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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Decanter Column 2016년 2월 15일

기후 변화는 와인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앞서 앤드루 제퍼드가 가장 최근 칼럼에서 이 문제를 다뤄보았다.

사진: 랑그독의 픽 생-루 포도나무. 2013년 한 연구에 의하면 이 지역은 기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사진: 랑그독의 픽 생-루 포도나무. 2013년 한 연구에 의하면 이 지역은 기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일주일 후면 파리에서 파리기후협약이 열린다. 지구 자체가 아니라(지구는 이미 과거에 무수히 많은 극적이고도 때로는 매우 빠른 기후 변화를 겪은 바 있다) 지금 거기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에게 중요성을 갖는 행사다.

최근의 기후에 관한 데이터를 보면 계속해서 깜짝 놀라게 된다. 지구 기후 상태에 관한 세계기상기구의 최신 연례 성명에 따르면 2014년은 1800년대 중반 기상 관측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따뜻한 해였다. 그리고 같은 150년 동안 가장 따뜻했던 15해 중 14해가 2000년 이후에 속했다. 또한 영국 기상청은 세계 평균 기온이 2015년 중에 산업화 시대 이전과 비교해 유의미한 1˚C 한계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이 와인 생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약 한 달 전, 바케라스Vacqueyras의 최고 생산자 중 하나인 도멘 뒤 상 데 카이유Domaine du Sang des Cailloux의 세르주 페리굴Serge Férigoule을 만났다. 누군가가 “요즘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고,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복잡한 문제가 있어요. 이곳의 기후가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지요. 시라를 재배하기에 너무 따뜻합니다. 8월 15일에 수확해야 했어요. 이제는 더 남쪽에서 온 다른 품종을 재배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펠라시옹 규정 때문에 시라를 반드시 포함시켜야만 하죠. 그래서 언젠가는 아펠라시옹을 떠나야 할 때가 올 것 같습니다.”

사진: 기후 변화를 논하고 있는 앤드루 제퍼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세르주 페리굴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사진: 기후 변화를 논하고 있는 앤드루 제퍼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세르주 페리굴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오랫동안 시라는 랑그독 전반에서도 “개선되고 있는 품종”으로서 재배되었지만 일부 핵심 구역에서는 그것을 기르기에 너무 더워져서, 결과적으로 점점 더 과숙하게 되었다. 랑그독 지역의 개척자 올리비에 쥐앙Olivier Jullien은 이미 그르나슈를 포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기후로 인해 와인의 도수가 15퍼센트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건 몇 가지 사소한 예에 불과하다. 수많은 다른 증거들이 기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지난 반 세기 동안 모든 와인 생산 지역의 수확일이 2-3주씩 앞당겨졌고, 전형적인 레드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1960년대나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 1-2퍼센트 높아졌다. 즉, 같은 수준의 성숙도에서 당 함량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샤블리는 한때 거의 2년에 한 번씩 심한 봄 서리 피해를 입었었다. 하지만 이제 샤블리의 생산자들은 서리 경보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영국은 전에 샴페인에 들어가는 세 가지 주요 품종을 기르기에는 너무 추운 지역으로 간주되었지만 오늘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온화한 기후 지역의 와인 지도에 생길 법한 변화를 조사하고자 체계적이고 학문적인 시도를 한다 하더라도 추측에 그칠 수밖에 없다. 데이터가 복잡하기도 하고, 소규모의 국지적 기후 예측이 대규모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의 종합적 시도 중 하나로 마르코 모리온도 외 6명이 “기후 변화에 따른 와인 지역 변화 예측”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여 2013년 3월 「기후 변화」라는 저널에 실린 적이 있다. 이 연구는 유럽 와인 생산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매우 흥미롭다. 아니, 수많은 생산자들에게는 머리칼이 쭈뼛 솟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기도 하다.

논문은 수분 부족 지표와 토양, 해발 높이, 방향 등 서로 다른 다양한 기후 지표를 합쳐 제시하고, 이 ‘생태계 모델링’을 두 가지 배출 시나리오에 적용시켜 두 개의 ‘타임 슬라이스’를 내놓았다. 2020년과 2050년이다. 그리고 두 가지 결과 모두 지도와 표로 표시했다.
이미 예상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 종류의 변화가 예측된다. 포도원이 극지를 향해, 즉 위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아니면 기존 지역 내 고도가 높은 지역을 향해 점차 이동한다는 것이다. 물론 논문 저자가 지적했듯 모든 지역에 후자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키안티나 프로방스에서는 높은 고도에서 재배가 가능하지만 보르도는 안 된다.

