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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크뤼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크뤼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Decanter Column 2018년 2월 5일

프리오랏은 크뤼 시스템을 향해 가고 있고 상세르는 보류하고 있다. 앤드루 제퍼드가 두 지역의 접근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사진: 프리오랏의 포도밭들. 와인메이커들이 한창 새로운 ‘크뤼’ 시스템의 구획을 나누고 있는 곳이다. / 사진 제공: 제이슨 노트/알라미

운전면허증, 여권, 투표권, 이것들이 우리가 흔히 아는 어른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와인도 성년에 이를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상징은 무엇이 될까?

최근의 방문을 가이드 삼아 생각해보자면 많은 와인 생산지들이 자기만의 크뤼 시스템을 뽐낼 수 있을 때에만 스스로를 성인으로 여기는 것 같다. 달리 말하자면, 특정한 지구, 빌라주, 혹은 포도밭들을 특별히 무언가로 선정할 때, 진정한 ‘지역’이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르고뉴의 유명한 피라미드(지역 아펠라시옹, 빌라주 아펠라시옹, 프리미에 크뤼, 마지막으로 그랑 크뤼) 시스템은 너무나도 정교해 다른 대부분의 지역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따라야 할 모델처럼 여겨진다. 어쨌거나 이것이 프리오랏이 따르고자 하는 길이다. 내부 등급을 그 정도 수준까지 받아들이는 최초의 스페인 지역이 되는 것이다. (뒤에 프리오랏에서 제안한 시스템 상세 설명이 나와 있다.) 하지만 반대로 프랑스의 상세르는 크뤼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몇 차례나 고심했음에도 여전히 보류하고 있다. 왜일까? 그것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프리오랏의 시각

프리오랏 DOCa 지역 회장 살루스 알바레즈는 새로운 시스템을 들이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현실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 지역에는 연간 4-5만 병 정도만 생산하는 소규모 셀러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최선의 해결책이 바로 테루아를 강조하는 것이죠. 게다가 여기에는 눈치를 보아야 할 대규모 생산자도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쉽습니다. 물론 매년 완벽한 와인 생산 이력 추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압니다. 그 점에서 지금까지 상당한 투자를 했습니다. 우리 지역이 매우 작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와인은 포도밭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제품이고 거기에 모든 명예와 명성이 함께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소규모 생산자도 포도밭 몇 헥타르만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프리오랏에서 크뤼 시스템의 장점을 두고 의견들이 엇갈린다. 라 콘레리아의 조르디 비달 같은 사람들은 그 시스템을 굳게 지지한다. “이곳에는 반드시 유명해져야 할 포도밭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곳들이 남의 눈에 띄는 데 20년쯤 걸린다는 점이죠.” 대체로 환영하긴 하지만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가르나차를 재배하는 그랑 크뤼는 카리네냐를 재배하는 그랑 크뤼와 절대 똑같은 대접을 받지 못할 겁니다.” 마스 마르티네트의 사라 페레즈가 지적했다. “서로 다른 마을에서 가져온 열매를 가지고 와인을 만든 적이 있는데 차이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와인메이커의 정신이에요. 그건 규제로 다스릴 수가 없지요.” 마스 도익스의 산드라 도익스가 말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제가 느끼기엔 그저 다른 지역의 시스템을 가져다 베낀 것처럼 보여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절대 진실하지 못할 거예요.” 페레즈의 말이다.

상세르의 시각

프리오랏에서 품질 혁명은 너무도 최근에 일어난 일이라 페레즈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정교한 시스템을 들이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상세르의 경우를 보면 그와 반대로 일찍부터 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다. “크뤼를 지정하는 문제는 이미 여러 번 제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서로 잘 협력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크뤼 시스템을 들인다면 사정은 다시 전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알퐁스 멜로 2세가 얼마 전 내게 해준 말이다. 뤽 프리외르는 그보다 더욱 강한 어조로 말했다. “포도밭은 단순한 땅이 아닙니다. 그것을 돌보는 사람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지금 그것들에 등급을 매겨 분류해 버린다면 지금껏 열심히 일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나 이 지역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액수의 수표를 써주는 셈이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너무나도 힘들게 일해 온 사람들 중 일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어요.” 돌이켜보면 1950년대는 상세르에 등급을 부여하기에 완벽한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때만 해도 리스크가 적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가 너무나도 복잡해지고 커져서 크뤼 시스템을 세우려면 승자들에게 보상을 내리는 것은 물론 패자들을 달래는 것까지 정치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물론 바로 이것이 샹파뉴의 생산 지구를 확대하는 문제가 그렇게도 골치 아픈 이유이자 생테밀리옹의 등급 체계를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변호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이유다.

