레스토랑에 있지만 마시기 전에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당신에게도 있습니다.” 에밀리 오헤어가 조언한다.
경고의 말
“좋은 빈티지를 골랐는데 그것이 다 떨어진 경우 미리 알리지 않고 마음대로 그 다음 해의 것을 내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앤드루 제퍼드의 말이다. 제대로 내온 경우 웨이터나 소믈리에는 라벨을 당신의 방향으로 노출한 상태로 와인을 열어야 한다. 당신이 그것을 제대로 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코르크과 과하게 젖었거나 아니면 너무 말랐거나, 부스러지지는 않는지 코르크를 확인해보라며 내어줄 수도 있다. 코르크 냄새를 맡는 건 자기 마음이지만 그렇게 한다고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첫 번째 테이스팅
당신이 호스트라면 테이스팅을 해보라며 웨이터가 와인을 약간 따라줄 것이다. 식탁보 같은 흰색 배경으로 와인의 외양을 먼저 보자. 와인의 색상을 확인한 뒤 안에 떠다니는 것이 없는지 살핀다. (일부 스타일에는 찌꺼기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잔을 몇 차례 돌려 산소를 통하게 하고 아로마를 발산시켜라. 잔을 테이블 위에 올린 채로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가볍게 잔을 코에 갖다 대고 와인의 향기에 집중한다. 여러 가지 향을 맡을 경우 후각이 쉽게 피로해질 수 있으므로 몇 차례 반복하는 것도 좋다. 그런 다음 한 모금 마시고 입속에서 굴리며 예상치 못한 맛이나 불쾌한 맛이 없는지 확인한다. 명심하라. 문제가 있다면 이 시점에 소믈리에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맛이 간 와인을 찡그린 채 반병 이상 마신 뒤가 아니라 말이다. “코르크에 문제가 있는지 살피기 위해 테이스팅을 하긴 하지만 그 향에 특히 민감한 사람이 더 있기 마련입니다. 와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거나 이유 없이 너무 밋밋하다면 바꿔달라고 말하세요. ‘원래 그런 맛이 나는 것’이라고 레스토랑에서 말하거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주장하세요.” 피오나 베켓의 말이다.
최종 황금 법칙
이 엄숙한 의식은 때로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요리와 음료를 통틀어 와인이 가장 비싼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따라서 와인에 충분한 시간과 주의를 집중하여 와인 값에 대한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당신은 어떤 손님인가? 서비스에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이야기하는 편인가? 아니면 테이블 아래로는 주먹을 꽉 쥔 채고 예의 바르게 웃기만 하는가? 소믈리에 에밀리 오헤어가 문제 있는 와인을 이야기하는 방법과 그때 레스토랑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려준다.
런던 리버 카페의 전 헤드 소믈리에이자 와인 구매자로서 에밀리 오헤어는 손님과 레스토랑 측을 모두 경험해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제시하는, 불만을 제기할 때 거쳐야 할 네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와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소믈리에에게 맛볼 것을 요청한다.
첫 시음을 하는 것이 고객이므로 불만을 제기할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 소믈리에의 의견을 구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는 건 온전히 고객의 몫이다. 와인의 문제를 찾아내는 건 미생물 오염을 감지하는 것처럼 기술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유가 상한 것을 느끼는 것처럼 직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와인 값을 지급하는 고객으로서 당신은 와인의 상태를 문제 삼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2. 그러면 소믈리에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디캔팅을 해드리겠습니다.” 일부 와인은 연 직후 약간 악취를 풍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동의하고 맛이 달라지는지 확인하자. 와인에 숨 쉴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3. 디캔터에서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도 와인이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소믈리에에게 다시 한번 살펴봐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4. 좋은 소믈리에라면 다른 병을 가져오겠다고 할 것이다. 물론 당신과 의견이 같거나 당신이 와인에 대해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 확실할 때의 말이다. 당신에게 경험이 없다고 생각하면 와인리스트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다른 와인을 주문할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최종 황금 법칙
와인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레스토랑을 직접 비판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 와인은 생산지에서 테이블까지 오는 동안 얼마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와인에 문제가 생겨 교환해야 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다.
작성자
Laura Seal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7.5.20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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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