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류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수제 맥주가 아닐까.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164억 원에서 2019년 880억 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으며, 매년 20~30%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수제맥주협회는 2024년, 수제 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의 6.2%를 차지하며 3,000억 원의 시장 규모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처럼 국내 수제 맥주가 눈부신 급성장을 이뤄낸 배경에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 홈술과 혼술 문화의 확대, 그리고 주세법 개정 및 주류 관련 규제 완화 등 수많은 사회·문화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격변의 시기를 맞이한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에게 직접 듣고자 한다. 솔직한 현장 이야기를 풀어줄 첫 타자는 ‘스퀴즈 브루어리’의 김대헌 대표다.

스퀴즈 브루어리 브루펍과 양조장

‘스퀴즈 브루어리’는 맥주 마니아 ‘김대헌 대표’의 꿈이 실현된 공간으로, 설립 2년 만에 춘천의 각광받는 지역 명소가 되었다. 입소문난 이곳의 맥주 맛이 근사한 분위기와 곁들이는 훌륭한 음식 덕분으로 알았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스퀴즈 브루어리의 맥주 품질에 대한 설명은 ‘2020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의 ‘Best of 2020’ 수상 소식으로 대신한다. 올해 출품된 600여 개의 쟁쟁한 수제 맥주 브랜드 중에서 당당히 최고상을 거머쥔 것이다. 그리고 올여름, 출시 3일 만에 25만 캔을 완판하며 맥주 마니아들의 애타는 편의점 순례를 야기한 ‘말표 흑맥주’가 생산되는 곳이 바로 스퀴즈 브루어리다.

야구 작전 중 하나인 ‘스퀴즈 플레이’에서 이름을 딴 스퀴즈 브루어리의 심벌은 날아오는 야구공을 영민하고 재빠르게 칠 수 있는 캐릭터인 ‘토끼’다. 자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야구 배트를 들고 서 있는 토끼 캐릭터를 통해 국내 수제 맥주 시장에서 큰 한 방을 터트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김대헌 대표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풀었다.

스퀴즈 브루어리의 김대헌 대표

Q. 평범한 회사원이 수제 맥주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의 즐거움을 느끼던 맥주 마니아로,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 해외여행을 가면 무조건 현지 양조장을 방문하고는 했다. 양조장에서 갓 뽑은 깔끔하고 신선한 맥주를 마시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맥주를 만들 수는 없을까? 퇴근 후 신선한 맥주를 마시며 여독을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직접 양조학을 배우게 되었다. 오랜 준비 기간 끝에 2017년 스퀴즈 브루어리를 론칭하였고, 늘 맛있고 시음성 좋은 맥주를 선보이고자 모든 직원과 함께 매일 연구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Q. 코로나19로 국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로컬 맥주 양조장을 찾아다니는 여행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SNS를 가득 채운 스퀴즈 브루어리 방문 리뷰를 보니, 단순히 양조장만 둘러보는 공간이 아니던데.

해외 양조장처럼 맥주로 모두에게 각광받는 지역 명소를 만들고 싶었다. ‘맥주는 2차’라는 편견을 없애고 ‘맥주가 식사의 메인이 되도록 하자’는 목표로, 5성급 호텔 출신의 셰프가 개발한 수준 높은 요리와 바로 옆 양조장에서 생산한 신선한 생맥주 6종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통유리를 통해 양조장 내부 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별도 진행 중인 브루어리 투어에 참여할 수도 있다. 탱크에서 직접 뽑아낸,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맥주를 맛본다는 점에서 투어객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한동안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없었지만, 최근 강원도가 청정 관광지로 인기를 얻게 되면서, 자연스레 스퀴즈 브루어리를 찾는 분이 많아지고 있다.

스퀴즈 브루어리의 캔 제품, 어반래빗 라거와 바이젠

Q. 올 한해 주류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아이템은 누가 뭐라 해도 국내 수제 맥주가 아닐까. 실제로 외부로 보여지는 만큼의 폭발적인 인기와 성장세를 체감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요인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나?

