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설, 이탈리아 와인 품질에 혁신을 일으킨 안젤로 가야가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나이가 여든에 가까워졌음에도, 그는 지친 기색 없이 한 시간이 넘도록 가야 와이너리의 철학을 전해주었습니다. 포도와 와인을 향한 그의 열정은 시간도 비껴가는 듯했습니다. 그의 정신과 발자취가 담긴 책 『The Making of a Great Wine: Gaja and Sori San Lorenzo』가 드디어 한국어판으로 찾아왔습니다.
『산 로렌조의 포도와 위대한 와인의 탄생』
이 책은 1988년 10월부터 1992년 9월까지 미국 작가인 에드워드 스타인버그가 가야 와이너리에 직접 방문하여 적은 기록입니다. 토양, 포도 나무 등 포도 재배에 필요한 것부터 포도 재배, 양조, 병입과 숙성까지 하나의 와인이 탄생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이 다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안젤로 가야가 이탈리아 와인 업계에 일으킨 변혁, 그리고 전문 와인 서적에는 적혀있지 않은 가야 포도밭 농부들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가야 가문을 포함하여 와이너리에 속한 모든 이가 한마음으로 와인을 만든다는 것을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소리 산 로렌조(Sorì San Lorenzo)
소리 산 로렌조는 안젤로 가야가 바르바레스코에서 처음 내놓은 단일 포도밭의 이름이자, 와인 이름입니다. 1967년에 첫 빈티지가 출시되었으며, 이후 소리 틸딘(Sorì Tildin)은 1970년에, 코스타 루시(Costa Russi)는 1978년에 뒤따라 출시되었습니다. 이 세 개의 와인은 현재 가야의 3대 최고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소리 산 로렌조의 토양에는 미사가 60% 정도 포함되어 있어 배수가 수월하며, 질소 함량이 0.073%에 불과하여 매우 척박한 땅입니다. 작물을 기르기에는 최악이나, 포도, 그 중에도 네비올로를 기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세미나가 끝날 무렵, 안젤로 가야는 토스카나의 명물 사이프러스 나무를 피에몬테에 옮겨와 심었다며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누군가 가야 와이너리를 찾아와 ‘누가 여기에 사이프러스 나무를 심은거야?’라고 말하리라는 생각에 즐거워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괴짜면서, 자기 세대를 넘어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트러플이나 꿀이 유명한 피에몬테에서 오로지 포도에만 집중한다는 가야의 철학을 영상으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