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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업계에 불어 닥친 M&A 바람, 언제까지 이어질까

와인 업계에 불어 닥친 M&A 바람, 언제까지 이어질까

임지연 2022년 4월 21일

요즘 인수합병 업계에 ‘와인’이라는 단어가 자주 오르내린다. 그만큼 최근 와인 양조장과 포도밭 시장에서도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시장에서 일어나는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불리기 바람이 거세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2020년에 시작되어 지난해까지도 뜨겁게 달아올랐던 글로벌 와인 업계 인수 합병 소식에 대해 벤처금융 전문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부사장이자 와인 시장 전문 분석가이기도 한 롭 맥밀란은 2020~2021년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와인 인수합병의 해였다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미국의 사모펀드인 시카모어 파트너스(Sycamore Partners)가 워싱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와인 생산업체인 Ste Michelle Wine Estate를 12억 달러에 인수했고, 1945년 설립돼 세계 최대 와인 업체로 자리 잡은 주류 대기업 Constellation Brands와 캘리포니아의 E. & J. Gallo Winery가 약 8억 1천만 달러의 평가액으로 인수 합병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Duckhorn과 Vintage Wine Estates가 최근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투자금을 공모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와인 업계에서 오랜만에 목격되는 대규모 M&A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 분위기다. 이에 앞서 Constellation Brands는 지난 2020년 자사의 브랜디 브랜드인 ‘폴 마송’을 Sazerac사에 약 2억 5500만 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또, 토스카나를 넘어 이탈리아 와인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Antinor가 프리울리-베네치아 쥴리아(Friuli-Venezia Giulia)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Jermann을 인수하는 데 성공해 몸집 불리기를 본격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와인 회사들이 잇따라 몸집을 부풀리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M&A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와인 판매망과 브랜드 확장 등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Robert Mondavi는 Constellation Brands에 흡수됐고 Allied Domecq은 Beam wine estates에, Southcorp는 Foster’s 그룹에 인수 또는 합병된 바 있다. 당시 M&A로 몸집이 커진 소수의 와인 회사들이 세계 와인 물량의 3분의 1을 생산하며 와인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까지 목격됐을 정도로 와인 업계에 불었던 인수 합병의 영향력은 거셌다.

또, 지난 2000년 호주의 Foster’s 그룹은 미국의 Beringer Winery를 사고 나서 효과를 톡톡히 봤었는데, 당시 포스터스는 베린저가 미국에 갖춘 튼실한 유통망을 이용해 자신들의 대량 생산품 브랜드인 Mildara Blass를 선보이고 큰 폭의 매출 증대를 이루는 데 큰 성공을 거두며, 와인 업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성공적인 M&A의 사례로 지금껏 회자될 정도다. 특히 Foster’s는 당시 브랜드의 확장을 통해 와인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는 데 성공하고,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더 큰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또다시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시작된 글로벌 와인 업계의 M&A 소식에 소비자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규모를 키운 회사들이 이전보다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와인을 공급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목격될 정도다.

하지만 이번 와인 업계의 인수 합병은 과거의 사례와 그 원인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시작된 글로벌 와인 업계의 M&A 양상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전염병 사태가 주요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전통 와이너리인 Vintage Wine Estates, VWE의 테리 휘슬리 사장은 “코로나19는 글로벌 M&A의 움직임을 가속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소규모 와이너리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했던 시음회를 포함한 다양한 방문자 이벤트를 사실상 폐쇄해야 했던 반면 대형 와인 업체들은 소형 와이너리를 인수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게 되면서 공격적인 M&A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에 글로벌 사모펀드 등이 가세하면서 와인 업계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M&A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20년 3월, 미국의 글로벌 와인 업체 투자자들은 미국 국내 와이너리에 대한 대규모 자본 투자를 중단했다. 이 시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며 자본 투자 가능성을 높이고, 대표적인 글로벌 사모펀드 업체들과 M&A 회사인 Zepponi&Company도 금리 인하로 인한 충분한 투자 자본금 소지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전통 와이너리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M&A 회사 Zepponi & Company의 케빈 오 브라이언 이사는 2020년 초반을 회상하며 “그 해에 전통 와이너리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던 수억 달러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전염 사태 앞에서 좀 더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글로벌 와인 업계 전반에 번져 있던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와서 그 분위기는 완전히 역전됐다. 얼마 전부터 미국 오리건주의 와이너리에 대한 인수합병 분위기가 거센 상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다수의 글로벌 와인 업체들은 미국의 오리건주 와이너리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리콘밸리은행 조사에 따르면, 오리건주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하된 와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와인 판매 수익률에서도 나파밸리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오리건주 와이너리의 최대 투자자로 꼽혔던 프랑스 와이너리를 포함해 최근에는 이 일대 와이너리를 인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대형 와인 회사들과 사모 펀드 주식회사들이 집중돼 역동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리건주에 대한 인수합병 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와인 제조와 판매를 연결할 수 있는 완전한 유통 시스템이 가능한 중대형 와이너리를 선호하는 반면 오리건주의 전통적인 와이너리의 상당수는 중대형 시설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이 지역의 전통 와이너리의 약 90%가 연간 5만 병 이하의 소량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같은 인수 합병 분위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규모 포도 농장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고유한 와인을 제공해 왔는데 이러한 포도 농장들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제기되는 양상이다. 대규모 자본을 동원한 사모펀드의 인수합병이 시도되는 시점에서 자금 부족으로 스스로 시장을 개척할 수 없어 무서운 힘을 밀어붙이는 인수합병의 쓰나미 속에서 전통적인 소형 와이너리들이 한 두 해 쯤 뒤에 모두 사장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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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 logan@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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