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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다른 이유가 없다 : 이탈리아 피렌체

“너의 서른 번째 생일,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연인들의 성지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

피렌체 관광의 정점이다. 두오모 성당 주변에는 화려한 건물 등 볼거리가 모여있다. 피렌체의 상징은 단연 두오모 성당이다. 정식 명칭은 ‘꽃의 성모마리아 성당(Basilica Santa Maria del Fiore)’이다. 한국 여행객들이 이 성당을 찾는 이유는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 등장한 쿠폴라(Cupola)때문이다. 위의 대사를 다시 읊어보자. 영화 속 연인의 만남을 기약하는 한 줄이다. 주위를 훑어보면, 유독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쿠폴라는 브루넬레스키의 작품으로 거대한 붉은 타일로 덮여 있으며, 지름이 45.5m로 당시 사다리 없이 지은 가장 큰 건물이다. 제작 기간도 170여 년이 들었다(1292년에 착공해서 1436년에 완공했다). 쿠폴라 내부에는 바사리(Vasari)와 주카리(Zuccari)의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다. 여행객들은 이 그림을 보려고 고개를 꺾어 천장을 바라본다. 쿠폴라의 높이는 106m이며 무려 463계단을 올라야 한다. 정상에 오르면 맞은편에 조토의 종탑을 시작으로 피렌체 시내와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가는 길이 어둡고 좁아서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그게 한여름이라면 옷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의 체력 소모를 각오해야 한다. 물론 정상에 도착하면, 그 수고를 어느새 잊고 셀카 삼매경에 빠진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주인공으로 빙의하여 이어폰을 귀에 꽂고 ‘The Whole Nine Yards’를 들으며 오르는 이도 있다. 낭만은 곧 체력 고갈에 의해 깨지게 마련이지만…

[사진 001] 붉은 지붕의 두오모 성당

[사진 001] 붉은 지붕의 두오모 성당

[사진 002] 성당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

[사진 002] 성당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


두오모를 오르는 이가 많아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같이 올라갔던 일행과 수많은 사진을 찍고 내려갔다. 어두워 지려 한다. 해가 지기 전에 얼른 내려가, 다른 건축물을 올라가야 하므로 서둘렀다. 두오모의 맞은 편에 해와 겹쳐 보였던 종탑. (최소한 한국인과 일본인들에게는) 두오모 성당의 입지에 가려서 그저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 종탑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 두오모 성당 옆에 세워진 이 종탑은 84m이고, 피렌체 출신 화가 조토와 그의 제자 피사노가 함께 작업해 14세기 말에 완성했다. 두오모와 마찬가지로 외관은 장미색, 흰색, 녹색의 3색 대리석을 이용해 정교하게 만들었다. 종탑 최하단에 장식된 붉은색 패널 안에 있는 부조는 안드레아 피사노의 작품이다. 현재 종탑에 장식된 것은 복제품이다. 원작은 두오모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 종탑 전체 문양의 주제는 ‘인간의 구원’이다. 스콜라 철학에서 기인한 문양들이 종탑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데 제일 아래의 육각형 대리석 부분에는 인간의 창조와 농업, 예술, 법률 등에 관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이 종탑은 두오모 성당보다는 조금 낮은 높이지만, 계단이 414개나 되어 만만치 않은 체력이 소모된다. 그래도 올라가는 계단의 통로가 두오모보다는 넓고 수월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두오모의 쿠폴라가 장관이다. 다행히 아직 석양이 사라지지 않았다. 슬슬 블루 아워(석양이 질 무렵의 어둡고 푸른 하늘-편집자)를 즐길 시간이다. 허벅지가 터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마지막 블루 아워까지 챙겨봤다.

 

[사진 003] 두오모 성당 위에서 바라본 조토의 종탑

[사진 003] 두오모 성당 위에서 바라본 조토의 종탑

[사진 004] 잘 정리된 피렌체 건물의 붉은 지붕

[사진 004] 잘 정리된 피렌체 건물의 붉은 지붕

다음날, 어제도 그랬지만 같이 여행 온 여자 사람 친구들이 아침부터 선전포고를 했다. 오늘은 본인들 위주의 여행이 될 거라면서. 사실 피렌체는 내가 양보했다. 알아서 쫓아다닐 거라며. 난 이탈리아 여행에 동행한 친구들이 피렌체에 꼭 가야 하는 이유를 도착하고서야 알았다. 더 몰(The Mall). 이름을 듣고는 단순히 쇼핑몰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했다. 아침에 크게 준비할 게 없어서 숙소 로비에 앉아 더 몰에 대한 검색에 들어갔다. 숙소 로비는 가히 여성들의 천국이다. 피렌체에서 큰 흰색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광경은 흔하다. 특히, 피렌체는 프라다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란다. 대부분 여성이 포스팅한 블로그를 보는데, 대동소이하다. 내 동행인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첫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더 몰은 유료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피렌체에서 시타(SITA) 버스로 1시간 정도 타고 가면 아울렛 매장에 다다른다. 버스는 1시간에 1대가 운행되며, 8:50부터 19:20까지 운영한다. 이 아웃렛은 접근성이 좋아서 (특히 여성) 관광객들이 몰린다. 반대로 나같이 목적 없이 쓸려온 영혼들은 시간 보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그녀들이 왜 피렌체를 고집스럽게 여행 코스에 넣었는지. 더 몰에서 만족하지 못한 여행객은 프라다 스페이스로 이동한다. 당연히 우리도 이동했다. 이 아웃렛은 프라다 제조 공장에 있다. 대부분 프라다와 미우미우의 이월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으며, 시중보다 30~4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간혹 ‘파이널(Final)’이라고 쓰여 있는 제품들이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흠집이 있는 물건들은 추가로 할인해 주기도 해서 발품 파는 게 남는 것이니 잘 돌아보길 바란다. 물론 이 모든 정보는 내가 발품팔아서 얻었다기보다는 동행인을 통해 들은 것이 많다.

