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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V NM 샴페인

RM V NM 샴페인

고혜림 2022년 10월 13일

거실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아 영화 <포드 V 페라리(Ford V. Ferrari(2019)>를 봤다. 자동차 마니아는 아니지만 스크린 속 레이스 장면이 주는 속도감과 짜릿함을 느끼고 싶었고, 연기파 배우 맷 데이먼(Matt Damon)과 섹시한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예고편을 여러 번 봤었기에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영화관만큼 큰 스크린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볼 만한 스크린에 아쉬운 대로 볼륨과 모드를 조절해서 최상(?)의 홈 시네마 느낌으로 감상을 시작했다.

포드 (Ford)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미국 자동차 회사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서 매출 감소에 직면해 있었다. 이에 반해 페라리는 엄청난 연구와 투자를 통해 스포츠카 레이스에서 단연 돋보이며 이탈리아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다. 페라리(Ferrari)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포드는 페라리를 인수 합병하려 한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페라리 1년 생산량이 포드 1일 생산량과 맞먹는다고 하니 규모와 매출 면에서는 비교 불가였지만 페라리는 명품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로 그려진다. 인수합병은 실패로 돌아가고 페라리는 더 좋은 인수합병 조건을 내세운 피아트와 손을 잡게 된다. 페라리 회장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포드 회장은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최고의 자동차를 제작해 페라리를 눌러 버리겠다고 선언한다.

자동차 레이스에서의 속도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자동차 제작 팀의 헌신과 노력, 포드 경영진과의 마찰, 친구의 우정 그리고 도둑맞은 우승 이후에도 식지 않는 차에 대한 두 친구의 열정 등 영화는 흥미진진했고, 영화가 끝날 무렵 실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NM과 RM을 떠올렸다. 샴페인은 크게 RM 샴페인과 NM 샴페인으로 분류한다. 물론 RC(Recoltant-Cooperateur), CM(Cooperative de Manipulation), SR(Societe de Recoltants) 등 다양한 레이블이 붙은 샴페인이 존재하지만, 샴페인은 일반적으로 RM 또는 NM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샴페인 캡을 눈여겨보면 ‘R’이라는 표시가 있는데 이는 RC, SR 또는 RM을 의미한다.

NM은 “Negociant Manipulant”를 의미하며, 샴페인을 만들 때 포도나 포도즙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규모가 큰 샴페인 하우스는 보통 NM 샴페인을 생산한다.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포도밭이 있지만 구매한 포도와 직접 수확한 포도를 혼합하여 자신의 레이블을 붙인 샴페인을 생산한다. 어느 정도 자본력을 갖춘 샴페인 하우스라면 좋은 포도 재배자로부터 품질 좋은 포도를 대량 구매해 샴페인 생산량을 늘릴 것이다. 포드와 같은 대기업은 어느 면에서 NM 샴페인 하우스와 비슷하다.

RM은 “Recoltant Manipulant”의 약자로 자신이 소유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갖고 샴페인을 양조하여 샴페인 레이블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모든 관리를 직접 하기 때문에 NM 샴페인 하우스보다는 규모가 작을 수 있지만 개성을 갖춘 매력적인 샴페인을 생산한다.

지금의 페라리를 RM 생산자와 유사하다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포드와 비교해본다면 RM 샴페인 하우스 쪽에 가깝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NM 샴페인은 아무래도 접근성이 더 좋고 품질도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평이 많으며 (슬프게도 맛없는 샴페인도 간혹 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와인 양조에 중요한 원재료인 포도를 엄선하고 포도 재배자들과 계약을 맺고 포도를 매입하기 때문에 포도 품질면에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반면에 RM 샴페인은 비싼 편이고 소규모로 생산되다 보니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끌리고 독특해서 매력적이고 기대를 품게 한다. (혹시 페라리를 좋아하는 분들도 그런 느낌인가요?) 샴페인 양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RM 샴페인 하우스에서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면밀하게 살필 수 있지만 생산 규모를 늘리는 건 쉽지 않다. 생산량이 많지는 않아도 자신이 소유한 밭의 특성과 와인 메이커의 개성을 듬뿍 담은 샴페인이니 마셔보지 않을 수 없다.

NM 샴페인은 일정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측면에서 좋고 RM 샴페인은 유니크함이 발휘된다는 측면에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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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림

와인 덕질 중인 본캐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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