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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 보르도 2011년산에 대하여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 보르도 2011년산에 대하여

Decanter Column 2016년 3월 18일

최근 보르도 2011년산에 대한 비판이 불거진 이후 앤드루 제퍼드가 ‘폄하되고 있는’ 이 빈티지를 재평가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보르도 2011년산을 위한 새로운 새벽?

보르도 2011년산을 위한 새로운 새벽?

매년 1월이면 서퍽의 해안 도시 사우스올드에서 4년 된 보르도 빈티지 와인(시장에 출시된 최신 와인)을 두고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다. 이 행사에 딱 한 번 참여한 적이 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이때 함께 했던 다른 참석자들은 지금 하늘나라에서 엔젤스 셰어(숙성 과정 도중 증발하여 없어진 부분을 천사들 몫이라고 부름-옮긴이)를 두고 서로 다투고 있다.
현재 와인의 평가를 내리는 참석자들로는 내가 그 실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작가 잰시스 로빈슨, 스티븐 스퍼리어, 닐 마틴, 와인상 스티븐 브로웨트, 배리 필립스, 알렉스 헌트, 그리고 브로커 출신인 빌 블래치 등이 있다.
가장 최근의 테이스팅은 잰시스 로빈슨이 2016년 2월 13일에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을 통해 소개한 2012년 빈티지였다. 하지만 칼럼에서도 특히 내 시선을 끈 건, 기사의 끝에 나와 있던 2000년부터 2012년 사이의 13개 보르도 레드 와인의 연도별 순위였다. (이것은 매년 치러지는 일이다.)
내가 놀란 건 2005년산과 2009년산, 2010년산이 1위 자리를 두고 다툰 것이 아니다. (세 빈티지가 이 순서대로 순위가 매겨져 있었다.) 날 놀라게 한 건 바로 꼴찌, “비참하고 활기 없는”이라고 표현된 2011년산이었다.
2015년 9월에 최고급 2011년산 보르도 레드 와인을 거의 섭렵하며 행복한 이틀을 보낸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페트뤼스, 슈발 블랑, 오존은 빼고) 이 빈티지를 저지방 라테 같았던 2002년산, 매력이라고는 없었던 2004년산, 그리고 때로 힘이 없었던 2007년산보다 엉망이었다고 평가 내리고, “비참하다” 같은 형용사를 갖다 붙이는 건 조금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나는 2011년산이 표현력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심각한 2008년산보다 더 낫고, 즐기기에 좋고 느긋하며 강렬했던 2006년산과는 적어도 비슷하며(이것과 공통점이 많다), 2002년산, 2004년산, 2007년산과 비교해 부족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2011년산 중에서도 좋은 와인들은 고전적이고, 관대하며, 구조감이 좋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진정한 미식의 가능성을 보였고, 전 세계 고급 와인 시장에 모여드는 경험 많은 보르도 레드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소한 10년 정도 숙성시킨 다음에 즐긴다면 말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의 똑똑한 친구들이 왜 2011년산을 그리도 깔아뭉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인정하건대 선물 시장에서 책정된 가격은 잘못되었다. 하지만 보르도 네고시앙들이 불만을 표해도 이 문제는 시장에서 이미 수정된, 분리된 문제다. (샤토 소유주들을 얼마든지 탓해도 좋지만 와인은 탓하지 말자.) 전반적으로 태닌이 강한 스타일로 인해 지금 당장 평가 내리기 쉬운 빈티지는 아니다. 하지만 테이스팅 전문가라는 건 소비자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태닌은 로스트비프와 요크셔푸딩 같은 것과 함께 와인을 마실 때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낸다. 한겨울 해안 도시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인만 마실 때하고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테이스터 친구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2011년산이 일관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포도 알의 익은 정도가 같은 송이 안에서도 다른 수준이었으니 포도 재배에 있어 가장 큰 문제를 직면했었다고 할 수 있다. 