논문에 따르면 시나리오가 어떻든 거대한 변화가 목전에 닥쳐 있다. “포도나무가 본래 기후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배에 적합한 지역 역시 기후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 그들은 랑그독과 루시옹이 아주 큰 영향을 받아 기존 재배 지역이 극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랑그독은 2020년까지 80-86퍼센트가 줄고, 루시옹은 더욱 심각하여 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이면 아예 포도나무 재배가 불가능할 것)이고, 페네데스, 엑스트레마두라(리베라 데 가디아나), 라만차, 두오로 등의 다른 유럽 지역 역시 재배가 어렵거나 아주 불가능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반면 론 남부와 프로방스 지역은 살아남을 수 있다. 두 지역의 포도원은 북쪽으로 이동하거나 높은 고도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대서양 인근 지역은 처음, 그러니까 최소한 2050년까지는 ‘레퓨지아’(빙하기와 같은 대륙 전체의 기후 변화기에 비교적 기후 변화가 적어 다른 곳에서는 멸종된 것이 살아 있는 지역)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부르고뉴는 생존하기 위해 고도를 높여야 하겠지만 샹파뉴와 모젤 지역은 더 북쪽으로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아주 흥미로운 동시에 놀라운 예측이다. 하지만 나는 40년이라는 빠른 기후 변화의 시간 속에서도 그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우선, 와인 생산 지역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전제는 타당하지 못하다. 대량생산의 경제성은 고도가 높아지거나 먼 곳으로 갈 경우 금세 붕괴될 수 있고, 고급 와인의 테루아 공식은 매우 연약한 동시에 토양과 지형학의 단 한 가지 요소만으로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코트 도르가 따뜻한 세상의 오트 코트로 간단히 ‘이동’할 수는 없다. 포이악의 위대함은 포이악의 그 우수한 자갈 언덕에서만 나온다. 강어귀 건너 블라예의 북쪽 구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질학에서 보는 엄청나게 오랜 세월에 걸친 변화 외에 토양의 구성은 고정되어 있다. 20년이 지났다고 어떤 언덕이 완벽한 기후를 움직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믿건대, 같은 이유로 –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드물게 만나 완벽함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 현존하는 우수 와인 지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버틸 것이라고 본다. 따뜻한 기후 지역에서는 빈티지의 스타일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 이미 그런 일이 벌어졌다 – 그것만으로는 어떤 지역의 위대함이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그저 우수함에 조금 다른 역사적 변화가 입혀지는 것뿐이다.

기존의 포도 품종(예를 들어 포메롤의 메를로)이 장기적으로 재배가 불가능해진다면 최소한 그 완벽한 환경이 조금 더 늦게 여무는 품종(카베르네 프랑이나 소비뇽)에 적합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어디에서도 견줄 수 없는 훌륭함이나 독특함으로 그 지역의 이름을 날리게 할 것이다.

다른 가능성들도 있다. 일부 품종들이 새로운 기후 조건에 적응력을 보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새로운 뿌리줄기를 사용하거나 포도원 재배 관행을 바꾸어 기후 변화로 인한 어려움에 조금 더 ‘강하게’ 대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관개를 통해 우수 포도 생산지를 구할 수 있다면 망설여선 안 된다. 관개를 이용했다고 테루아의 특징이 반드시 사라지지는 않는다. 멘도사의 서로 다른 하위 구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비교하면 금세 알 수 있다.

물론 와인 애호가들도 기후 변화를 경계해야 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것은 많은 와인 생산자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고, 파산하는 곳들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기후 변화로 전 세계의 정치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고, 연구하고, 수집하는 건 전쟁과 분쟁, 경제 위기가 아닌 평화롭고 풍족한 시대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기후 변화는 현재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난민 문제에서 거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요소다. (기후에 민감한 사하라이남 지역 아프리카의 농부들이 땅을 버리고 생존을 위해 이주를 택하고 있다.) 그리고 해수면이 높아져 동남아시아의 쌀 생산량이 줄어들고, 히말라야의 만년설 녹은 물이 부족해지면서 갠지스 강과 브라마푸트라 강 유역에 가뭄이 들어 상황이 더 심각해질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을 앞으로 40년 뒤 제이컵스 크릭의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샤토 라투르의 매출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건 조금 설득력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가능성의 문은 함부로 닫아 버려선 안 된다. 기후는 그것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거일 뿐이다.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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