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이 깊어진 한 겨울만 되면 매년 유행처럼 선보여지는 와인과 커피라는 이색적인 조합이 이번에도 중국에서 큰 호응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이번에는 중국에서는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인 스타벅스보다 더 위용이 대단한 국민 커피 ‘루이싱커피’(瑞幸)가 그 주인공입니다. 루이싱은 올 중순 고가의 마오타이주를 커피에 결합해 ‘장샹라테’라는 새로운 조합의 라테를 성공리에 출시한 바 있는 커피 전문기업인데요. 이번에는 올겨울 한정 제품으로 미국산 레드와인을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결합해 만든 일명 ‘핫 레드와인 커피(热红酒美式)’를 출시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이 핫 레드와인 커피 출시를 공개한 것은 지난 11월 20일 밤이 깊은 시간이었지만, 출시 이튿날이었던 21일 단 하루 만에 무려 10만 잔을 돌파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가격은 한 잔당 32위안(약 5,800원)으로 오직 뜨거운 음료로만 출시됐습니다.
루이싱커피 측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핫 레드와인 커피에는 실제로 미국에서 막 수입된 신선한 레드와인과 급속 냉동해 신선도를 높인 오렌지 주스가 일부 첨가돼 맛과 향의 풍미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오로지 뜨거운 ‘핫’ 아메리카노 제품으로만 출시됐는데, 필자가 직접 맛본 핫 레드와인 커피는 첫입을 대기 전부터 코끝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달콤 쌉싸름한 와인과 오렌지 향의 풍미가 여느 커피와의 차이점을 단박에 느끼게 해줬습니다. 다만 제품의 이름에 레드와인이 표기돼 있을 정도로 루이싱 커피 측은 제품 전면에 레드와인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 맛을 본 핫 레드와인 커피의 맛은 와인의 맛은 비교적 옅었던 반면 오렌지 주스의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과 기존의 루이싱 커피의 진한 아메리카노의 쓴 향이 더 강하게 입안에 번졌습니다. 끝맛에서 약간의 와인 향을 느낄 수 있었는데, 레드와인의 농후한 향이 좋아서 제품을 구매한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다소 ‘심심한’ 맛이라는 아쉬운 평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제성만큼은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제품의 맛과 향, 와인의 농도를 두고 관련 사진과 영상이 게재될 정도로 뜨겁습니다.
커피에 첨가된 레드 와인의 농도는 약 0.5% abv로, 지난번 출시돼 알코올 함량 정도를 놓고 한동안 논란이 됐던 마오타이주를 첨가한 장샹라테의 것보다 조금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루이싱 커피 측은 향후에도 알코올 도수와 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해 전 세계 다양한 고품질 와인과의 결합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의 식음료 시장에서는 지난 2~3년 전부터 가을, 겨울의 추운 계절만 되면 매년 레드와인을 갖가지 음료에 첨가해 여태껏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맛의 음료를 출시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마치 추운 겨울을 맞이하는 일종의 의식처럼 ‘레드와인’을 첨가한 음료를 기다리는 고객들의 수요를 고려해 식음료 업체들은 저마다의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앞다퉈 개발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 느낌입니다.
그 시작은 지난 2021년 겨울, 상하이의 한 대형 슈퍼마켓 입구에서 레드와인을 따뜻하게 데워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즉석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당시 슈퍼마켓 측은 일회성으로 기획했던 행사였으나, 뜻밖에 고객들의 호응이 너무나 뜨거워 인근 도시인 난징과 항저우에서도 연이어 이 같은 행사가 연달아 열렸다고 합니다. 이런 중국인들의 레드와인에 대한 높은 호응은 인근 도시로 점점 더 번져갔는데, 지난해 중국의 대표적인 내륙 도시인 쓰촨성 청두와 동부 연안 도시 중에서도 가장 떠오르는 대도시 중 한 곳인 선전 등에서는 번화한 상업 거리마다 체온을 올려주기에 제격인 뜨겁게 데운 레드와인을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중국 고객들은 추운 겨울에는 의당 뜨거운 레드와인을 구매해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낭만적이라고 여길 정도로 와인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죠.
또 중국 국내 음료 기업 중에서 떠오르는 중대형 기업인 희차(喜茶), 수이사오셴차오(书亦烧仙草), 코코(CoCo都可) 등의 전문 프랜차이즈에서도 이 같은 중국 내 와인 열풍에 빠르게 동참하는 양상입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주로 중국 음료 시장에서 밀크티를 전면에 내세워 성장한 밀크티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들인데요. 그중에서도 수이사오셴차오(书亦烧仙草)는 얼마 전 따뜻하게 데운 레드와인에 신선한 과일 과육을 첨가한 특제 음료를 출시해 전국 7,000여 곳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통해 크리스마스 한정 메뉴로 한 잔당 18위안(약 3,300원)에 판매해 화제가 됐습니다. 비록 판매량은 기대만큼 높은 수준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와인과 커피라는 새로운 조합을 한 신제품에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런 분위기가 비단 중국 국내 기업만의 사정은 아니라는 점이죠.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 역시 14억 중국 소비자들의 새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와인을 첨가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캐나다의 국민 커피 업체로 알려진 ‘팀홀튼’입니다. 중국에서는 ‘TIMS하오톈’(Tims天好咖啡)이라는 명칭으로 진출해 이름을 알렸는데요. 이들은 최근 중국에서 레드와인을 아메리카노에 섞어 만든 제품을 출시했으며, 그 외에도 코스타(Costa)를 포함해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유명 커피 전문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잇따라 레드와인과 커피를 조합한 흥미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겨울만 되면 중국 국내 시장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와인과 커피 등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이 출시되는 것을 두고 특히 90년대와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소비층의 호응이 뜨거운 것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중국의 젊은 세대가 돈을 소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세련된 상품에 대한 지출과 개성을 존중받았는지 여부이다”면서 “특히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성 있는 상품 출시와 소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욕구가 대단히 높다. 흥미를 끄는 새 제품을 소비하는 것 자체를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소비하는 측면이 크다. SNS를 통해 이들이 정보를 공유하면 이후 추가적인 소비 증가가 빠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루이싱 커피 역시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핫 레드와인 커피’와 관련해 “이 제품의 출시가 중국 국내 음료 시장에서 와인 열풍을 다시 한번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라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커피를 통해 와인의 맛을 느끼고, 이후 추가적인 와인 소비로 이어지는 등의 양상도 목격되고 있다. 커피와 와인이라는 새 조합이 중국 국내 와인 시장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루이싱 커피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이 이제는 커피숍에 가서 와인을 즐기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면서 “평소 와인만 즐겼던 소비자들과 와인의 풍미를 모르고 커피만 즐겼던 소비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 오렌지와 와인 맛이 확연히 느껴지는 커피에 대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