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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후보에 오른 ‘아파시멘토(Appassimento)’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후보에 오른 ‘아파시멘토(Appassimento)’

Angela LEE 2022년 5월 2일

이탈리아의 북부 베네토 주의 발폴리첼라(Valpolicella)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마로네(Amarone) 와인은 아파시멘토, 즉 포도를 시들게 해서 양조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1936년 봄, 발폴리첼라의 한 양조장에서 레치오토(Recioto) 와인을 오크통에 넣어두고 잊고 있었던 양조가는 거의 2년이 지난 후 와인을 발견했다. 와인은 오크통에서 잔여당을 모두 알코올로 변형시켰고, 와인은 단맛보다는 쓴맛이 많이 나고 알코올이 높은 와인으로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맛을 본 양조가는 쓰다(amaro)보다 강도가 높은 쓴맛이라는 ‘Amarone’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나무로 만든 틀에 포도를 넣어 건조하는 아파시멘토]

이렇게 발견하게 된 아마로네 와인은 다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레치오토 와인을 통에 넣고 기다리는 대신, 포도를 수확시기보다 1~2달 정도 먼저 수확한 후 저장고에 넣고 나무로 만든 틀에 포도를 넣어 건조한다. 물론 온도와 습도를 기준에 맞게 맞추기도 하고 자연적인 온도에 의존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아파시멘토, 즉 포도를 시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약 3개월 동안 지속되며, 이 단계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포도의 수분이 빠지고 당이 높아지면서 포도송이의 무게가 30%~50% 정도 줄어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와인으로 양조될 경우 어떤 와인도 흉내 낼 수 없는 집중된 아로마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포도를 저장고에 넣고 시들게 하는 방식은 자연적이지만, 또한 한 공간에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어 안전하게 포도를 시들게 한다. 어떻게 보면 포도나무에 붙어 자연스럽게 시들며 수분이 마르고 당분을 강하게 만드는 귀부 와인보다는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2022년 비니탈리(vinitaly) 행사 중에는 이 혁신적인 아파시멘토의 방식이 유네스코의 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 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베네토 주의 대표 루카 자이아(Luca Zaia) 회장은 2022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발폴리첼라의 아파시멘토 건조 방식의 유네스코 무형유산 후보 발표회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와인의 양조 기술은 한 번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부분에서 인정된 적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가 도전 그 자체이지만, 발폴리첼라 지역의 아파시멘토 건조기술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이 요구하는 바를 완벽하게 나타내고 있기에 희망적이다”라는 말을 연설을 통해 전했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된 판텔레리아의 집비뽀 포도의 묘목 덩굴]

지난 2014년 이탈리아의 끝에 위치한 시칠리아 섬, 판텔레리아(Pantelleria)의 집비뽀(Zibibbo) 포도의 묘목 덩굴이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 때도 ‘특정 농업 관행을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판텔레리아의 경우는 집비뽀의 포도나무가 시칠리아 섬을 휘젓는 바람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테라스 형태의 모양을 유하며 땅을 움푹 파고 그곳에 집비뽀 품종을 심어 재배하는 것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의 정체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이번 아파시멘토의 건조 과정은 조금 다른 경우일 수 있다.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포도를 시들게 해서 당을 높인 후 양조해서 만드는 기술은 구세계의 와인 양조 국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아파시멘토 방식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다면 아마도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와인을 양조하는 모든 국가에서는 본인들만의 양조기술을 보존하고 또 다른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등재를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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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LEE

꿈에서도 이탈리아어로 잠꼬대를 하며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에 대한 정보를 찾고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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