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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대안 품종, 비주류(Minority)에 대한 이야기

호주의 대안 품종, 비주류(Minority)에 대한 이야기

노지우 2020년 9월 16일

오늘은 주류(majority)가 아닌 비주류(minority)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호주의 대안 품종(Alternative varieties)에 대해서 말입니다.

여러분은 ‘대안 품종’이라는 말에 어떤 것들이 연상되시나요?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던 자리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지니 다양한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오디? 머루? 복분자?’
좋은 시도였지만, 안타깝게도 오답입니다.

사진 출처: cellarmasters.com.au

대안 품종이란 쉬라즈, 카베르네 소비뇽 등 전통적으로 호주에서 주로 재배되어 오던 품종과 달리 덜 유명하고, 새롭고, 더욱 실험적인 방법으로 재배하고 있는 기타 품종들을 일컫는 단어랍니다.

18세기 말 처음 호주에서 와인이 생산된 이후, 꾸준히 호주 와인 시장은 성장해왔습니다. 160여 개의 포도 품종이 무려 14.6만 헥타르의 밭에서 재배되고 있죠. 다만 이 중에서 상위 10개의 품종이 호주 전역 포도밭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쉬라즈가 4만 헥타르 (27%), 카베르네 소비뇽이 2.5만 헥타르(17%), 샤르도네가 2.1만(14%), 메를로가 0.8만(5%), 소비뇽 블랑이 0.6만(4%), 그 뒤를 피노 누아와 세미용 등이 잇고 있습니다.
* 출처 : Karlsson, Britt. “Australia’s most popular grape varieties.” Edited by Britt and Per Karlsson. BKWine, 23 September 2018

재배량이 많은 만큼 해당 품종들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져서, 이제 호주는 와인 수출국 6위를 기록할 만큼 훌륭한 와인들을 많이 만들고 있죠. 그러면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가 생깁니다. 그럼 대안 품종을 왜 찾는 걸까요?

사진 출처: decanter.com

[대안 품종, 그게 왜 필요한데?]
당연히 생길 수 있는 의문입니다. 기껏해서 주요 품종에 대한 규격을 잡고, 연구와 긴 시간을 통한 실험적인 연구로 틀을 잡아 놓았는데, 이제 와서 그 주류에 대한 대안 품종이라니요.

하지만 주류가 있으면 언제나 그 반대의 비주류에 대한 선호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호주의 특성상, 비주류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특징들이 있었습니다.

1. 여기서도 기후 변화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지구 온난화는 이젠 두 번 말하기 입 아플 정도로 갖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와인 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죠. 실제로 호주는 지난 20년 동안 가뭄으로 매년 크게 앓아왔습니다. 기온은 점점 올라가고, 물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후변화를 견딜 수 있는 품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2. 상대적으로 엄격하지 않습니다.
와인의 본고장인 구대륙은 와인의 생산에 굉장히 까다로운 편입니다. 일정한 등급을 받기 위해 지역별로 생산 품종을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작법이나 관리법에 대한 제도도 굉장히 세밀하게 구성되어있죠.

물론 그런 탄탄한 제도들은 오랜 시간 동안 와인을 생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품질의 와인을 균일하게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장치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제도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허용이 유연하지 않죠.

호주는 바로 이런 견고함에서 보다 자유로운 편입니다. 물론 호주에도 와인의 등급을 매기고 관리하는 제도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구대륙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편이지요. 덕분에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인 생산자들이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것입니다.

3. 호주 와인의 아이덴티티를 찾고자 하는 열정이 있습니다.
호주는 이민자들의 땅입니다. 와인도 18세기 말 구대륙에서부터 흘러들어와 재배와 생산이 시작되었죠. 그전까지만 해도 ‘가져와 배우고 적용’하는 것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호주만의 색을 입힌 와인들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바로 대안 품종을 찾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대안 품종이란?]
호주에서는 무려 2001년부터 AAVWS (Australian Alternative Varieties Wine Show)라는 이름으로 대안 품종을 소개하는 행사 열리고 있습니다. 매년 다양한 대안 품종들을 소개하고 품평하는 행사로, 실제로 호주 와인 업계가 대안 품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죠.

그들은 대안 품종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simply by what it is not: common and widely available”
“간단히 말해, 일반적이고 널리 사용되지 않는 모든 품종들”

걸러보자면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슈냉 블랑, 그르나슈, 메를로, 피노 누아, 소비뇽 블랑, 세미용, 쉬라즈, 리슬링 등 우리가 익숙한 수많은 품종들은 대안 품종이 아닐 겁니다.

그럼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주요 대안 품종들을 아래에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WHITE]
Arneis –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출신 품종인 아르네이스는 재미있게도 ‘작은 악당’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재배가 어려워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재미있게도 호주 남서부의 만지멉 지역에서는 생식력이 좋은 편이라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꽤 묵직한 바디감에 배나 살구의 향이 강하게 난다고 해요.

Fiano – 이탈리아의 남부에서 온 피아노는 굉장히 아로마틱한 품종입니다. 짙은 열대과일 향과 더불어 결코 가볍지 않은 바디감을 자랑하는 품종이지만, 호주에서는 와인 메이커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는 결과물을 내기도 합니다. 현재는 호주 맥라렌 베일과 클레어 밸리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지만, 동시에 리버랜드와 리베리에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와인 생산을 시도 중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의 품종으로는 Grüner Veltliner, Vermentino, Marsanne, Viognier 등이 있습니다.

www.thedrinkbusiness.com

[RED]
Sangiovese :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온 품종인 산지오베제는 호주 최초의 대안 품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부터 남호주의 바로사 밸리 포도밭에서 클론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시험을 하며 숱한 시간을 견뎠고, 1999년 드디어 1회 AAVWS에서 산지오베제 블렌드가 우승하는 결과를 냈죠.
킹밸리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산지오베제 특유의 톡 쏘는 산미와 짭짤함은 많은 식사 자리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Nero d’Avola :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인 네로다볼라는 수분 부족에 매우 강한 품종입니다. 덕분에 호주에서도 꽤 건조한 맥라렌 베일과 리버랜드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죠. 90년대 후반 호주로 건너온 꽤 최근 품종이지만, 시칠리아보다 더 경쾌한 블루베리, 라즈베리, 루바브 등의 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의 품종으로도 Tempranillo, Touriga Nacional, Aglianico, Nebbiolo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듣고 마시던 품종 말고도 정말 다양한 품종이 있는 것을 확인하셨을 겁니다. 물론 이 많은 대안 품종들의 생산량은 3% 남짓에 불과합니다. 결코 큰 숫자는 아니죠. 하지만 언제나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은 작습니다.
이 작은 노력과 수많은 시도가 모여, 언젠가는 크게 변화하고 발전한 호주 와인 시장을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들도 와인 쇼핑을 하시다가, 오늘 기사에서 소개한 호주의 대안 품종들을 보신다면 한 번쯤 구입해서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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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우

“사고(buy) 사는(live) 것을 사랑하는 소비인간. 와인 소비의 즐거움에 빠져 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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