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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황산 무첨가 와인, 건강에 더 좋을까요?

아황산 무첨가 와인, 건강에 더 좋을까요?

황수진 2019년 9월 18일

지난 기사에서는 와인 음주 후 숙취의 주범으로 억울하게 내몰린 아황산에 대해서 다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내추럴 와인과 보통 와인은 각각 얼마의 아황산을 포함하는지, 혹시 아황산을 넣지 않은 와인은 과연 어떤지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여러 내추럴 와인의 아황산염 허용 기준치

와인에 포함된 아황산을 측정하는 수치는 mg/L 혹은 ppm인데, 리터 당 밀리그램(milligram per litre)이란 뜻입니다. 밀리그램은 0.001g입니다. 설탕과 비교하면, 보통 찻숟갈 하나만큼의 양이 5g이니, 이것의 5000분의 1이 1mg/L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와인에 포함 가능한 아황산의 최대 법정 허용 기준치는 각 지역 및 국가마다 다릅니다.

유럽 연합의 경우, 보통의 드라이한 레드 와인은 150mg/L까지 아황산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의 경우는 100mg/L, 드메터(Demeter)기준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은 70mg/L, 그리고 내추럴 와인 협회(AVN)에 의한 내추럴 와인은 30mg/L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항산화 물질이 적은 화이트의 경우는 조금 더 상한선이 높아, 보통 드라이 화이트 와인 200mg/L, 유기농 150mg/L, 바이오다이나믹 90mg/L, 내추럴 와인 40mg/L 입니다.

<유럽 연합의 아황산 최대 법정 허용 기준치>

일반 와인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내추럴 와인
드라이 레드 150mg/L 100mg/L 70mg/L 30mg/L
드라이 화이트 200mg/L 150mg/L 90mg/L 40mg/L

미국은 보통의 드라이 레드/화이트 와인의 아황산 최대치는 350mg/L로 꽤 높은 편이지만, 유기농 와인은 단 10mg/L만을 허용합니다. 그리고 “유기농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고 표시된 와인은 레드와 화이트 모두 100mg/L까지 허용됩니다.

캐나다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레드 150mg/L, 화이트는 200mg/L, 유기농은 각각 100/150mg/L까지입니다.

호주의 경우, 드라이 레드/화이트는 250mg/L가 최대치이며,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은 색에 상관없이 120mg/L까지 허용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전 세계 수십 수백 개 존재하는 여러 내추럴/유기농/바이오다이나믹 와인 인증 기관마다 기준이 또 다릅니다. 이것 참 너무 복잡하네요. 골치 아프게 이런저런 숫자 생각 않고 마시게, 아예 아황산염이 없는 와인은 없나요?

제로 아황산염 와인의 유행

최근, 소수의 애호가뿐 아니라 많은 소비자가 환경과 건강상 이유로 내추럴 와인을 찾습니다. 동시에, 식품첨가제와 보존료에 대한 우려와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와인의 아황산염을 비판적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유럽에서는 아황산염이 없는 와인(Free Sulfite Wine)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불행히도, 아황산은 와인의 발효 과정 동안 자연적으로 10~20mg/L 가량이 발생합니다. 비록 극소량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황산을 완벽하게 포함하지 않는 와인이 있기 힘들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아황산염을 넣지 않았다는 와인들에서도 대부분이 “무수아황산 함유”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와인들은 아황산염이 없는 와인이 아니라, 아황산염 무추가 와인(No Added Sulfite Wine)이라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요.

포도 재배 및 와인 양조 기술의 전반적 향상으로 오늘날 대부분 와인은 법적 권고량보다 한참 낮은 양의 아황산을 포함합니다. 법적 권고량은 여러 아황산 첨가 식품을 섭취하는 소비자도 건강에 문제가 없는 양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와인의 평균 아황산 포함량은 80mg/L로, 와인 한잔에 약 10mg이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정도의 소량은 다른 많은 식품에도 존재하며, 특별히 천식이나 알레르기가 있지 않은 한은 숙취는 물론 건강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의학계 및 과학계의 중론입니다. 그런데도, 제로 아황산염 와인이 큰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과 유럽에서 건너와 한국에서도 시작된 글루텐 프리 유행을 아시나요? 글루텐은 여러 곡물에 포함된 단백질입니다. 밀가루에 찰기를 주는 주성분이지요. 제가 있는 프랑스에서는 친환경 가게가 아니라도 글루텐 프리 식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그런 요리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식당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의사와 영양학자들은 알레르기 환자가 아니면 사실 글루텐을 섭취해도 아무 문제 없으며, 오히려 극단적으로 이 성분을 피하려다 식단의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우려합니다.

아황산 무첨가 와인은 글루텐 프리 유행과 비슷해 보입니다. 현대인의 복잡한 건강 문제, 여러 원인을 단순화시켜 하나의 성분을 지목, 마케팅에 이용하는 거지요. 실제로 소비자들을 인터뷰했을 때, 글루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잘 알지 못하고, 정말 알레르기인 사람은 드물지만, 유행이니까, “힙” 해보이니까, 이 제품들을 찾는 경향이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고민해 봅니다.

