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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리츠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스프리츠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Eva Moon 2021년 6월 22일

테라스에 앉을 수 있는 날씨라면 오후에서 저녁까지 생생한 주황색으로 테이블을 물들이는 스프리츠는 그 어떤 칵테일이나 술보다도 이탈리아의 여유로운 여행을 떠올리는 음료입니다. 달콤 쌉쌀한 맛에 석양을 연상시키는 색상으로 이탈리아 본토는 물론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와 가까운 프랑스의 니스나 해외에서도 아페리티프를 즐기고 싶을 때 여지없이 주문하게 되는 스프리츠, 오늘은 스프리츠라는 칵테일이 생겨나게 된 경로와 마시는 방법을 담은 이야기를 생각하며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봅니다.

스프리츠는 어떻게 이탈리아를 대변하는 칵테일이 되었을까?
이 칵테일은 이탈리아에서 밀라노를 중심으로 북쪽에서 즐겨 마시는 식전주로 자리 잡았지만, 놀랍게도 이탈리아인이 아닌 오스트리아인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1700년대 후반과 1800년대 초반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 주둔하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오스트리아 군인들이 맥주를 자주 마셨고, 알코올 도수를 줄여 마시고자 이탈리아 북부의 베네토 와인에 물을 타서 마시기도 했는데, 스프리츠(Spritz)라는 이름은 ‘물이 튀다’라는 뜻의 독일어 스프리첸(Spritzen)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화이트 와인과 탄산수를 섞어 마셨던 음료가 스프리츠 최초의 형태였으며,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스타일의 음료로 불리며 발전하고 널리 알려졌습니다. 여전히 이탈리아의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 지역에서는 스프리츠를 바나 음식점에서 청하면 와인에 탄산수를 섞은 초창기 버전의 스프리츠를 가져다줍니다.

오늘날 마시는 산뜻한 주황색의 스프리츠는 1920년대 칵테일에 비터스 한 방울로 색상을 더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본래 두 가지 버전의 칵테일이 존재했는데, 베네토의 파두아라는 도시에서는 오렌지와 약용식물을 주원료로 한 비터스 아페롤(Aperol)을 사용해 ‘컨티넨탈’ 스타일의 스프리츠를 만들어 마셨던 반면, 다른 지역에선 ‘라군(강이나 호수와 이어지는 바다) 스타일’ 스프리츠라는 이름으로 필라 브라더스(Pilla Brothers)에서 생산하는 비터스의 하나인 셀렉트(Select) 제품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지고 마시기 시작한 이 칵테일은 1970년대 북부 이탈리아 전역에서 크게 유행했으며, 이후 국제 바텐터 협회에 의해 베네치아 스프리츠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소개되고 즐겨 마시는 음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스프리츠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재료, 비터스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페롤은 가장 유명한 비터스이며, 그 뒤를 캄파리(Campari), 아티초크로 만든 시나르(Cynar)가 이어갑니다. 베네치아식 스프리츠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선 국제 칵테일 협회가 지정한 아페롤 비터스를 사용해야 하고,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 위치한 트레비소(Treviso)에서 스프리츠를 주문한다면 프로세코에 아페롤이나 캄파리 레드를 섞고 오렌지나 올리브로 장식한 스프리츠 한잔을 마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를 벗어나 베네치아로 가면 화이트 와인에 셀렉트 혹은 치나르(Cynar) 비터스를 넣은 스프리츠도 마주치게 될 수 있습니다. 스프리츠를 만들기 위해 가장 잘 알려진 비터스 몇 종을 재료와 그 명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아페롤(Aperol)
1919년 파두아 지역에서 바르비에리(Barbieri) 사에 의해 만들어진 아페롤은 현재 캄파리 그룹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2차대전 이후부터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한 이것은 캄파리에 비해 절반 이하의 알코올 함유량인 11도가량을 함유하고 있으며 밝은 오렌지 색상에, 주재료는 오렌지, 용담, 루바브, 기나수 등의 뿌리 식물과 허브입니다.

캄파리(Campari)
알코올 도수 20-28도가량을 가진 캄파리 비터스는 어두운 오렌지색상을 가진 이탈리아의 비터스입니다. 이탈리아에선 소다수나 감귤류의 주스를 섞어 주로 마시며 네그로니라는 클래식 칵테일의 주재료로 이용되는 이 비터스는 감귤류의 과일에 다양한 허브를 우려내서 만들고, 아페롤과 당도는 비슷하지만 알코올 도수는 두 배 이상인 20-28도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셀렉트(Select)
아페롤이나 캄파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비터스이지만, 베네치아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는 꽤 자주 쓰이는 제품입니다. 14도 알코올 함량, 바닐라, 카다멈, 생강 등의 달콤하고 따뜻한 향신료의 향이 느껴집니다.

치나르(Cynar)
아티초크를 주재료로 13여 개의 허브와 식물을 넣어 만들었다는 이탈리안 비터스로, 어두운 갈색에 달고 쌉쌀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1952년에 최초로 만들어져 16.5도가량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며 현재 캄파리 그룹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스프리츠로 만들어 아페리티프로 즐기기도 하지만 소화를 돕는 식후주로도 자주 마십니다.

스프리츠를 집에서 만들어 즐기는 방법
매우 간단한 재료로도 이탈리아의 테라스에 앉아있는 기분으로 스프리츠를 만들어 이탈리아식 아페리티보 시간을 즐겨볼 수 있습니다. 여러 바와 이탈리아 사람들의 집에서 다양한 레시피를 이용한 스프리츠를 내놓지만, 좀 더 간단히 한국에서도 한 잔의 스프리츠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칵테일 재료 : 프로세코 2 온스, 아페롤 1과 1/3 온스, 약간의 소다수

만드는 방법 : 너무 좁지 않은 와인 글라스나 올드패션드 칵테일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프로세코를 먼저 부어줍니다. 이후 아페롤 비터스를 첨가하고 소다수를 끼얹어 오렌지 슬라이스로 장식해 완성합니다. 간단한 샌드위치나 올리브, 크래커들을 같이 내면 이탈리아 카페의 아페리티보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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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Moon

파리 거주 Wine & Food Curator 음식과 술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한국과 프랑스에 멋진 음식과 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 oli@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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