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독일, 맥주 말고 와인

독일, 맥주 말고 와인

고혜림 2023년 3월 2일

독일, 맥주로 유명한 곳 아닌가요? 맥주에 열광하는 이들은 매년 독일에서 열리는 글로벌 행사,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에 참가해 다양한 맥주를 맛보며 축제를 즐긴다. 맞아, 독일은 맥주로 유명하지. 그렇지만 독일은 오래전부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과 마찬가지로 와인을 생산하는 구대륙(Old World) 중 하나다. 독일 와인, 어디까지 마셔 봤나요?

모젤 강 주변 빈야드 (출처: ourtastytravels.com)

독일 와인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라인(Rhine) 강이며, 강줄기를 따라 포도가 자라고 프랑스 알자스(Alsace)와 함께 품질 좋은 리슬링(Riesling) 품종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로마 시대에 이미 포도를 재배했다고 하니 그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저가의 질 낮은 포도로 당도 높은 와인을 대량으로 만든 탓에 독일 와인의 명성이 일부 퇴색된 느낌이 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드라이한 와인이 점차 많아져 와인 레이블에 ‘트로켄(Trocken)’ 표시가 자주 등장한다.

독일에는 13개의 주요 와인 산지가 있으며 그중 모젤(Mosel), 라인가우(Rheingau), 라인헤센(Rheinhessen), 팔츠(Pfalz) 등에서 생산한 와인을 한국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지역마다 개성이 다른 와인을 생산하는데, 리슬링 이외에도 뮐러-트루가우(Muller-Thurgau),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그리(Pinot Gris), 실바네르(Sylvaner), 피노 블랑(Pinot Blanc),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등을 볼 수 있다. 프랑스 알자스 지역과 겹치는 품종이 꽤 되는데? 독일과 프랑스의 동일 품종을 비교 시음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대표적인 포도 품종인 리슬링은 당도를 기준으로 레이블에 표시를 하는데, 독일어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철자도 발음도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정리를 해보면 독일 리슬링은 크게 란트바인(Landwein), 크발리태츠바인(Qualitatswein) 그리고 프라디카츠바인(Pradikatswein)으로 분류할 수 있다. ‘크발리태츠바인’ 표시가 있다면 ‘퀄리티 와인’이라는 의미로 독일의 유명 리슬링 산지에서 생산된 와인이 여기에 속한다. 프라디카츠바인은 크발리태츠바인보다 당도가 더 높으며 한 지역에서만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져야 한다.

프라디카츠바인에 속한 리슬링은 포도 수확 시점의 당도에 따라 6개로 분류하는데 Kabinett(까비넷), Spatlese(슈패트레제), Auslese(아우스레제), Beerenauslese(베렌아우스레제), Trockenbeerenauslese(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그리고 Eiswein(아이스바인)이 있다. 와인 레이블에서 베렌아우스레제 이상의 표시를 본다면 ‘아, 달콤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독일 리슬링이 유명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최근에는 피노 누아 품종도 눈에 띈다. 독일어로 슈패트부르군더(Spatburgunder)라 불리며 독일 와인산지 전역에 고루 분포해 있다. 각 산지마다 전혀 다른 개성의 피노 누아를 생산하며 숙성 잠재력을 보유하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비싼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대신해 입과 코를 즐겁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찾아보니 프랑스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피노 누아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고 하는데, 보통 독일 내에서 모두 소비되고 수출하는 양은 적은 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요즘 한국에도 하나 둘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와인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죽기 전에 마셔야 할 1001가지 와인(1001 Wines You Must Try Before You Die, Hugh Johnson)”에도 실린 에곤 뮬러(Egon Muller), 프리츠 하그(Fritz Haag), 로버트 바일(Robert Weil)이나 바인구트 켈러(Weingut Keller) 리슬링도 좋지만 독일 피노 누아도 기회가 닿는다면 더 마셔봐야겠다. 특히 2018 빈티지가 훌륭하다는 평이 많던데 그러면 구해서 마셔봐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독일 스파클링 와인도 빼놓을 순 없다. 젝트(Sekt)라 불리며 접근성이 좋은 와인부터 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괜찮은 품질의 젝트는 보통 리슬링과 피노 누아, 피노 블랑이나 피노 그리를 블랜딩해 만든다. 와인 레이블에 도이처 젝트(Deutscher Sekt)라 적혀 있다면 독일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만들어졌다는 의미이고, 빈쩌젝트(Winzersekt)라는 표시가 있다면 품질이 좋은 젝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빈쩌젝트는 단일 빈티지에 단일 포도 품종 또는 피노 뀌베로 만들어지며 샴페인과 마찬가지로 전통 방식에 따라 양조를 하고 최소 9개월간 숙성을 해야 한다.

Tags:
고혜림

와인 덕질 중인 본캐 번역가

  • 1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