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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와인 페어링 :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음식들과 와인의 마리아주

방구석 와인 페어링 :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음식들과 와인의 마리아주

노지우 2021년 2월 17일

요즈음 독자 여러분의 와인 생활은 안녕하신가요? 외식이 쉽지 않아진 시기이기에 아끼던 식당도 와인바도 마음 놓고 방문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집에서라도 좋아하는 와인들을 구비해두고 즐기는 분들도 있겠지요. 이때 제일 고민 되는 것은 바로 와인과 함께 곁들여야 할 음식일 겁니다. 보통은 레스토랑의 쉐프들이 멋들어지게 내어주는 음식들과 함께 즐겼겠지만, 이때만큼은 오롯이 내가 나를 대접해야 하는 쉐프가 되어야 하니까요.

[사진 출처 : www.beveragedaily.com]

그래서 오늘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거나, 혹은 우리의 식탁에 종종 어렵지 않게 등장하는 음식들과 와인의 이색 페어링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와인 애호가들의 입을 통해 검증되었거나 필자가 직접 경험해본 다양한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를 만나보고, 오늘 저녁 마트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ssg닷컴 ‘착한마을 마음이가’, www.vinovest.co]

[ 쑥떡 ]
짙은 초록색에 풋풋한 냄새를 풍기는 쑥은 우리나라 봄철 밥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식재료입니다. 불쑥 코를 두드리는 쑥의 향이 생각 이상으로 와인과 잘 어울린다는 것 아시나요? 필자는 그 향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서 그날그날 페어링하고 싶은 와인의 종류를 다르게 고릅니다. 페어링에서 중요한 규칙 중 하나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인데요. 향으로 존재감이 선명한 두 재료의 후각적 무게가 균형이 맞아야 더 즐거운 마리아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쑥의 향이 다소 옅은 떡이라면 꿀을 살짝 찍어 바른 후, 달콤한 리슬링을 고르죠. 은은한 쑥 냄새와 리슬링의 미네랄, 살구 향이 콧속에서 부드럽게 섞이고, 꿀의 녹진한 질감과 리슬링의 옅은 단맛이 만나 달콤함을 증폭시킵니다. 반면 쑥의 줄기가 숭덩숭덩 보일 정도로 진한 쑥떡 혹은 쑥개떡이라면 주저 없이 그날은 레드 와인을 마셔야 하는 날입니다. 민트향이 살짝 묻어나는 메를로라면 더더욱이 좋을 것 같습니다. 쑥의 거친 질감이 매끄러운 메를로를 만나 균형을 이루고, 짙은 자두 냄새와 민트 냄새가 쑥과 함께 섞여 굉장히 풍부한 향을 만들어 내는 경험을 만들어 주거든요. 맑고 옅은 피노 누아와 쑥도 꽤 잘 어울렸지만, 조금 주의하세요. 맑고 여린 피노 누아의 경우는 쑥의 향과 텁텁한 질감이 와인을 덮어 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www.donga.com, Wine Folly]

[ 짜파구리 ]
영화 기생충에서 나왔던 채끝 짜파구리를 기억하시나요? 모두가 집에 가는 길에 짜파게티 한 봉지를 사야겠다고 다짐하던 그 순간, 필자는 진판델을 떠올렸습니다. 진판델은 캘리포니아에서 자라는 품종으로 포도 한 송이 안에서도 그 숙성 정도가 고르지 않다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바짝 말라버려서 당도가 극에 달한 포도알부터, 아직은 좀 덜 여문 포도알이 모여 만들어내는 당도가 흥미로운 품종이죠. 그래서 느껴지는 묵직함과 끈적함, 그리고 그 사이로 풍부하게 올라오는 과실 향과 더불어 후추 냄새가 그 특징입니다.

이런 특징을 지닌 품종과 짜파구리와의 페어링을 떠올리는 이유는 서로의 맛을 완벽하게 상쇄시키는 데다가, 무게감까지 비슷한 짝이기 때문입니다. 녹진녹진하고 매콤한 조미료 자극을 무게감이 살짝 느껴지는 진판델의 붉은 단맛으로 감싸주어 서로의 튀는 맛들을 진정시켜내는데요. 여기에 채끝살까지 추가되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후추 향과 함께 어우러지는 고기의 감칠맛까지 더해질 테니까요.

