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다. 차가운 공기에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 그리운 계절. 그렇다. 몸을 데워줄 주정강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 빛깔부터 일반 와인과는 사뭇 다르다. 주정강화 와인은 말 그대로 알코올을 첨가해 만들어지는 와인이며, 알코올 도수는 조금 높지만 풍미가 살아있는 와인이다. 대표적인 주정강화 와인으로는 포트(Port), 셰리(Sherry) 그리고 마데이라(Madeira) 와인이 있다.
알코올을 발효 어떤 시점에 첨가하는지 그 양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어떤 숙성 방식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맛과 향 등 개성이 다른 와인이 탄생한다. 주정강화 와인의 가장 큰 장점은 개봉 이후에도 꽤 오랜 기간 그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는 거다. 보관도 까다롭지 않아 빛이 들지 않는 상온 조건이면 된다. 여느 와인과 마찬가지로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에서 스위트(Swee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당도의 주정강화 와인이 나오는데 나는 중간 정도의 드라이와 스위트(Medium Dry, Medium Sweet)한 와인을 선호한다. 셰리 등 몇 가지 주정강화 와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오픈 후 1~2개월 거뜬히 풍미를 유지하며 우리의 후각과 미각을 즐겁게 해 주는데 빈티지 마데이라(Madeira)의 경우는 수십 년이 지나도 좋다고 한다.
마데이라 (Madeira)는 대서양에 위치한 포르투갈령 섬이다. 15세기부터 와인 양조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당시에 마데이라는 무역 항로의 거점으로 신대륙 또는 동인도로 향하는 선박이 거쳐 가는 곳이었다. 와인을 싣고 바다를 오래 항해하는 동안 와인이 과도한 열에 노출되고 흔들리며 와인의 맛이 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마데이라 와이너리에서는 와인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포도 증류수를 넣고 열을 가하거나 하는 양조 방식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마데이라 와인 중 하나인 마데이라 말바시아(Malvasia)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리처드 3세(Richard III) 그리고 사랑의 헛수고(Love’s Labour’s Lost)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했다.
마데이라 섬에는 8개의 마데이라 와이너리가 있으며, 그중 내가 맛본 와인은 주스티노스 마데이라(Justino’s Madeira)가 만드는 와인이다. 3년, 5년, 10년 그리고 빈티지 주정강화 와인을 다양한 포도 품종(Sercial, Verdelho, Boal, Terrantez, Malvasia, Tinta Negra 등)으로 만들며 특유의 숙성 방식을 따른다.
크게 깐테이로(Canteiro) 방식과 에스뚜화젬(Estufagem) 방식으로 나뉘며 두 가지 방식의 차이점은 숙성 온도다. 깐테이로 방식의 경우, 와인 셀러 내 가장 높은 온도가 측정되는 곳에 와인이 담긴 오크통을 두어 천천히 숙성을 진행시키는 반면 에스뚜화젬은 와인이 담긴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 코일을 감아 뜨거운 불이 순화되도록 하여 산화가 더 빠르게 이루어진다. 보통, 그 온도가 45~50도 정도 된다고 한다. 숙성 방식이 다르니 맛과 향도 다르다.
마데이라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칵테일로 만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위스키와 아마레또(Amaretto)로 만드는 갓파더(Godfather)에 베르델호(Verdelho) 마데이라를 섞으면 좀 더 풍성하고 복합미 넘치는 칵테일을 완성할 수 있다. 잔에 얼음을 채우고 적당한 위스키,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아마레또, 그리고 미디엄-드라이 베르델호를 3:1:1 비율로 넣으면 되는데, 그 비율은 취향에 따라 바꾸면 된다. 마지막으로 시나몬 스틱 하나 올려주거나 오렌지 필을 넣으면 완성!
좀 더 경쾌하고 산뜻한 느낌을 원한다면 마데이라, 토닉 워터 그리고 레몬주스나 레몬즙을 섞으면 된다. 당도를 높이고 싶다면 스위트 마데이라를 선택하거나 토닉 워터의 양을 늘리면 되다. 레몬 ¼ 조각을 무심하게 넣어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