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그슬린 새 오크통이 와인에 가미시키는 다양한 풍미와 아로마는 바닐라와 캐러멜에서부터 풍부한 모카와 베이킹 스파이스에 이르기까지 매우 낯익다. 그런데 가격이 개당 700파운드까지 하는 새 오크 통을 단순히 풍미만을 위해 구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 값비싼 통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가?
화이트 와인을 위한 오크 발효
세계의 훌륭한 화이트 와인 중 다수가 오크 통에서 발효되고 숙성된다. 매우 노동력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많은 와인메이커들이 그렇게 할 가치가 수고를 충분히 상쇄시킨다고 생각한다.
오크통은 와인과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가 서로 긴밀히 접촉할 수 있게 해준다. 설탕이 알코올로 변하는 동안 효모가 죽으며 통 아래로 가라앉아 찌꺼기 층을 형성한다.
“그 찌꺼기가 산소를 소모시켜 발효와 숙성 기간 동안 와인을 보호합니다.” 뫼르소의 떠오르는 스타 피에르 부아송의 말이다.
찌꺼기 속의 효모 세포가 분해되면서(자가분해라고 한다) 아미노산과 다당류를 비롯해 와인에 이로운 물질을 내보내는데 이것은 풍미와 질감을 좋게 만드는 것은 물론 중요한 산화방지제인 글루타티온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배럴 발효는 더 풍부하고 숙성 가능성이 높은 샴페인을 만듭니다.” 크뤼그의 와인메이커 줄리 카빌의 말이다.
부르고뉴의 장-프랑수아 코셰-두리도 이에 동의하며, 와인과 효모 찌꺼기의 접촉이 품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와인에 힘과 구조, 근육과 힘줄이 생깁니다. 이를 통해 오래 지속될 힘이 생겨나죠.” 그가 말한다.
레드 와인 양조에서 오크 통은 프랑스어로 ‘엘르바주’라고 하는, 와인을 병입하기 적합할 정도로 숙성시키는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엘르바주의 핵심은 와인과 산소와의 관계에 있다. 딱 적당한 양의 산소에 노출시킴으로써 색상을 진하게 하고 타닌을 부드럽게 하는 반응이 더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엘르바주의 목적은 와인의 구조를 부드럽게 정제시키기 위해 산소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와인의 아로마가 더욱 열리고 발달되게 하지요.” 생테밀리옹 테트르-로트뵈프의 와인메이커이자 소유주 프랑수아 미트야비으가 설명한다.
와인메이커가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경우, 와인을 이 배럴에서 저 배럴로 옮기며 산소와의 접촉을 더욱 늘리기도 하는데, 이것을 랙킹(racking)이라 한다.
통장이마다 스타일의 차이가 있고 이것은 배럴을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되기에, 와인메이커들은 각자 선호하는 곳들을 따로 가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한 곳의 배럴만 쓰기를 좋아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서너 곳을 택해 함께 사용하는데 보르도에서는 이것이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마법 같은 결합은 단 한 곳의 통장이만 이용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모두 조금씩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의 배럴을 섞어 쓸 필요가 있지요.” 샤토 앙글루데의 와인메이커 벤저민 시셸의 말이다.
나파 밸리 스폿츠우드의 애런 와인코프도 비슷한 방식을 쓴다. 다나주, 나달리에, 세인트 마틴, 실베인, 타랑소, 비카드 등 다양한 통장이들의 배럴을 이용하는 것이다.
각 통장이들의 스타일을 판가름하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그들 고유의 토스팅(오크 통을 불에 그슬리는 과정)으로서, 이것은 목재의 물리적, 화학적 성분을 크게 바꿀 수 있다.
많이 그슬린 배럴은 와인에 단맛과 풍미의 폭을 더해주며 커피와 캐러멜의 풍부한 구운 아로마를 안겨준다. 반대로 가볍게 그슬리면 바닐라와 신선한 목재 향을 전면에서 느낄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산과 미국산 오크의 선택이다.
유럽에는 퀘르쿠스 세실리스와 퀘르쿠스 로부르 종이 많은 반면, 북아메리카에는 퀘르쿠스 알바 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퀘르쿠스 알바는 유럽종에 비해 용해성 타닌이 훨씬 적지만 아로마를 내는 물질, 특히 크리미한 오크 락톤이 매우 농축되어 있다.
아메리카 오크 특유의 바닐라와 코코넛 향은 리오하와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다.
아메리카와 프랑스 오크 사이의 차이보다도 더 미묘한 차이를 프랑스 여러 숲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리무진 지역의 오크는 결이 넓고 아로마를 배출하는 락톤이 매우 적지만 타닌이 아주 많아 꽤 빠르게 추출되지요. 또한 알리에 나무는 더 단단하고 더 많은 유게놀을 함유하고 있어 클로브(정향) 향기를 냅니다.” 프랑스에서 존경받는 오크 배럴 전문가 중 하나인 카밀 고티에의 설명이다.
오크의 복잡다단한 특징은 끝이 없다. 예를 들어 숲속에 난 길 옆에 자라는 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라기 때문에 그 결이 더 넓다. 다른 나무들보다 햇빛을 더 잘 받는 덕분이다.
이제는 새 오크를 어느 정도까지 쓸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남는다. 이것은 화이트뿐 아니라 레드 와인에 있어서도 매우 결정적인 문제다.
보르도의 1등급 샤토와 부르고뉴의 많은 훌륭한 도멘에서는 각 빈티지 별로 새 배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볼네이의 프레더릭 라파르주처럼 그것을 완전히 피하는 와인메이커들도 있다.
“새 오크가 정밀한 사용을 가능케 해준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들지만 저는 오크 향이 두드러지기보다는 밑에 은은하게 깔리기를 원합니다.” 도멘 뒤자크의 제러미 세이시의 말이다.
그는 “이전에 사용한 적 있는 중성적인 배럴을 사용하면 와인에 흔적이 남지만 매우 다른 방식”이라고 말한다.
또한 일부 와인은 어마어마한 양의 새 오크를 사용해도 쉽게 그것을 흡수하기도 한다.
작성자
William Kelley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6.10.18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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