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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다이닝의 위기이자 기회 : 언택트 컬쳐

최근 유럽에서도 ‘언택트’에 대한 뉴스가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기 이전에도 한국과 아시아에선 사람의 직접 접촉이 필요 없는 언택트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사용되었던 것에 비해, 전통적인 유럽은 특히 식문화에 있어 소비자와 제공자가 서로 얼굴을 보고 교류하는 서비스를 분명 더 선호해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 멈추지 않는 팬데믹의 위기와 필요에 의해 레스토랑과 그를 위한 여러 서비스 문화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여러 면에서 한국에 비해 늦지만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변화한 유럽 호텔 내의 아침 식사 방식, 그리고 바코드를 통한 메뉴판과 계산
치즈에서 빵까지 무엇이든 마음껏 선택하고 주문할 수 있었던 유럽의 호텔은 이제 매우 제한된 식사 방식을 적용합니다. 고객들의 아침 식사 메뉴와 원하는 시각을 전날 정해진 시간까지 온라인 혹은 선택지를 제공해 주문받고, 해당 고객의 아침 식사를 놓은 테이블로 안내해주며 불필요한 이동과 다른 고객 혹은 서비스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시도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먹어볼 수 있었던 여행의 기쁨이 한 가지 줄어들었지만, 불필요한 음식의 낭비를 줄이고 접촉의 위험이 덜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라 볼 수 있겠습니다.

파리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 Big Mama 그룹에서 도입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

여러 레스토랑에선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여 바코드를 스캔해서 웹사이트에 게재된 메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메뉴판을 가져다주고 주문을 직접 하는 것이 레스토랑에서 중요한 과정 중 하나였지만, 고객이 메뉴를 직접 확인한 후 계산 또한 바코드를 통해 직접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스트로노미의 중심, 프랑스 셰프들의 ‘클릭 & 콜렉트’ 서비스와 ‘누벨 누벨 퀴진’
다이닝의 경험을 훌륭한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클릭 & 콜렉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셰프들은 최고급 음식을 집으로 가져가서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과 다르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합니다. 레스토랑에서 장시간 식사를 하는 대신 음식을 소비자가 픽업해 집으로 가져가서 맛보는 서비스로, 알랭 듀카스(Alain Ducasse)와 기 사부아(Guy Savoy)는 물론, 이국적인 색채와 맛으로 유명한 미슐랭 셰프인 아크람 브날랄(Akrame Benallal)를 비롯한 여러 유명 셰프들이 앞장서 시도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이동 규제가 끝나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현재는 클릭 & 콜렉트 서비스를 그만둔 곳도 있지만, 위기는 곧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통적으로 유명한 세프와 다이닝 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유럽의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매일 생산/판매량이 많지 않아 부티크에 줄을 서게 하던 세계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인 세드릭 그롤레(Cédric Grolet) 또한 온라인 주문을 하고 쉽게 픽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뫼리스 호텔을 직접 찾아 그의 플레이트 디저트를 맛보거나 파리의 부티크에서 기다려 디저트를 맛보던 고객이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서 걱정 없이 최고급 디저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1970년대 전역으로 소개된 프렌치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이 음식계에 중대한 혁신으로, 이는 단지 음식 스타일의 변화였다면 2020년을 사는 셰프들은 ‘누벨-누벨 퀴진’이라는 이름을 붙일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음식의 맛은 기본이며 팬데믹 시대의 고객 건강을 생각하며 소비자의 취향, 좋은 재료의 수급, 사회적인 책임까지 보태어 제공해야 하는, 좀 더 복잡한 개념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담아야 하는 현재의 시기에 알맞은 명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유럽의 주요 음식 배달 업체로 자리 잡은 딜리버루

급격히 증가한 딜리버리 서비스, 그리고 비대면 서비스를 위해 정교해진 규칙들
딜리버루(Deliveroo), 우버 이츠(Uber Eats), 저스트 잇(Just Eat) 등 여러 딜리버리 서비스 업체들은 지난 몇 년간 유럽 내에서 괄목할만한 급격한 발전과 마켓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의 시작과 함께 여러 국가에서 시행된 이동 제재와 통금 시간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 힘들지만 직접 요리하기 어려운 유럽인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며, 레스토랑에서도 그들의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선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2020년 10월 기준, 전체 19퍼센트의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고, 20퍼센트는 한시적으로 영업을 멈추고 있으며, 33퍼센트의 레스토랑은 배달 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3퍼센트의 레스토랑은 레스토랑에서 제공할 수 있는 식자재나 음식 관련 제품으로 비즈니스 업종을 더하거나 변경했다고 합니다. 현재 프랑스에선 총 40퍼센트의 레스토랑이 딜리버리 서비스를 이용/제공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패스트푸드 음식점 위주로 배달되었던 음식의 종류가 위에서 언급했던 고급 다이닝까지 여러 장르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과의 접촉이 없는 서비스와 딜리버리가 다이닝 브랜드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딜리버리 업체의 픽업과 서비스는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들이 공표한 비대면 규칙의 세부사항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비대면 픽업을 위하여>
1. 음식의 포장을 테이프와 딱 맞는 적합한 용기를 이용해 배달원이 만지지 않아도 되도록 할 것
2. 포장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들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 충분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 가능하다면 기다릴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하길 바람
3. 배달원과 음식을 준비하는 접촉을 피하고자 음식을 픽업하는 공간과 음식 준비 공간의 간격을 충분히 띄울 것
4. 바쁜 시간에도 배달 음식을 전문적으로 책임지는 인원을 두고 배달원과 대화할 것
5. 비누와 소독제를 배달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둘 것

<비대면 배달을 위하여>
1. 배달 음식의 주문자가 비대면 배달을 원하는 경우를 애플리케이션에 표시하도록 함
2. 배달 음식이 든 보온 박스를 오픈된 외부 공간에서 열어 꺼낼 것
3. 음식을 일정한 공간에 놓고 주문자에게 연락해 직접 들고 가는 것을 2미터 거리를 두고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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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Moon

파리 거주 Wine & Food Curator 음식과 술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한국과 프랑스에 멋진 음식과 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 oli@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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