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너의 이런 모습, 처음이었어 _ 계룡백일주

너의 이런 모습, 처음이었어 _ 계룡백일주

전지성 Jisung Chun 2018년 12월 5일

위스키 12년, 18년, 21년 산, 코냑 VS, VSOP, XO… 양주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위스키나 코냑이 숙성기간에 따라 다른 제품이 있다는 건 한 번쯤 본적이 있을 것이다. 숙성기간에 따라 가격도 꽤나 차이가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소주는 어떠할까? 참이슬 XO, 처음처럼 12년….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런데 소주도 숙성할수록 풍미가 좋아진다는 걸 나에게 깨우쳐 준 술이 있다. 바로 계룡백일주 12년산 증류 소주이다.

몇 년 전 페어링 행사에서 접한 계룡백일주 12년 산은 그야말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향긋한 꽃향기, 상록수의 우디하면서 시원함, 긴 여운이 남는 향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페어링으로 서빙된 양갈비와 상반되는 향이 매력적이다. 40도의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입안의 양고기 특유의 고기냄새를 정리해준다. 이어서 토핑으로 올려진 고르곤졸라 치즈의 짭조름함이 계룡백일주의 달달함과 어울려 단짠의 조합을 이루고, 치즈 곰팡이의 톡 쏘는 맛이 계룡백일주의 꽃향기를 더 끌어낸다. 육즙 가득한 고기와 고르곤졸라 치즈의 진한 향에 어우러진 계룡백일주의 향미가 내 입과 뇌세포를 황홀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하여 나의 계룡백일주 예찬이 시작되었다.

계룡백일주 12년 증류 소주와 페어링으로 나온 양갈비

내가 계룡백일주는 좋아하는 이유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역사가 깊은 술 중 하나이다. “계룡백일주는 조선 인조 때 원래 왕실에서만 빚어지던  궁중 술이었으나, 조선 인조가 반정의 일등 공신인 연평 부원군 이귀의 공을 치하하여 제조기법을 연안 이씨 가문에 하사해 부인인 인동장씨가 왕실에서 양조 비법을 전수 받아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 이때부터 400년 동안 15대에 걸쳐 연안이씨 가문에 백일주의 비법이 전해져 내려와 현재 계룡백일주로 충남 무형문화재 제7호와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호로 지정되었다. 오랫동안 조선왕조 왕실의 궁중술 제조비법을 그대로 이어온 계룡백일주는 그 술맛이 어찌나 뛰어난지 신선들이 내려와 계룡백일주만 마신다고 해서 “신선주” 라고도 불리는 명주 중의 명주이다.” (출처 계룡백일주 웹사이트 https://paegilju.modoo.at/?link=bmp0pbgk)

궁중에서 마셨던 술이라고 하니 왠지 더 귀중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빚는 과정도 정성스럽지만, 술을 빚기 위한 재료 준비 또한 정성스럽다.

이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현재 계룡백일주는 세 가지 제품이 생산되는데 16도 약주, 30도와 40도 증류 소주가 있다. 약주의 기본 재료 쌀, 물, 누룩으로 술을 빚고 계룡백일주의 이성우 명인은 본인이 누룩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생산량이 적지 않은 편이라 사용하는 누룩의 양이 상당할 텐데 직접 누룩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명인의 설명에 깊이 감동했다.

계룡백일주 빚을 때 쓰일 찹쌀과 밀을 섞어 만든 누룩

술을 빚는 재료 준비도 만만치 않다. 전통주의 기본 재료, 쌀, 물, 누룩 외에 부재료를 사용하여 계룡백일주만의 향을 내는데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꼬박 일 년이 걸린다. 봄에 피는 진달래, 여름에 만드는 누룩과 여름의 기운을 머문 솔잎, 가을에 나는 오미자와 국화를 채취하여 잘 말려 미리 준비해야 한다.

계룡백일주의 재료: 진달래, 오미자, 국화, 솔잎, 직접 만드는 누룩

이렇게 준비해둔 재료를 혼합하여 술을 빚는데 한번 과정(단양주)이 아닌 세 번의 발효 과정을 거친 삼양주 방식으로 술을 빚는다. 15도 저온에서 100일 동안 발효를 하고 나면 향이 깊고 깔끔하면서 부드러운 술이 된다. 이 술을 맑게 거르면 계룡백일주 약주가 완성된다.

계룡백일주 약주 16도 / 사진 제공: 전지성

마지막 이유로는 이성우 명인이 계룡백일주를 이끌어 나가는 정신이다. 전통방식으로 정성이 들어가는 만큼 술이 귀하고 맛도 좋지만, 시대가 변하는 만큼 술을 빚는 방법도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짧은 유통기간을 가진 생주 (비살균)에 비해, 계룡백일주 약주는 살균 제품으로 균일한 맛과 긴 유통기간을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면 유통과정과 품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살균 약주 제조는 탁월한 선택이다.

위에서 언급한 귀하게 만든 약주를 증류시켜 만든 술이 계룡백일주 소주이다. 증류 방식에는 상압증류와 감압 증류가 있다. 상압 방식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증류 후 술에 풍미가 풍부하지만 증류 과정에서 오는 탄내가 섞일 수도 있어 거친 느낌을 줄 수 있다. 감압 방식은 낮은 압력에서 증류하여 탄내가 없지만 술의 풍미가 적은 편이다. 그리하여 깔끔하면서 풍미 가득한 계룡백일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이상우 명인은 상압과 감압식을 결합한 증류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상우 명인은 한국을 대표할 명품 소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소주를 장기 숙성한다. 그리하여 계룡백일주 10년, 12년, 15년 소주를 출시한다. 갓 증류한 술은 향이 거칠고 목 넘김이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오래 숙성할수록 술의 향과 맛은 안정화되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많은 물량을 오래 숙성할수록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야 하므로 작은 전통주 시장에서 아직까지 한국 소주는 긴 숙성주가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증류주는 2~3년 숙성하여 출시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성우 명인은 전통주의 미래를 바라보며 일찍부터 계룡백일주를 숙성하고 있다는 점에 필자는 깊은 존경을 보낸다.

계룡백일주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이성우 명인과 부인 / 사진 제공: 전지성

이렇게 칭찬을 자자하게 늘어놓았는데 계룡백일주는 어떻게 마시는 게 좋고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계룡백일주 약주는 냉장 보관하여 차갑게 마시면 깔끔한 목넘김과 풍성한 꽃향기, 솔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와인 잔에 조금 따라 향을 충분히 느끼면서 한 모금씩 풍미를 느끼면 왜 신선주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계룡백일주 소주는 샷 잔으로 마시려면 상온에서 보관하여 향을 충분히 느끼는 게 좋다. 샷으로 독주를 마시기가 부담스럽다면 얼음을 가득 채운 유리잔에 계룡백일주 조금, 약간의 꿀과 레몬즙, 그리고 진저 에일을 가득 섞어주면 간단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의 칵테일이 탄생한다.

계룡백일주 40도 소주 12년산 / 사진 제공: 전지성

계룡백일주 16도 약주와 40도 소주는 계룡백일주 제조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40도 소주는 온라인 오픈마켓과 백화점, 그리고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매번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때마다 계룡백일주 12년 산을 구매해서 여행지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한다. 한국에도 좋은 술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에 제격이다.

다음 편에는 필자의 계룡백일주 사랑이 해외에서 활약하게 된 스토리를 전하려 한다.

Tags:
전지성 Jisung Chun

뿌리를 알고자 한국 전통문화를 배워가는 재미교포 전통주 전문가. Korean rice wine and liquor expert and culture ambassador.

  • 1

You Might also Like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