아황산 무첨가 와인, 제가 한번 마셔보겠습니다

내추럴 와인의 유행으로 이곳, 프랑스에서도 아황산 무첨가 와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옆 동네 영국에서도 슈퍼마켓 체인인 세인스버리의 스텔라 유기농 아황산 무첨가 와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하네요. 백문이 불여일음이라고, 제가 한번 마셔보았습니다. 프랑스의 대형 상점 체인에서 아황산염(무수아황산) 무첨가를 내세운 마케팅을 하는 와인 중 레드 두 종과 화이트 한 종을 선택하여 시음했습니다.

와인  산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아황산을 따로 첨가하지 않은 와인은 산소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양조 및 병입 과정에서 최대한 공기와의 접촉을 줄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전 기사에서 말씀드렸듯, 산소가 지나치게 부족한 와인에서는 산화와 반대되는 환원반응(Reduction)이 일어납니다. 그 결과, 눅눅한 걸레, 오래된 고기, 익힌 양파나 양배추, 심하면 하수구 냄새나 썩은 달걀 같은 악취를 내는 황화합물이 생성되지요. 이 와인들에서도 환원반응으로 인한 이취가 나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다행히 세 병 다 환원반응의 이취는 나지 않습니다. 다만, 병을 연 이후에도 한동안은 향이 올라오지 않아, 십 분에서 십 오분 정도는 기다려야 합니다. 테루아로 일컬어지는 와인의 개성과 가치보다는 중저가에 유기농/아황산 무첨가를 무기로 대중적 마케팅을 하는 와인이라 그럴까요? 시음 끝에 약간 비누 비스무리한 맛과 촉감이 느껴지는 것을 제외하곤, 흠은 없습니다. 다만, 기본하한선을 간신히 만족시키는 전반적 균형이나 무게감, 검은 자두, 앵두 외에는 별 특성을 찾을 수 없는 매우 단순한 향이, 와인이라기 보다는 깨끗하게 살균처리된 유제품이나 과일주스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첨가물 없는 살아있는 와인을 내세운 마케팅 문구가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아황산 무첨가를 하면서 결함 없이 좋은 와인을 위해서는 상술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항산화뿐만 아닌, 살균제, 방부제의 역할을 하는 아황산을 넣지 않고도 괜찮은 와인이란, 정말 건강한 포도 재배와 깨끗한 양조 및 병입, 유통 모두가 합쳐져야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이 세 와인 모두 포도 재배자가 아닌 포도/와인을 사서 병입, 판매하는 중개상인에 의해 유통되었네요. 대형 마켓에서 중저가로 대량 판매되는 와인이 제대로 냉장유통 및 보관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아황산을 넣지 않는 대신, 병 내에서 문제를 일으킬만한 요소를 다 필터로 걸러내어 와인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최소만을 남겨놓은 포도 향 알코올음료 정도로 이 와인을 평가한다면, 지나치게 가혹한가요?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병마개에 씌워진 캡슐에는 마리안(프랑스의 상징인 여성)이 그려진 관세 납부증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숫자와 이니셜이 있는데, 첫 두 숫자는 지역 번호이며, 이니셜은 이 와인이 재배자(Récoltant)에 의해 병입 되었는지, 아니면 네고시앙(Négociant)이나 공인 보세창고업자(Entrepositaire agréé)에 의해 병입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레드와인 두병 모두 재배자가 아닌 포도/와인 매입자에 의해 병입되었네요

뭣이 중헌디?

대량 생산 및 유통되는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소규모 내추럴 와인 생산자 중에도 무수아황산을 첨가하지 않은 와인을 만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아황산 무첨가 와인을 만드는 소수의 장인. 이들의 와인마저도 직접 도멘에서 시음할 때와 현지 국내 운반 및 유통 후 소비자들의 집에서 시음했을 때 차이가 작지 않다고들 합니다. 이런 와인은 정말 뛰어난 생산자와 섬세한 유통업자를 통해야만 배와 비행기를 타고도 한국 시장에 안전히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아황산 무첨가 와인을 찾기 힘든 이유가 그것이지요.

아황산 알레르기 환자가 아닌 소비자들은 와인의 아황산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내추럴 와인이 아니더라도, 와인에 들어있는 아황산은 아주 소량에 불과하니까요. 아황산 함유량보다는 여러분의 취향에 맞는 향과 맛을 가진 와인을 고르는 것이 더 현명해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와인을 마심으로써 얻는 기쁨과 행복 아닐까요? 걱정은 묻어놓고 오늘 저녁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와인 한 잔, 어떠신가요?

다음 회에는 와인과 농약, 그리고 달과 해를 따라 만드는 와인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사이트

Anson, Jane Wine Revolution, the World’s Best Organic, Biodynamic & Natural Wines. Jacqui Small. London. 2017

Goode, J. & Harrop, S. Authentic Wine toward Natural and Sustainable Winemaking.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1

Skelton, Stephen (Editor) Viticulture. An Introduction to Commercial Grape Growing for Wine Production. London. 2007

US 데이비스, http://waterhouse.ucdavis.edu/whats-in-wine/sulfites-in-wine

Vin Naturel, http://www.vinsnaturels.fr/design/visuels/le_vin_nature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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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제게 삶의 위안이자 즐거움입니다. 당신에겐 무엇인가요? 7년간 남프랑스에서 레스토랑 운영, WSET Diploma, 45여개국 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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