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만 구할 수 있는 부르고뉴 그랑 크뤼 와인을 사러 갈 시간이 12시간밖에 없다고 상상해보자.

제인 앤슨이 프랑스 코트 다쥐르에서 그런 배 중 한 척을 직접 타보고 요즘 호화 보트 소유주들의 취향은 어떤지, 그들의 직원들이 희귀한 와인을 찾아서 유럽 전역을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알아보았다.

앙티브에 있는 포트 보방의 ‘억만장자 부두’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 / 사진 제공: 데이비드 리드/알라미

우리 앞에 선 오데사 II호는 족히 18미터는 돼 보인다. 흰색으로 번쩍이는 크롬 재질의 다섯 개 갑판이 앙티브의 보방 부둣가를 굽어보며 높이 서 있다. 우리는 이 부두에서도 가장 덩치가 크고 고급스러운 슈퍼요트들만 정박할 수 있는 전용 섹션에 있다.

이 부두는 최근 보안을 더욱 강화하여 이 조용한 섹션에 들어오려면 몇 개의 문과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도착하면 두꺼운 밧줄과 외로이 주차된 레인지 로버 한 대만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지중해 풍경을 방해할 뿐이다.

다섯 척의 요트가 한 줄로 정박하여 있는데 각각 길이가 최소한 70미터에 가격은 1억 유로 이상이다. 아, 거기에 유지비가 매년 1,000만 유로 정도 추가된다.

해질녘의 앙티브. 수백만 유로짜리 요트를 정박시키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 사진 제공: 알라미/유르겐 쇼노프

이곳은 신성 로마 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수심이 깊은 항구로, 여기에 배를 정박하는 데만도 비용이 최소한 100만 유로는 든다.

요트 산업에 와인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온쇼어 셀러스의 팀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호주인 아내 제시카와 공동 대표인 에드 더넷이 갑판원으로 시작해 이등항해사까지 올라갔던 6년 동안 일했던 요트들을 구경시켜주었다.

온쇼어 셀러스의 에드, 제시카, 로지(강아지 잭까지) / 사진 제공: 제인 앤슨

그와 제시카는 둘 다 현재 자산 규모 20억 달러를 자랑하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요 개발자 중 한 명이 소유한 71미터짜리 스캇 호에서 일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단독 페이지까지 보유한 배다.

“와인을 배달받는 것이 얼마나 번거롭고 짜증 나는 일인지 깨달은 것이 바로 스캇 호에서 근무할 때였어요.” 제시카가 내게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1년의 절반을 주방 총책임자로 근무하는데, 그녀가 타는 배는 하루도 정박하지 않고 1년 동안 유럽에서 카리브 해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노선을 운행한다.

온쇼어 셀러스는 두 명의 전 승무원을 소유주로 두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짐작한 대로 이것은 와인 산업에서도 수익성이 좋은 틈새 시장이지만, 이런 기업을 운영하려면 와인에 대해서뿐 아니라 이 거대한 요트 산업 특유의 물류 시스템과 그것들을 소유한 무척 까다롭고 요구 사항이 많은 엄청난 부자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이면서도 방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때로는 배가 어디에 있든 찾기 힘든 와인을 구해다 줘야 하지요. 그것도 아주 촉박한 시일 내에요.” 제시카의 말이다.

호화 요트 주인들은 ‘7성급 서비스’를 기대한다. / 사진 제공:알라미

“제한된 시간 동안만 정박하기 때문에 배송 시간을 철저하게 맞춰야 해요. 그리고 배 주인이 무언가를 요구하면 신선한 생선이든, 2010 DRC 한 병이든, 주방 총책임자는 목숨을 걸고 그것을 구해다 놓아야 하죠. 그들은 7성급 서비스를 기대해요. 이 산업에서는 해고당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그녀가 덧붙였다.

지중해의 여름이니 샴페인과 로제가 전체 주문량의 최소 5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다음은 이탈리아 와인이다. 그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와인은 볼랭저 로제, 크리스탈, 모에 아이스, 도멘 도트, 가루스 등이다.
에드의 주문장에 따르면 최신 슈퍼 투스칸 스타인 티냐넬로도 인기다.

“1년 내내 내보낸 와인 꾸러미 중에 티냐넬로가 빠져 있는 것이 없었어요. 모에 NV와 뵈브 클리코 NV는 모나코 그랑프리나 칸 영화제 같은 대규모 행사 기간에 선상 파티에서 늘 인기죠. 하지만 개인 선박의 경우에는 인기가 덜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매그넘은 잘 팔리지 않아요. 보관상의 문제 때문이죠. 그리고 미라발(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소유한 와인이다)처럼 특이한 병 모양의 와인도 문제가 됩니다.” 에드의 말이다.