상세르의 경우 기존에 쓰던 리외디(AOC보다 작은 규모의 특정 명칭이 있는 원산지를 뜻함) 명칭을 라벨에 기재하는 것이 현실적인 면에서는 법적으로 정해진 크뤼 시스템보다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을만한 다른 이유도 있다. 영국 와인상 고디스에서 일하는 캐서린 페트리 MW가 2017년 마스터 오브 와인 논문에서 논한 바를 보아도 확실히 알 수 있다. (뒤에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페트리는 레 몽 담네, 레 퀼 드 보주, 셴 마르샹, 이 세 리외디를 살펴보고 이곳에서 생산한 와인들이 크뤼 등급이라는 명성 없이도 2014년 빈티지에서 59퍼센트(셴 마르샹)부터 95퍼센트(퀼 드 보주) 가격 상승이라는 수확을 거둔 것을 지적했다. 5년 동안 ‘평범한’ 상세르 와인은 가격이 평균 10퍼센트 올라간 것에 비해 세 곳의 리외디 가격 상승 폭은 14퍼센트에 달했다. 이 와이너리들은 가파른 언덕에 위치해 있어서 일반 상세르에 비해 평균 수확량이 적지만 페트리는 헥타르 당 유로로 따져보면 2014년 가격 상승폭이 40퍼센트(셴 마르샹)에서 80퍼센트(퀼 드 보주) 사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크뤼 시스템이 성립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페트리는 알자스의 예를 들어 그랑 크뤼가 되려면 일반 AOP 알자스에 비해 최대 수확량을 31퍼센트 혹은 헥타르 당 25헥토리터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또한 카르 드 숌, 코토 뒤 레이용, 캐란과 샤블리뿐 아니라 푸이 퓌메의 크뤼 시스템 모두 더 낮은 수확량을 요구한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뒤를 보면 알겠지만 프리오랏에서 제안된 시스템 역시 그렇다.) 상세르가 알자스의 시스템과 비슷하게 수확량을 줄여야 한다면 가격 상승은 17퍼센트에 그칠 것이다. 의욕을 꺾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시스템에 다른 장점들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재 리외디 명칭은 그 지역 토지 명부에 기재되어 있고 재배자가 생산 이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각 지역 세관의 규정에 따라 관리되지만 INAO에서 강제로 집행되진 않는다. 사실상 선택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자의 양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페트리가 지적한 것처럼 비양심적인 재배자라면 “이 요건을 보란 듯이 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실렉스(부싯돌)’나 ‘카일로테(석회암 자갈)’ 같은 테루아 용어처럼 전혀 규제받지 않는 것들의 경우 더욱 유동적이 된다. 페트리가 다시 한 번 지적한 것처럼 실렉스는 “이 지역 주된 토양 유형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낮지만” 동시에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가장 인기 높은 토양 이름”이기도 하다. 등급 분류를 하려면 규정이 필요하고 여기엔 온갖 검사와 소명이 뒤따른다. 재배자들이 모두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살루스 알바레즈는 등급 제도가 세계적으로 특정 지역의 명성을 높여주고, 소비자들이 그 지역 와인의 특징을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세르는 이미 누구나 부러워 할 법한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생산량의 60퍼센트를 전 세계 124개국으로 수출하며, 상세르 주요 생산자들이 갖춘 고품질 설비는 곧 이 지역이 얼마나 번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그런데 등급 제도가 소비자의 이해를 높여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프리오랏 시스템이 라벨에 쏟아놓을 어마어마한 양의 카탈로니아어 설명은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지도 모른다. 마을을 뜻하는 카탈로니아 단어(빌라vila)는 그 언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저택’이나 ‘집’처럼 보일 수 있다. ‘파라트게(paratge)’는 입안을 가득 채운다는 뜻이고, 포도밭을 뜻하는 단어 ‘빈야(vinya)’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와인’이라고 들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크뤼 시스템을 채택하는 데 따르는 혜택은 자동적이지도, 늘 동일하지도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상세르에서 들은 사람들의 말과 페트리의 논문에 실린 데이터에 따르면 그곳에 등급 시스템이 도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 시스템이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훌륭히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오랏의 야심찬 시스템은 현재로서 경제적인 리스크가 상세르보다 낮은 지역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상당한 교육이 필요할 테고, 시스템 자체가 각 생산자의 이름이 갖는 힘을 앞지를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프리오랏에서 제안한 등급

프리오랏에는 이미 ‘빌라주 와인’이 있다. 라벨에 ‘비 데 빌라(Vi de Vila)’라는 표현이 적힌 와인(2017년에 35개 와인이 이 용어를 사용했다), DOCa를 구성하는 11개 마을 이름이 적힌 와인, 팔세트 프리오랏의 경우 ‘마소스 데 팔세트’라고 적힌 와인(팔세트 자체는 몬트산트에 있다)이 이에 해당된다. ‘비 데 파라트게(Vi de Paratge)’가 그 다음에 나올 용어로서, 이것은 빌라주보다는 작지만 단일 포도밭보다는 큰 지구에서 나온 와인에 쓴다. ‘비 데 빈야(Vi de Vinya)’는 싱글 빈야드 와인으로 대략 프르미에 크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고, ‘그란 비 데 빈야(Gran Vi de Vinya)’가 바로 그랑 크뤼 수준의 와인이다. 수확량의 경우 기존 DOCa 규정인 헥타르 당 6,000킬로그램을 비 데 파라트게와 비 데 빈야는 4,000킬로그램, 그란 비 데 빈야는 2,500킬로그램까지 줄여야 한다. 포도나무 수령은 비 데 파라트게는 최소 15년, 비 데 빈야는 20년, 그란 비 데 빈야는 35년 이상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이 최고 등급 와인은 가르나차나 카리네냐 포도로만 만들어야 한다.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1.15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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