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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백일주, 루마니아를 만나다.

계룡백일주, 루마니아를 만나다.

전지성 Jisung Chun 2018년 12월 27일

지난 11월에 ‘2018 우리술 대축제’가 서울 aT 센터에서 열렸다. 매해 한국 술을 소개하는 이 행사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술을 접하기 좋은 기회이다. 나는 ‘2016년 우리술 대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에서 외국인 부분 대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그리고 대회를 기점으로 여러 방식으로 전통주를 홍보하는 다양한 행사와 클래스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미국, 필리핀 등 해외 공관에 전통주를 소개하는 것인데, 올해 가을에는 주 루마니아 한국대사관에서 주최하는 Korean Day 행사에 전통주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루마니아 국립극장 로비 / 사진 제공: 전지성

루마니아. 동유럽 국가 중 생소한 편인 이 나라에 한국 술을 소개해야 하다니… 루마니아 국민들은 어떤 한국 술을 좋아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루마니아는 와인과 ‘palinka’ 라는 과실 증류주가 유명하다. 그래서 쌀로 만든 술 외에 루마니아 와인과 비슷한 한국의 과실주 그리고 증류주 중에서도 향긋함이 좋은 부재료가 들어간 계룡백일주 소주를 선택했다.

해외에서는 증류주를 샷으로 연거푸 마시기보다는 한 잔을 천천히, 아니면 칵테일로 마시기 때문에 이 행사를 위해 특별히 두 가지 계룡백일주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했다. 계룡백일주에 부재료로 들어가는 진달래, 국화, 솔잎, 오미자의 향긋함, 쌀 증류주의 특유한 알싸함과 누룩에서 오는 펑키함의 밸런스를 반영한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모닌 코리아의 박세환 팀장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마시자 독자를 위해 특별히 루마니아 행사에서 소개한 Gyeryong-tini칵테일 레시피를 공유하겠다.

루마니아 행사를 위해 만든 Gyeryong-tini / 사진 제공: 전지성

Gyeryong-tini

Ingredient

30ml 계룡백일주 소주

15ml 모닌 유자 시럽

10ml 모닌 바닐라 시럽

5ml  후레시 레몬 주스

20ml 솔의 눈

 Garnish  

레몬 필

Method

얼음과 재료를 넣고 쉐이킹

 

선선한 9월 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루마니아에 도착했다.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 중심에 위치한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루 전략적 동반자 관계 10주년 행사’로 약 500명의 VIP가 모이는 자리였다. 축하 공연으로 루마니아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와 한국의 퓨전 국악이 울리고 국립극장 로비에서 약 3시간가량 전통주 시음회가 진행되었다.

전통주 시음회에 소개한 술 / 사진 제공: 전지성

행사장에 모인 VIP / 사진 제공: 전지성

행사는 시작과 동시에 눈코 새 없이 몰리는 인파로 아드레날린 펌핑이 시작되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국 술에 대한 루마니아 국민의 반응은 대단했다. 처음부터 계룡백일주 소주를 샷으로 마시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깜짝 놀라 40도 증류주인데 괜찮겠냐고 재차 확인했지만 모두 “Yes, please”라며 눈 하나 끔뻑하지 않았다.

‘오, 루마니아 국민들… 대단한데?

오래 순서를 기다린 젊은 청년에게 계룡백일주 한 잔을 건넸다. 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단숨에 잔을 들이켜더니 “후아~”라는 탄성과 엄지 척을 날리고는 지나갔다. 증류주보다 와인 도수와 비슷한 약주나 막걸리를 더 선호하리라 생각했지만 그 결과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칵테일 담당 박세환 팀장 (모닌 코리아), Martin과 Johnny (모닌 유럽) / 사진 제공: 전지성

내 옆 칵테일 서빙 테이블은 그야말로 대히트였다. 모닌 코리아의 박세환 팀장과 두 명의 모닌 유럽 매니저, 총 세 명이 쉴 새 없이 쉐이킹을 하여도 길게 늘어선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준비한 두 가지 칵테일 모두 한국적이면서도 낯설지 않은 맛으로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친구들과 전통주를 즐기는 루마니아 여학생 / 사진 제공: 전지성

두시간여가 지나서야 한 사이클이 돌았고 겨우 숨 고를 여유가 생겼다. 순서를 기다리는 귀빈들과 대화도 나누기 시작했는데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용병 할아버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아주 자랑스럽게 유창한 한국어로 나와 대화 나눈 대학생 친구, 본인이 마셔보고 맛있다며 엄마와 함께 다시 줄을 선 딸, 계룡백일주는 4잔이나 마시고는 매번 윙크를 날려주신 할아버지 등 다양한 귀빈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유창한 한국어를 하던 친구가 본인 친구들 세 명과 함께 다시 테이블로 와서는 계룡백일주가 ‘Palinka’와 비슷하다며 나와 함께 한잔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 친구 말로는 루마니아에서는 식전주로 소화를 돕기 위해 ‘Palinka’를 한 잔 마신다고 한다. 귀빈들이 초반부터 계룡백일주를 신나게 마셔댄 미스테리가 단박에 해결된 것이다. 나는 개운한 마음으로 이 친구들과 건배를 외쳤다.

정신없이 막걸리, 탁주, 약주, 증류주, 과실주와 칵테일을 서빙하고 마무리에 들어갔는데 나에게 엄지 척을 해주고 쿨하게 갔던 청년이 다시 돌아와 또 계룡백일주 샷을 달라며 잔을 들이댔다. 그러고는 조용히 나에게 속삭였다.

“혹시 계룡백일주 빈 병 가져가도 돼요?”

한국 사람인 내가 봐도 예쁜 도자기 병인데 해외에서는 오죽하겠나 싶어 빈 병 하나를 건네주니 세상 신나 보이는 청년. 이게 시작이었다. 빈 병을 들고 있는 청년을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달라고 달려들었고 나중에는 빈 병이 모자라 매우 아쉬워하는 귀빈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그렇게 계룡백일주 빈 병은 재빠른 얼리버드들에 돌아갔다.

계룡백일주 도자기 병을 얻고 즐거워하는 청년 / 사진 제공: 전지성

행사에 함께 수고해준 팀멤버 – 박세환 팀장, 안주리, 전지성, Martin, Johnny / 사진 제공: 전지성

뿌듯한 마음으로 행사를 마쳤다. 함께 고생해준 안주리양, 박세환 팀장, 모닌 유럽의 마틴과 조니 매니저 덕분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공식 행사를 마무리하고 나는 루마니아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을 시작했다. 재미있게도 ‘Palinka’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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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Jisung Chun

뿌리를 알고자 한국 전통문화를 배워가는 재미교포 전통주 전문가. Korean rice wine and liquor expert and culture ambass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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