궁극의 슈퍼 요트 와인 리스트. 2017년 여름엔 무엇이 인기일까

샴페인이 무엇보다도 인기이지만 2017년 여름에는 모에 아이스가 흥미로운 선택이다. / 사진 제공: 다리아 페트렌코/알라미

샴페인

돔 페리뇽 로제, 크리스탈

모에 아이스

로제

샤토 데스클랑의 모든 와인: 위스퍼링 엔젤, 가루스, 레 클랑, 록 앤젤

도멘 도트

미누티

미라발

레우브의 르 시크릿

슈퍼 투스칸

오르넬라이아

사시카이아

티냐넬로

솔라이아

보르도

샤토 마고

페트뤼스

샤토 슈발 블랑

부르고뉴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도멘 르플레브

온쇼어 셀러스는 어떻게 앙티브에서 일을 시작했나

온쇼어 셀러스의 전문성은 로드 스미스 MW로부터 나온다. 그는 요트를 위한 와인 공급 회사의 할아버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뱅 상 프롱티에르(VSF)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리고 런던 아미트 와인스 출신 로지 클락슨이 몇 달 전에 합류했다.

3년 전에 선상 근무를 그만두고 이 일에 완전히 뛰어든 에드는 이렇게 말했다. “시장에서 틈새를 보았습니다. 구식이 되어버린 대부분의 기업을 새롭게 브랜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와인 공급에 대한 승무원들의 사고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발견했죠. 요트의 와인 주문서는 대체로 소유주가 배를 살 때 정해져서 자주 업데이트되지 않습니다.

의사소통도 쉽지 않을 때가 많아요. ‘보스’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모두가 걱정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설사 보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도 와인이 1년에 한 번, 아주 촉박하게 주문되어서 물류 시스템에 개선의 여지가 큽니다.

우리는 미리 사서 보관하는 것을 돕고 싶어요. 그리고 항해가 끝난 뒤 사용하지 않은 와인은 다시 수거하여 다음번에 쓸 때까지 보관해주기도 하죠.

승무원은 손님들에게 와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상황에도 보관을 해주고, 원하는 경우에는 업계 내에서 팔 수 있도록 내부 거래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동시에 승무원 등에게 와인 교육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와인 리스트에 오르는 와인 외에도 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그래서 헨쉬커 같은 고급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이나 클라우디 베이 외의 소비뇽 블랑 같은 것들을 도입했습니다.”

와인을 사랑하는 요트 소유주들을 위한 앙티브의 새로운 학습 공간

이를 위해 그들은 이번 달에 항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앙티브 시내에 사무실 겸 와인 셀러 겸 교육 센터를 연다.

아름다운 노출 돌벽과 나무 대들보를 전면에 설치하고 뒤에 아주 넓은 창고를 갖춘 이 건물은 한때 앙티브의 시 문서 보관소였으나 그들이 9년 임대를 계약했다.

에드는 두꺼운 벽을 갖추고 온도 조절이 가능한 이 오래된 문서 보관소를 수리하여 10만 병 정도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만드는 중이다.

이것을 해낼 수 있다면 VSF의 진정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VSF는 현재 52,000병 정도를 보유하고, 페트뤼스와 슈발 블랑 같은 와인의 여러 빈티지를 갖추고 있으며, 이밖에도 다양한 고급 와인들을 앙 프리뫼르에서 구입하여 언제든 즉각 배송할 수 있다.

대부분 기업은 다른 곳에서 와인을 공급받는데, 이것은 가짜 와인의 문제를 피하기가 어렵다.

VSF가 전 세계 다섯 개 지점을 둔 역사가 긴 전문 기업이라면 온쇼어 셀러스는 그보다 훨씬 캐주얼한 분위기를 풍긴다. 네 명 모두 선글라스에 여름 원피스와 반바지 등을 걸치고 일하는 것이 매우 편안해 보인다. 수백만 유로어치의 와인을 팔지는 몰라도 메이페어 와인상으로부터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언제나 한가로운 건 아니다.

이번 주 로지는 단 12시간 안에 2012 벤저민 르루 샹베르탱 그랑 크뤼를 찾아내 이탈리아 리베라 해협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받아야 했다. 그것도 막무가내로 와인을 가져오라는 보스에게 시달리는 주방 총 책임자의 강한 압력하에 말이다.

“와인 서처를 검색하니 오스트리아에 한 병이 있었어요. 런던에서도 한 병 찾았는데 그건 빈티지가 달랐죠. 결국에는 나폴리에서 한 병을 찾아내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내놓았습니다.” 슈퍼 리치 와인 애호가가 일으켰을 지도 모를 또 한 차례의 대재앙을 피한 셈이다.

CREDIT

• • • • 작성자

        Jane Anson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7.7.27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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