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라는 단어가 자칫 남용되고 있지만 소스는 참 다양하게 사용되고 요리마다 사용되는 소스의 이름도 다양하다. 우리는 그저 모든 것을 통합하여 소스라고 말하지만, 사실 맛을 내는 이 액체의 다양한 레시피는 요리 한 접시를 만드는 일만큼 복잡하기도 하고 ‘아 이런 것도 소스구나’하고 실없는 웃음을 날릴 수도 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소스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하 evo)로 만드는 소스는 주로 샐러드의 양념으로 사용한다. 가열하지 않고 만드는 소스이기 때문에 시중에 팔고 있는 올리브오일보다 한 단계 높은 evo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향기와 맛이 살아있는 evo에 소금과 레몬즙만 넣으면 샐러드에 사용하는 소스는 완성된다. 취향에 맞게 레몬즙의 양을 가감할 수 있다. 대신 소금과 레몬즙을 먼저 잘 섞어 준 뒤 evo는 맨 마지막에 조금씩 넣어 거품기를 이용해 섞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잘 혼합되어 소스의 농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샐러드를 먹을 때마다 evo 소스를 만들기 거추장스러우면 작은 소스병에 evo, 소금, 레몬즙을 넣고 잘 섞어서 미리 만들어 놓고 사용해도 좋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마늘, 페페론치노, 허브, 등을 넣고 다양한 맛이 나는 소스를 만들어 놓으면 시중에서 파는 드레싱 소스를 구매하지 않아도 그때그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발사믹 소스]
설탕이 귀했던 고대 로마 시대에서는 포도즙(머스트)을 졸여서 사바(Saba)라는 양념을 만들어 사용했었다. 이것이 전통 발사믹 식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 요리사, 아체타이아(발사믹 식초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손을 거치면서 전통 발사믹 식초는 우리 몸에 필요한 양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포도즙을 발효해서 얻은 발사믹 식초는 단맛이 강한 포도즙을 나무통에 넣고 여러 번 다른 나무통으로 옮겨 담아 숙성한다. 숙성 연도에 따라 전통 발사믹 식초(Aceto Balsamico Tradizional 이하 ABT)에 원산지 보호 인증(DOP)을 받게 된다. 우리가 샐러드 소스로 사용하는 발사믹 식초는 1~2년 정도의 숙성 과정을 거친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초이다. 보통 여기에 올리브 오일을 넣어 빵을 찍어 먹거나 소스를 만든다.
여기서 잠깐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이탈리아 식당에 가면 테이블에 올리브 오일 그리고 검은 색으로 한 두 방울 발사믹 식초를 떨어뜨려 서브한다. 정말 근거 없는 소스다. 만약 이렇게 먹는 것을 선호해서 서브를 한다면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을 거품기로 섞어서 주어야 한다. 섞이지 않는 상태로 빵을 찍어 먹으면 섞이지 않은 기름과 식초는 어느 맛도 가감해 주지 않는다. 그저 한 번은 신맛, 한 번은 기름 맛을 느끼게 될 뿐이다.
발사믹 소스는 발사믹 식초에 evo, 소금, 후추를 넣고 만든 소스이다. 색이 검은색으로 변하지만 맛은 상큼하고 레몬을 넣었을 때보다 단맛이 첨가되어 먹기 쉬운 소스가 된다. 발사믹 소스는 샐러드, 생선, 고기 등 다양하게 곁들일 수 있지만 재료 본연의 색을 살리고 싶다면 발사믹 식초, evo, 소금, 후추를 미리 섞어 뿌리지 말고 나중에 따로 넣어준 뒤 요리와 함께 섞어 주는 것이 요리의 색감을 살릴 수 있다.
[참깨 소스 또는 타히니 소스]
타히니 소스는 동아시아의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서아시아부터 코카서스, 발칸 반도, 북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지역에서 사용하는 참깨로 만든 소스이다. 중동 지역에서는 타히니 소스에 병아리콩을 갈아서 섞어 만든 후무스, 푸울, 팔라펠 등의 풍미가 강한 요리로 완성된다.
타히니 소스는 샐러드에 뿌리거나 빵을 찍어 먹는 소스로 활용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면 요리의 소스로 인기가 많다. 참깨를 기본 베이스로 사용하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구리, 망간, 아미노산 메티오닌, 오메가 3와 오메가 6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칼슘과 단백질이 많아 채식주의자들이 단백질 섭취를 위해 즐겨 먹기도 한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으며, 땅콩 크림과 비교할 때 높은 영양 성분 대비 낮은 설탕 함유량과 칼로리를 보인다. 우리나라 참깨를 이용해서 만들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