극히 전형적인 대서양 기후의 여름이 문제였다. 즉 일 년을 거치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날씨를 한 번 이상 겪었고, 마지막에는 걱정이 될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다. 수확 후 복잡한 분류 과정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빈티지는 특히 포도 재배에 좋은 지역에만 유리했던 해라는 것을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그러나 까다롭게 포도 분류 작업을 할 수 있는 자원과 의지를 갖춘 이들, 즉 오늘날 진지한 태도로 와인을 생산하는 대다수의 생산자들의 경우에는 9월 초 이른 수확을 시작할 즈음 과하지는 않아도 충분한 당도를 얻었다. 그리고 훌륭한 보르도 빈티지 해가 모두 그랬듯(2002, 2004, 2007과 달리) 전반적으로 따뜻한 여름이었다.
이 빈티지의 진정으로 특이한 점은 태닌이 매우 풍부하여 당도보다 앞서간 듯 하고, 양조 과정에서 태닌를 다루는 데 대단한 지혜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보르도 사람보다 태닌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고, 내 생각에 추출과 침출 과정을 감독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옳은 판단을 내렸다고 본다. 태닌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고 시간을 좀 주기 바란다. 숙성하면서 태닌의 강도가 조절되는, 태닌이 강한 고급 레드 와인은 오늘날처럼 매우 확장된 와인 세상에서도 여전히 드물다. 그것이 바로 보르도 레드 와인의 매력 중 큰 부분이 아닌가.
그러고 나서 남는 유일한 문제는 바로 포도의 성숙도다. 일부 와인에서는 덜 익은 듯한 맛과 석유 냄새가 느껴지는데 내가 생각하는 빈티지의 실패는 바로 그런 것이다. 대부분의 메독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3퍼센트 정도에 도달했는데 나는 그것이 13.5퍼센트 정도였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 본다. 그게 바로 이 시점에서 과일 풍미가 태닌에 조금 못 미치는 진짜 이유다. 하지만 수확 시기 판단은 대체로 정확했고, 분류 작업 덕에 과일 풍미도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마고의 경우 아주 훌륭한 빈티지라고 생각한다. 모래가 많고 고운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태닌이 적고 포도가 일찍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팔머와 로장-세글라는 이번 빈티지의 스타들이다. 2011년 좌안의 빈티지는 전반적으로 2005, 2009, 2010년의 높은 알코올 도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전형적인 클라렛’을 좋아하는 전통적이고도 구식 와인 애호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태닌의 품질은 1975년 빈티지에서 느껴졌던 무자비한 느낌과 완전히 거리가 멀다. 보르도가 그만큼 발전한 것이다.
메를로는 평상시처럼 완성되었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는 우안에서 조금 더 높고, 과일 풍미가 풍부해 태닌의 구조와 꽤 잘 어울린다. 덜 익은 듯한 맛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면 말이다. 포메롤 역시 마고와 비슷한 이유로 고도가 높고 더 서늘한 생테밀리옹에 비해 조금 더 성공적이다. 생테밀리옹 와인에서는 때때로 풋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생테밀리옹에서 카베르네 프랑은 괜찮은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이 말 많은 빈티지에서 눈에 띄는 와인을 몇 가지 골라보았다. 2011년은 훌륭한 빈티지는 아니다. 하지만 좋음과 아주 좋음 사이 어디엔가 있고, 절대 비참한 수준은 아니다. 보르도 2011년산 레드 와인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와인들은 오래 숙성이 가능하고, 잘 숙성시켜 2020년 말이나 2030년대쯤 마실 때 대단한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나 역시 친구들과 함께 앤젤스 셰어를 얻어 마시기 위해 줄을 서고 있지 않을까 싶다.