작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수입 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국산 수제 맥주가 들어갈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국내 맥주 시장 판매율의 1~5위는 모두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의 수입 맥주가 다툴 정도였으니. 하지만 하반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모든 일본 맥주가 유통 시장에서 제외되고, 올해 종량세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국내 수제 맥주 시장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종가세가 적용되었던 당시에는 구조상 수입 맥주만이 ‘4캔 만원’ 행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비교적 고가로 판매되는 수제 맥주에 대한 수요가 적었다. 하지만 종량세로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국산 수제 맥주도 수입 맥주와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생기게 되었고,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더욱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홈술 및 혼술 문화 확산으로 집에서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맥주를 접하려는 트렌드가 형성되어 국내 수제 맥주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수제 맥주 제조사들은 이전과 달리 더욱 획기적인 도전과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국내 수제 맥주 시장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리라 예상된다.

뉴트로 감성의 말표 흑맥주

Q. 또한, 지난 5월에 발표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주류 규제개선방안’으로 국내 수제 맥주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었다는 의견이 많다. 여러 규제 완화 부분 중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큰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

주류 레시피 등록 기간이 크게 감소하여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기에 쉬워졌으며, 주류 위탁 제조(OEM)가 가능해짐에 따라 훌륭한 설비 시설을 갖춘 양조장들은 기업 간 다양한 협업을 통한 PB 상품 개발이 가능해져 획기적인 상품들을 마음껏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규제에 가로막혀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십분 발휘하지 못하였던 수많은 양조장이 앞으로 어떤 재미난 상품들을 생산해낼지 많은 기대가 된다. 스퀴즈 브루어리 역시 말표 흑맥주와 같은 획기적인 상품을 지속해서 개발 및 생산할 계획이다.

Q. 확실히 최근 펀슈머들을 겨냥한 재미있는 아이템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말표 맥주도 출시 3일 만에 25만 캔 완판을 기록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협업을 진행한 목적과 성과가 궁금하다.

올해 주류업계를 비롯한 식품업계에서 가장 대두되었던 트렌드는 단연 ‘뉴트로’였다. 그 시절의 스토리가 깊이 담겨있는 아날로그적 요소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제대로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라이프 스타일 관련한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한정판 굿즈 등 이색 상품에 대한 수집 욕구 또한 증가했고,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꿰뚫은 마케팅을 통해 뉴트로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한다. 2030세대에게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해주고, 5060세대에게는 추억 속 과거로 회귀해 주는 기회가 되어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

이렇듯 뉴트로 열풍이 한창인 시기에 ‘말표 맥주’가 출시되어 소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식품과 연결 짓기에 다소 의아한 추억의 말표 구두약 로고를 디자인에 오마주한 점이 획기적이었으며, 국내 유통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국산 흑맥주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낸 것이 인기의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말표 맥주의 인기로 스퀴즈 브루어리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여 제품 출시 이전과 비교하였을 때 SNS를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이 활발해졌으며, 브루어리 투어 방문객 또한 눈에 띌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Q. 이제 국내 수제 맥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한국 맥주 수출이 중화권과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데,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성장성은 어떻게 판단하나?

현재 한국 문화는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가까운 아시아 국가에서 K-Culture의 달라진 위상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해외 바이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현지에서의 한국 문화 선호도가 워낙 높아 한국 주류에 대한 수요 역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산 제품을 프리미엄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한다. 스퀴즈 브루어리도 현재 아시아 전역에 순차적으로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여러 국가의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수준 높은 K-Beer를 소개할 수 있도록 훌륭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향후 수제 맥주 시장의 전망과 스퀴즈 브루어리의 계획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종량세 전환, 주류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변화로 국내 맥주 시장에서의 수제 맥주 양조장의 규모와 영향력은 지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는 스퀴즈 브루어리를 비롯한 맥주의 질적 생산에 힘쓰는 훌륭한 양조장이 많기에, 이 좋은 기회를 백분 활용한 좋은 상품들이 많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변함없이 늘 맛있는 맥주를 만들자’는 스퀴즈 브루어리의 기본 신념 아래, 수제 맥주 입문자부터 맥주 마니아까지 모든 고객의 니즈를 고려하여 맛의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올해 출시한 캔 상품을 유통망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것과 브루어리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맥주를 제공할 수 있도록 꾸준한 레시피 연구·개발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이색 맥주를 선보여 지역 홍보에도 이바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