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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오픈하지 않을 와인을 소비한다는 것

오늘 밤에 오픈하지 않을 와인을 소비한다는 것

노지우 2021년 6월 8일

마시자 매거진의 구독자분들은 와인을 주로 어떻게 소비하는 편인가요?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 음식과 함께 와인을 즐기기도 하고, 와인 바틀샵에서 선물용 혹은 나의 와인 냉장고를 채우기 위한 용도로 많이 구매하실 겁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사는 경우도 당연히 있으시겠지요. 요즈음에는 와인을 직구할 수 있는 경로도 생긴 덕분에 와인을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와인에 돈을 쓰는 조금 다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단순히 하룻밤 마시고 끝나는 용도가 아닌, 오늘 밤 마시지 않을 용도의 와인에 돈을 쓰는 것. 바로 와인에 대한 투자입니다.

긴긴 와인의 역사 속에서 와인은 꽤 고상한 투자 대상으로 여겨왔습니다. 특히 프리미엄급 와인에 대한 수요는 매년 높았고, 전쟁과 같은 외생변수로 인해 와인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죠. 실제로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던 1940년에서 1945년 사이에는 와인 가격이 최대 600%까지도 상승했었고, 전쟁이 끝나자 다시 절반 이하로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와인 가격에 대한 국제적인 지수가 공시되고, 개인의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Liv-Ex(London International Vinters Exchange)
Liv-Ex는 2000년 설립된 와인 거래소로,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 지수를 추적한 최초의 회사입니다. 와인에 대한 거래 최고가와 최저가 중간의 가격으로 책정하는 Liv-Ex 지수는 실제로 많은 와인상들에게 기준점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 기준 Liv-Ex의 회원은 40개국에 위치한 500개 이상의 와인상에 달하고, 전 세계 고급 와인 시장 거래 물량의 95%를 다루는 그들의 거래를 기반으로 지수를 만들기 때문이죠.

Liv-Ex는 이처럼 와인 거래를 논하는 데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축이 되었습니다. 다만 전 세계의 와인 업자들이 모여 와인을 거래할 수 있는 B2B에 가까운 플랫폼이라는 한계점이 있죠. 이에 개인들의 와인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P2P(Peer to Peer) 형태의 거래소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Uvine(Universal Wine Exchange)
2001년에 설립된 Uvine은 개인들의 거래가 가능했던 온라인 와인 거래소였지만, 안타깝게도 2006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거래소입니다. 거래소를 뒷받침해 주는 기술이 탄탄하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당시의 온라인 시장이 이러한 거래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잠잠해지나 싶던 와인 거래소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바로 아래의 Bordeaux Index(BI)입니다.

Bordeaux Idnex(BI)
보르도 인덱스는 1997년, 6명의 규모로 시작된 와인을 사고파는 작은 회사였습니다. 고객들과의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던 그들은 2001년 와인 시장 최초로 구매/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양방향 거래 화면에 대한 개념을 들고나왔습니다. 그리고 2009년, 세계 최초로 고급 와인에 대한 보장된 양방향 거래 시스템 LiveTrade를 소개하며 P2P 거래가 가능한 와인 거래소의 체계를 잡았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LiveTrade는 누구나 접속하여 실시간으로 입찰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에 멈추지 않고 2016년에는 보르도 인덱스에 와인을 저장하는 고객이 직접 주식을 상장하고 판매할 수 있게 하는 BIX 시스템도 개발했다고 합니다.

[런던에 위치한 Berry Bros & Rudd의 매장 전경]

Berry Bros & Rudd(BBR)
이에 질세라 2010년, 영국의 유서 깊은 와인 및 주류 판매 업체인 Berry Bros & Rudd(BBR)에서도 BBX라는 이름의 거래소를 설립합니다. 1698년 설립되어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류 판매업자인 이들은, BBX에서 거래되는 와인들은 본인들이 관리하는 창고에 입고될 수 있게 합니다. 보관 환경에 민감한 와인의 특성상, 이러한 시스템은 와인의 품질에 대한 일종의 보증서로서 작용하죠. 더불어 BBX는 판매나 구매는 물론 와인의 ‘입찰’도 가능합니다.

BBX에서는 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와인에 대한 가격을 설정할 수 있고, 판매 시 판매 금액에 대한 10%의 수수료를 내게 됩니다. 실제로 BBX에서는 위의 사진처럼 최근 24시간 동안 판매용으로 올라온 와인의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CAVEX
2013년에 설립된 CAVEX는 기존의 와인 거래소와는 다른 차별점을 내세웁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수수료 구조인데요. 위의 BBX가 판매자에게 중개 수수료 10%를 모두 부담하게 하는 방식이라면, CAVEX는 판매자와 소비자들에게 각각 3%의 소량의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각각의 수수료를 합쳐도 6%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보통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와인을 자체 거래하고자 하는 와인 전문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플랫폼입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거래소가 자체 보유한 콘텐츠나 포트폴리오의 규모는 작은 편이죠.

이 외에도 기존의 거래소들보다 낮을 수수료를 보이는 Wine Owners(판매자에게 6.5%, 구매자에게 2.5%) 등의 거래소가 있지만, 대형 거래소들보다 거래량이 미미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거래소들은 와인을 단순히 오늘 밤 소비해버리기 위한 용도가 아닌, 그 미래가치를 보고 살 수 있게 합니다. 희귀한 빈티지나, 특별한 생산자의 와인 중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몸값이 올라가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혹시라도 이러한 장기적인 와인 소비생활에 관심이 있는 구독자라면, Liv-Ex에 접속해서 와인 지수를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으로 첫발을 떼면 어떨까요? 혹은 BBX에서 최근 24시간 동안 판매 목록에 올라온 제일 비싼, 혹은 제일 싼 와인들을 보며 다음에 마셔볼 와이너리들을 골라보면 그 또한 큰 재미일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다채로운 와인 소비생활을 위하여, 오늘도 Santé!

*참고 : https://jftwines.com/wine-resources/fine-wine-investment/fine-wine-market-history-performance/

Investment analysis: Fine wine trading platforms


https://www.bordeauxindex.com/our-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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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우

“사고(buy) 사는(live) 것을 사랑하는 소비인간. 와인 소비의 즐거움에 빠져 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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