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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탈리아식 퐁뒤, 바냐 카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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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탈리아식 퐁뒤, 바냐 카우다

Angela LEE 2022년 12월 26일

이탈리아의 북쪽 피에몬테(Piemonte) 주의 전통 요리인 바냐 카우다(Bagna Càuda)는 포도 수확이 끝나면 일 년을 고생한 지역 사람들이 모여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하기 위해 준비했던 요리이다. 올리브 오일, 엔초비, 마늘 소스를 푸조트라는 용기에 은근하고 뭉근하게 끓여 피망, 아티초크, 비트, 엔다이브, 양파, 카르디 등의 이곳의 제철 채소와 빵을 찍어 먹는다. 바냐 카우다를 먹으며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은 단순히 음식을 함께 먹는 것 이상의 겨울을 이겨내는 이들의 중요한 의식이다.

바냐 카우다의 역사

바냐 카우다는 중세 후기, 이탈리아 피에몬테, 더 정확히는 남쪽의 몽페라토(Monferrato)에서 유래된 요리이다. 피에몬테에서는 포도를 수확한 후 그해 첫 와인을 양조하는 일이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일을 무사히 마친 농부들은 이를 감사하며 함께 먹을 만한 특별한 요리를 찾았고, 여기에서 고안된 것이 바로 바냐 카우다이다.

사실 바냐 카우다의 기본 재료인 올리브 오일과 엔초비는 피에몬테의 전통 재료는 아니다. 피에몬테는 바다와 떨어져 있는 지역이라 엔초비는 물론 소금이 구하기 어려웠고, 그리고 추운 날씨에 올리브가 잘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올리브 오일은 가까운 리구리아 주와 물물교환으로 얻어냈으며, 소금은 피에몬테에서 가까운 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염전과 론강 어귀에서 얻었다. 이것이 소금 경로로 알려진 알피 마리띠메(Marittime)로, 알프스의 고개를 가로지르는 일련의 상업 경로를 통해 소금을 얻었다. 그 당시 니스와 그 주변은 사부아 영토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해지는 바로는 피에몬테 사람들은 소금 거래에 적극적이었고, 높은 세금을 피할 방법으로 통 안에 소금을 채우고 그 위에 엔초비를 올려 마치 엔초비 통인 것처럼 관리관들을 속였다. 왜냐하면 엔초비는 면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에몬테로 돌아와 소금에 절인 엔초비를 지역 주민들에게 팔았다. 소금에 절인 엔초비는 뜻밖에 반응이 좋았고,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이때부터 피에몬테의 음식에는 소금에 절인 엔초비가 주요 음식 재료로 정착하게 되었고, 현지에서 풍부하게 재배되었던 마늘을 이용한 바냐 카우다가 탄생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제는 마늘이었다. 바로 마늘의 존재는 특정 시간 동안 지속되는 냄새로 인해 거친 음식 재료에 속했고, 세련된 식단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 부유한 계층에 의해 오랫동안 거부되었다. 이런 이유로 바냐 카우다는 한동안 숨겨진 요리로 남아있었고, 1875년 로베르토 사께띠(Roberto Sacchetti)에 의해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바냐 카우다의 조리법과 와인

이탈리아 요리 아카데미의 아스티(Asti) 지역 대표단이 2005년 코스틸리오레 다스티(Costigliole d’Asti)의 공증인에게 제출한 ‘바냐 카우다 표준 레시피’에는 “1인당 반 컵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엔초비 50g, 바냐 카우다의 마지막 단계에 추가하는 버터 한 조각”이라고 쓰여 있으며, 소스를 더 크리미하게 만들고 강력한 마늘의 풍미를 줄이기 위해 마늘을 우유에 미리 익히는 선택을 권유하고 있다.

피에몬테의 농부들은 바냐 카우다를 종종 오븐에 굽거나 튀긴 폴렌타와 곁들였으며, 사순절에는 푸조트에 남아있는 소스를 달걀 스크램블과 함께 먹기도 했다. 또는 피망의 익혀 껍질을 벗기고 바냐 카우다 소스와 곁들이는 전채요리도 있다. 현재는 버터, 요리용 크림, 우유를 추가하는 변형된 레시피도 종종 레스토랑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순하게 또는 간편하게 변형된 바냐 카우다의 레시피에도 곁들이는 와인은 변함이 없다. 소스를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 지역의 토착 품종인 바르베라, 네비올로의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돌체토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세계 속의 바냐 카우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바냐 카우다라는 이름 그대로 유명하다. 19세기 말에 남아메리카로 이주한 많은 피에몬테 인들에 의해 이곳에 알려졌으며, 아르헨티나 곳곳에서는 현재까지 바냐 카우다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피에몬테 브라(Bra) 지역의 한 미식가가 일본 방송에서 바냐 카우다를 소개하며 일본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일부 지역인 인디애나, 와이오밍, 일리노이에서도 유명한데, 이는 광산지역이 많은 그곳에 오래전 이민 온 수많은 이탈리아인들 때문이다.

2013년부터 피에몬테에서는 매년 바냐 카우다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날은 피에몬테 아스티, 랑게, 로에로 지역의 레스토랑, 트라토리아, 선술집에서 바냐 카우다를 맛볼 수 있다. 피에몬테는 2015년 11월 셋째 주의 바냐 카우다 행사에서 바냐 카우다를 인류 무형 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자는 제안이 제시되었다. 후보 서류는 폴렌쪼(Pollenzo)에 위치한 미식 과학 대학(Universita degli Studi di scienze gastronomiche di Pollenzo)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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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LEE

꿈에서도 이탈리아어로 잠꼬대를 하며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에 대한 정보를 찾고 쓰고 있어요. / jiny@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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