비교적 합리적 가격대의 보르도 2011 다섯 가지

1. 얼터 에고 드 팔머 2011
색상이 매우 짙고 검은 과일, 백합, 재스민의 매력적인 향이 난다. 자매 와인들보다 태닌이 훨씬 적지만 훌륭한 과일향과 섬세한 아로마를 갖춘 아주 아름다운 마고 와인이다. 전혀 공격적이지 않다. 92점

2. 샤토 앙글뤼데 2011
가을에 맺는 베리 열매와 달콤한 크림, 작약꽃 향기를 갖춘, 복잡하지 않은 매력적인 와인이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며, 잘 표현하지 않지만 동시에 풍성하고, 호화로우며, 군침이 돈다. 2011년 빈티지가 강하기만 하다고 누가 그랬는가? 90점

3. 샤토 레 카름 오브리옹 2011
2011년은 이 새로운 와인에는 대단히 성공적인 해다. 짭짤한 육수와 덤불 풍미가 비슷한 여느 와인과 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반면, 혀에 느껴지는 맛은 우아하고, 세련되고, 농축되었으며, 기분 좋게 태닌이 풍부하다. 태닌에서 구조적 힘뿐 아니라 공명하는 풍미도 느껴진다. 93점

4. 샤토 디상 2011
운이 좋게 여러 번 마셔 본 와인으로,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는 디상 와인이다. 기분을 좋게 하는 꽃향기와 매력으로 가득한 반면, 혀에서는 입맛을 사로잡는 복잡한 아로마에다가 오래 가고, 균형 잡히고, 거의 신선하기까지 한 과일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태닌마저도 향이 입혀진 느낌이다. 10년 후쯤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다. 91점

5. 샤토 펠랑-세귀르 2011
2011년 생테스테프에서 상황은 매우 안 좋아질 수 있었다. (특히 몽트로즈는 아주 심각하다.) 그런데 펠랑-세귀르의 양조팀은 이 빈티지를 만들 때 완벽에 가까운 판단력을 발휘했다. ‘달콤한’ 클라렛에 질렸다면 이 와인의 서늘하고, 이슬에 젖은 듯 이른 아침의 신선함에 빠져보자. 그런 다음포도 껍질에 숨겨져 있던 구조적인 풍부함과 함께 잘 성숙한 과일 스타일을 즐기면 된다. 이것은 족히 20년 정도 숙성이 가능하다. 92점

고급 보르도 와인 2011 다섯 가지

1. 라 플뢰르 페트뤼스 2011
2011년에는 트로타누아와 플뢰르 페트뤼스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 결정하기 조금 어렵다. 트로나우아의 경우 조금 더 풍만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라 플뢰르 페트뤼스의 섬세한 과일 스타일과 단단하지만 무자비하지 않은 태닌 사이의 균형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후자에는 2011년 진흙 토양이었더라면 피할 수 없었을 서툰 느낌이 없이 성숙도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93점

2. 샤토 발랑드로 2011
본래 발랑드로의 팬은 아니지만 장-뤽 투네뱅이 2011년에는 아주 아름다운 와인을 창조해냈다. 아로마는 진정으로 세련된 자두와 꽃, 가죽 향을 풍긴다. (예를 들어 이 시점에서 샤토 레글리스-클리네는 오크 향이 더 강하다) 혀에서 느껴지는 맛은 더 연하고, 능수능란하며, 과즙이 풍부하다. 쌓아 올리기보다 노련한 배치에 강한 로장-세글라처럼 말이다. 94점

3. 샤토 레글리스-클리네 2011
레글리스-클리네만의 전설적인 생명력과 단단함, 빈틈없는 특징이 여기에도 잘 살아 있지만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덜어내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고, 그 시점이 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체리 향이 신선하고 탄탄하며, 성숙도도 잘 어울리고, 태닌은 정직하고 직선적이다. 당당한 와인으로, 앞으로 기대 속에 20년이 지나야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하게 될 것이다. 94점

4. 샤토 로장-세글라 2011
이 시점에서는 팔머보다 아로마가 더 세련되지만 색조가 더 옅고 스파이스, 가죽 장갑, 블랙커런트 리큐어(순수한 샤넬이다)를 느낄 수 있다. 혀끝에서 매우 풍부하고 매끄럽다. 질감이 풍만하고, 신선한 과일이 느껴지는 동시에 호화롭고 묘한 매력이 있다. 팔머보다 조금 더 우아하고 날씬하지만 장기 숙성이 적합하여 확신컨대 20년 뒤에도 그 훌륭한 맛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95점

5. 샤토 팔머 2011
색상은 진보라에서 검정에 가깝고, 아로마 면에서는 아직 한참 더 시간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입안에서 공기와 온기를 불어넣었을 때 와인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로마(뿌리 스파이스, 시트러스 꽃, 장미)가 코에서 바로 느껴지기보다 맛에 가려져 숨어있다. 부드럽고, 질감이 풍성하고, 두툼하다. 그리고 태닌과 숙성한 산도, 과일 풍미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다. 아로마가 자리를 잡고, 신선하게 올라올 즈음에 더 높은 점수가 기다린다. 96점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6.02.29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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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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