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므롤은 보르도 주요 와인 산지 중에서 포도밭 면적이 740ha로 가장 작다. 와인 생산자들도 150여 명으로 소수이다. 지리적으로 도르도뉴강 오른쪽에 위치하면서 생테밀리옹 북서쪽과 맞닿아 있다. 뛰어난 포도밭은 대부분 구릉진 언덕에 있고 토양은 표토에 자갈, 하층토에 철 성분이 대량 함유된 진흙이 자리한다. 이 토양을 ‘크라세 드 페르’(Crasse de fer)라 부른다. 포므롤의 고급 와인은 다 이 토양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들어지며, 서쪽으로 갈수록 토양에 모래의 비중이 늘어나고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포므롤은 보르도에서 예외적으로 메를로가 포도밭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와인도 메를로 100%, 혹은 메를로 베이스에 카베르네 프랑이 소량 블렌딩 된다. 따라서 날씨가 불안정한 보르도 특성상 봄 서리가 오거나 개화 시기에 날씨가 안 좋을 경우, 싹이 일찍 트고 꽃이 일찍 피는 메를로는 수확량에 큰 타격을 입는다. 대표적으로 1984년과 1991년이 그 예이다. 와인은 메를로의 풍성한 자두, 블랙베리, 블루베리 향이 진하게 올라온다. 과실의 집중도가 매우 강하고 구조감 있는 와인을 생산하기 때문에 메독의 우수한 그랑 크뤼 와인에 버금가는 장기 숙성력을 자랑한다.
포므롤은 로마 시대 때부터 간헐적으로 와인이 만들어져왔다. 그러다가 14세기에 ‘백년 전쟁’을 기점으로 포도 재배가 중단되었고 19세기까지 그저 생테밀리옹의 작은 옆 동네로 취급받았다. 20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포므롤 와인이 북유럽, 특히 벨기에에 소개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 당시 영국은 메독 와인 무역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포므롤 와인은 벨기에를 기점으로 파리, 네덜란드에 유통되었다.
포므롤 와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장 피에르 무엑스(Jean-Pierre Moueix). 샤토 페트뤼스를 소유하고 있고 포므롤 와인을 전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다. 다른 유명한 와이너리로는 르 팽(Ch Le Pin), 라플레르(Ch Lafleur), 가쟁(Ch Gazin), 라 콩세이앙트(Ch La Conseillante) 레글리스 클리네(Ch L’Eglise-Clinet), 레방질(Ch L’Evangile), 네넹(Ch Nenin)등이 있다. 포므롤에는 공식적인 그랑 크뤼 등급 체계가 없다. 하지만 포므롤의 위대한 와인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존중받는다. 위성 지역으로는 라랑드 포므롤(Lalande-de-Pomerol)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