[ 떡볶이 ]
국민 간식 떡볶이와 와인의 조합은 요즈음 우리나라 일부 와인바에서도 종종 보실 수 있을 정도로 나름 이름난 조합입니다. 선명한 고추장의 맛에 풍미가 좋은 와인은, 다소 어색해 보이는 조합일 수 있지만 그 중독성이 무척 강한 편이죠. 다만 이 경우, 필자는 떡볶이의 스타일에 따라서 어떤 와인을 고를까 고심을 많이 합니다.

상당히 매운맛을 내는 떡볶이의 경우, 너무 드라이한 와인과 페어링 한다면 혀에 느껴지는 촉감과 통증이 배가 되어 아무런 맛도 즐기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운 자극을 중화시켜줄 수 있는 화이트 진판델을 추천합니다. 진판델 품종으로 로제 와인을 양조하던 중 효모 부족으로 발효가 중간에 멈춰버렸지만, 그 맛이 기대 이상이라 판매되기 시작한 화이트 진판델. 특유의 부드럽고 힘 있는 질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콤한 향과 달달한 맛으로 매운맛에 놀란 혀를 진정시키기에는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매운맛보다 달달한 맛이 조금 더 튀는 쌀 떡볶이에는 레드를 고릅니다. 이때는 어느 정도의 탄닌이 있되 탄산감이 있는 레드로 추천을 받는 편이랍니다. 탄산 덕분에 자칫 텁텁할 수 있는 고추장 베이스 양념의 맛을 깔끔하게 씻어 넘길 수 있고, 또 적당한 탄닌이 그 떡볶이 특유의 묵직함과 잘 어울릴뿐더러 쫀득쫀득한 쌀 떡볶이를 씹는 긴 시간 동안 입에 여운을 남겨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외에도 떡볶이가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로 맛을 내어 덜 텁텁하다거나, 양배추가 들어가서 조금 더 달달하다거나 등의 특징이 있다면 그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한 여러 페어링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필자는 떡볶이의 뾰족한 맛을 중화시키기 위한 와인의 맛을 찾는 편이지만, 매운맛과 탄닌의 조합으로 혀에 남는 강렬한 조합도 종종 볼 수 있으니 독자 여러분들의 기호를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 www.thekitchn.com]

[ 바닐라 아이스크림 ]
배를 어느 정도 채웠으면 이제는 달콤한 디저트 차례입니다. 거창한 아이스크림일 필요도 없습니다. 마트의 냉동코너에서 쉽게 발견하실 수 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면 그만입니다. 여기에는 로제 와인 중에서도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들을 한 번 페어링 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보통은 비슷한 당도를 맞추기 위해 스위트 와인을 많이들 추천하지만, 오크 숙성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바닐라 냄새와 더불어 훈연향 혹은 위스키 향 같은 매캐한 냄새도 아이스크림과 무척 잘 어울리거든요.

필자는 개인적으로 가르나차로 만든 로제를 특히 좋아합니다.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은 편이라 로제와인으로 양조해도 풀바디의 로제가 되는 데다, 숙성될수록 가죽 냄새와 캐러멜 냄새가 진득하게 튀어 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오크 터치가 들어가면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배가 되는데, 얼핏 위스키 향을 떠올리게 하는 이 향과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섞여서 만족스러운 풍미를 남깁니다. 흡연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가를 한껏 피우며 입 안 가득 머금었을 때의 만족감이 이런 느낌일까? 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쉽게 집어들 수 있는 재료들로 페어링해볼 수 있는 조합을 소개해보았습니다. 물론 페어링에는 개개인의 입맛의 선호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이 이미 경험해보셨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조합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내 앞에 있는 식재료들의 어떤 맛 하나하나 집중해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맛의 와인을 고를 것인지, 혹은 서로의 균형을 잘 잡아서 밸런스 좋은 맛을 낼 수 있는 와인을 고를 것인지 결정하시면 코로나로 인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긴긴밤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맛있고 행복한 방구석 페어링을 위하여, Sant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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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우

“사고(buy) 사는(live) 것을 사랑하는 소비인간. 와인 소비의 즐거움에 빠져 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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