[사진 005] 프라다 스페이스. 많은 한국 여성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사진 005] 프라다 스페이스. 많은 한국 여성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쇼핑해줘야 하는 곳이 있다면, 또 먹어 ‘줘야’ 하는 게 꼭 있게 마련이다. 피렌체의 명물 음식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Bistecca alla Fiorentina)이다. 피렌체의 전통 음식으로 세계 최초로 티본 스테이크를 만들었으며, 등심과 안심 부위의 소고기가 T자 모양의 뼈에 붙어 나온다. 피오렌티나의 크기는 무려 1.2~1.8kg 정도이며, 두께도 3cm 이상이다. 고기의 기름기가 적고 숯불에 구워진 형태이며, 주로 레어로 익혀서 나온다. 구운 감자와 샐러드를 사이드 메뉴로 곁들이면 좋다. 티본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의 내부는 좁은 편이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젊은 사람이 많이 찾으며 시내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방문하기 편하다. 티본 스테이크가 유명한 레스토랑은 어디일까. 일단, 트라또리아 차차(Trattoria ZAZA). 티본 스테이크의 맛이 좋다고 하는데, 한국인들이 정말 많다. 블로그에 피렌체와 티본 스테이크의 연관 검색어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레스토랑이다. 이태원에서 저녁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 레스토랑 안을 배회하다가 나왔다. 역시나 메뉴판에 한국어가 보인다. 이 레스토랑만의 브랜드 와인도 판매한다. 중앙시장 광장에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다. 유명한 맛집 주변에는 아류작들이 즐비하다. 보통 원조가 빛을 발하지만, 때론 주변에 있는 집들이 일취월장할 때도 있다. 같은 티본 스테이크 레스토랑이지만, 좀 더 소박한 트라또리아 라 부라스카(Trattoria La Burrasca) 레스토랑을 택했다. 차차 식당 왼편에 있는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이 가게를 만날 수 있다. 좀 투박하긴 했지만, 티본의 육즙이 담백했다. 반대로 추가로 주문한 스파게티는 치즈를 발라 나온 것처럼 느끼했다. 메인 요리를 모두 마음에 들어 해서 전체적인 식후 분위기는 좋았다.

[사진 006] 피렌체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티본 스테이크

[사진 006] 피렌체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티본 스테이크

[사진 007] Trattoria La Burrasca 레스토랑

[사진 007] Trattoria La Burrasca 레스토랑


산타 마리아 역에서 버스 표를 사고 정류장에서 13번 버스를 기다린다. 피렌체 시내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가기 위함이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기는 하나, 효율적인 여행 경로를 생각한다면 이 방법이 낫다. 버스의 종점에서 내리면 다비드상이 보이는 광장에 도착한다. 미켈란젤로 광장은 도시의 동남쪽에 있는 작은 언덕으로 피렌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적의 야경 포인트다. 피렌체처럼 도시 전체가 유적지로 지정된 곳을 둘러보고 나면 무엇을 보았는지 헷갈리게 된다. 특히 크고 작은 건축물이나 명화가 많은 곳을 보는 경우 먼저 전체적인 광경을 둘러본 뒤 하나하나 자세히 보는 것이 효과적인데, 피렌체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시작 지점으로 알맞은 장소가 바로 미켈란젤로 광장이다. 이곳에서 촬영한 사진이 주로 피렌체를 홍보하는 관광 사진으로 사용된다. 광장은 미켈란젤로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세워졌으며, 광장 중앙에 서 있는 다비드상은 복제품이다. 원작은 피렌체 아카데미아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다. 낮에 가면 피렌체의 붉은 지붕 집들이 작은 시야를 꽉 채운다. 해 질 무렵에 오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특히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밤에 이곳에 와서 추억을 담는다. 두오모, 조토의 종탑, 베키오 궁전이 내려다보인다.

[사진 008] 미켈란젤로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다비드 상

[사진 008] 미켈란젤로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다비드 상

[사진 009] 광장에서 바라보는 피렌체 시내의 야경

[사진 009] 광장에서 바라보는 피렌체 시내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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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발로 기억하는 보헤미안, 혀로 즐기는 마포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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