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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시장서 뜨는 ‘튀르키예’, 알고 보니 7천 년 숨은 역사가?

와인 시장서 뜨는 ‘튀르키예’, 알고 보니 7천 년 숨은 역사가?

임지연 2024년 1월 18일

무려 7천 년의 긴 와인 역사를 가진 튀르키예가 전통적인 와인 강자들에게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튀르키예 스파클링 와인은 지난 2020년 프랑스에서 열린 와인 대회에서 ‘세계 최고 스파클링 와인(Best Sparkling Wine in the World)’이라는 칭호를 얻은 후 또 한 번 세계 와인 시장 제패를 위한 각종 전략을 키우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알코올 섭취를 줄이려는 튀르키예 정부의 고강도 세금 정책과 비교적 저평가된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의 튀르키예 와인에 대한 인식을 말끔히 벗어 던지려는 듯 최근 들어와 토착 포도 품종을 활용한 와인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입니다. 물론 튀르키예 와인 시장의 파이가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갖가지 현실적인 벽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의 알코올 시장에 대한 무자비한 제재 정책입니다. 지난 2013년 튀르키예의 집권당이었던 AK PARTİ (이하 AK) 당은 모든 주류 제품에 대한 광고 금지령을 내렸고, 종교적인 의미에서 모스크에서 100m 이내의 모든 주류 상점과 밤 10시 이후 소매상들의 주류 판매를 금지한 바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난 20년 동안 주류세는 꾸준하게 인상돼 왔죠. 지난 2021년 1월에는 주류세와 관련한 세금 인상 폭이 무려 17%나 됐으니 이 분야 관련 사업자들의 원성이 자자하기 충분했습니다. 현재도 튀르키예에서는 알코올과 관련한 규제를 매우 엄격하게 시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지 분위기에서도 와인 산업에 대한 기대와 와인 마니아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커지는 양상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 품종의 포도를 활용해 생산된 현지의 독특한 풍미를 담은 와인에 대한 입소문이 번지면서 그 성장세는 눈여겨볼 만한 증가세를 기록 중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알코올에 대한 제한 정책이 이토록 엄격한 튀르키예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곳에서의 와인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7천 년을 더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깊습니다. 특히 튀르키예 앙카라 외곽 지역에서는 놀라울 만큼 많은 양의 포도가 생산되고, 포도 수확 철이 되면 수요보다 더 많은 양의 포도가 와인으로 제조돼 주민들 사이에 널리 음용되고 있죠.

특히 지난 2009년부터 튀르키예 각 지역에서는 갓 수확된 많은 양의 신선한 포도를 활용해 화이트와 레드 와인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 생산량을 매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집중해서 볼 제품은 단연 이 지역의 전통 포도 품종으로 알려진 ‘칼레식 카라시’로 불리는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KK’라는 약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데, 짙은 레드 와인 생산에 사용되는 껍질의 농도가 깊은 이 지역 전통 포도 품종입니다. 칼레식 카라시 포도는 튀르키예 이외의 국가에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을 정도로 주로 튀르키예 중북부에서만 생산됩니다. 그런데도 워낙 개발에 대한 관심 정도가 낮았던 탓에 수년 동안 이 품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최근 이 지역 토착 포도 품종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한 와인 개발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워낙 짙은 보랏빛의 껍질이 인상적이라서 혹자들은 이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일명 ‘튀르키예 피노 누아’에 빗대곤 합니다. 하지만 질감 면에서는 일반 와인과 상당히 다른 특징이 있는데, 칼레식 카라시 포도로 만든 와인의 풍미가 다른 일반 와인의 것보다 거칠고 짙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거친 느낌의 풍미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완성된 와인을 숙성 기간 동안 참나무 통에 넣어 부드러운 풍미를 더하기도 합니다. 양고기를 얹어 튀긴 가지 요리와 마늘을 곁들인 버섯 튀김 요리 등과 함께 즐기면 더 할 수 없이 짙은 맛을 느낄 수 있어 페어링하기 좋습니다.

칼레식 카라시(Kalecik Karası) 포도 / Vinkara 와이너리 홈페이지

이렇듯 최근 튀르키예에서는 자국산 와인을 소비하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국산 와인 생산량과 소비량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기준 튀르키예에서는 정부 정식 허가를 받은 와인 생산업체의 수가 불과 50개 미만에 그쳤으나, 지난 2022년 기준 184곳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와인 생산량 역시 기존 2,800만 리터에서 6,600만 리터 이상으로 급증했죠.

칼레식 카라시 포도로 만든 와인 / tasteatlas.com

하지만 분명한 한계점도 눈에 띕니다. 지난 2022년 기준 생산된 튀르키예 와인의 무려 97%가 국내에서 소비됐다는 점에서 이제는 튀르키예 와인도 글로벌 시장에 맞춘 프리미엄급 와인 생산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쓴소리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무엇보다 ‘돌루카’와 ‘카바클리데레’ 두 업체가 터키 와인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등 소수의 대형 생산 업체가 국내 와인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피하기 어렵습니다.

거기에 더해 국내 통화 가치 하락과 치솟는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소규모 와인 생산업체의 생산 비용이 급상승하는 등의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끌어내고 있을 정도죠. 그도 그럴 것이 튀르키예에서 유통되는 프리미엄급 와인에 필요한 수많은 와인 생산 재료들은 다수가 유로화로 책정돼 유통되는데, 한 통당 무려 1,500유로에 판매되는 오크통을 단 2회만 재사용할 수 있어 소규모 업체들의 금전적 부담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단계라는 한계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최근 들어와 조금씩 각 지역의 부티크 생산업체가 생겨나고 있으며, 비록 소폭이지만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지난해부터는 전 세계 와인 시장이 튀르키예 국산 와인 제품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면서 전통 포도 품종을 활용해 생산되는 이 지역만의 신선한 와인에 대해 새로운 조명이 시작된 분위기입니다.

마르댕(Mardin) 지역 / 게티 이미지

이에 대해 마르댕에 기반을 둔 와이너리 운영자인 실리 씨는 “와인은 하나의 문화”라면서 “문화가 살아남도록 노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특히 튀르키예 정부가 지금보다 낮은 알코올에 대한 세금 정책을 펴고, 알코올 광고 금지를 조금씩 해제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등의 완화 정책을 추진하면 머지않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세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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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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