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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급 와인을 생산하고도 유리병 공급 문제로 발만 ‘동동’

프랑스, 고급 와인을 생산하고도 유리병 공급 문제로 발만 ‘동동’

임지연 2023년 4월 19일

프리미엄급 고급 와인 생산에 집중해 오고 있는 프랑스가 예기치 못한 공급 문제에 직면했다. 풍미 좋은 와인을 대량으로 생산하고도 정작 이걸 담아 유통할 수 있는 유리병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곤란한 처지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와 미국 등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대에 유통되는 대중적인 성향의 ‘캔’ 와인이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프랑스와 스페인 등 대표적인 와인 생산 대국들은 여전히 유리병에 담은 고급 와인 생산에 집중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인 품질을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포도의 질과 와인 숙성 정도만큼이나 유리병의 품질 역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와인은 유리병에 담겨 코르크 마개가 채워진 후 와이너리를 떠나 유통 단계에 접어든 후에도 줄곧 그 온도와 습도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숙성의 정도가 계속 진행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와인은 고유의 유리병에 담겨 유통되는 순간에도 최고의 맛을 구현하기 위한 숙성 단계에 돌입하고, 고가의 유리병은 와인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산화되는 것을 방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해오고 있다. 그 덕분에 최고급 와인이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 10~20년 이상 보관, 숙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생산 과정은 물론이고 유통과 보관 단계에서도 와인은 그 고유의 특성상 끊임없이 최고급 와인의 풍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한 과정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유리병의 품질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와인 유리병은 단순히 소비자들의 눈을 매료시키고 구매 욕구까지 자극하는 기능 이상의 것을 담당해 오고 있다는데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와인병의 고유한 능력 탓일까? 최근 프랑스 와인 시장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와인 유리병 수급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결정적인 와인병 수급 문제의 원인이 된 것은 단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꼽힌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 공급됐던 유리병의 무려 75%가 우크라이나 공자에서 생산된 유리였기 때문인데, 지난 2022년 2월 발발한 양국 간의 전쟁이 길게 이어지면서 유리병 공급망이 전면 차단됐고, 사실상 현재로는 와인을 담을 수 있는 유리병의 대체 공급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 힘이 쏠리는 분위기라고 프랑스 독립와인생산자연합은 내다봤다.

프랑스 공영방송 ‘Franceinfo’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보르도 일부 지역의 와이너리에는 무려 40만 병 규모의 와인이 유리병이 없는 탓에 유통되지 못한 채 차일피일 저장소에 방치돼 있는 실정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일부 프랑스 유리병 제조사들 사이에 유리병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공급 가격을 단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상황은 이전보다 더 악화되는 등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21년 프랑스에서 단 0.35유로에 유통됐던 유리병의 공급 가격은 올 초 들어와 0.70유로로 무려 두 배가량 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기에 현지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등 프랑스 경제 전반에서 목격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덮치면서 유리병에 붙이는 라벨 포장지와 코르크 마개, 운송비 등도 잇따라 급증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상 프랑스 와인 시장은 유리병 공급 문제 외에도 전반적인 부자재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와인 공급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와인 생산업체에서는 단 187ml 크기의 작은 와인 유리병을 구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유리병을 대체해 250ml 알루미늄 캔에 와인을 담아 유통해야 한다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현지 와인 시장은 기존의 와인병과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대체품을 찾거나, 재활용 병을 대거 수거해 활용해야 한다는 등의 자구책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지만, 무엇보다 유리병 수급 문제를 일단락 짓는데 정부가 직접적인 개입을 선포해야 하며, 유통 가격의 고공행진을 하루빨리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와인 산업에 종사 중인 에드워드 벨라코트 씨는 “현재 프랑스 유리병 산업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개입해 문제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해서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프랑스 남부의 와인 산지인 론(Rhone)에 기반을 두고 조성된 와이너리 조합의 발레리 빈센트 씨는 “현재로는 프랑스 고급 와인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와인병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와이너리 종사자들은 하는 수 없이 다른 국가들을 찾아가 새로운 유리병을 대거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금의 프랑스는 막대한 물량의 수요를 감당할 유리병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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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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