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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그리스의 붉은 보석, 적포도 품종 파헤치기

서부 그리스의 붉은 보석, 적포도 품종 파헤치기

Crystal Kwon 2022년 3월 11일

지난해 와인비전에서 세 차례에 걸쳐 서부 그리스 와인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세미나 참여를 원하는 이들을 모두 초대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는데, 올해도 세 차례 세미나가 진행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올해 첫 번째 세미나 역시 많은 신청자가 몰렸고, 현재 그리스에서 가장 유망하고 흥미로운 지역인 서부 그리스 와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한 그리스 대사관의 콘스탄티노스 디카로스(Konstantinos DIKAROS) 참사관의 따뜻한 인사로 올해 세미나의 시작을 알렸다. 유럽 연합과 그리스가 공동 출자한 3개년 프로젝트 중 두번째 해로, 올해는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그리고 이외의 다른 스타일의 와인 등으로 와인 스타일에 따라 전문화된 내용을 다루게 된다.

위대한 미케네 문명의 발원지인 아하이아(Achaia)와 일리아(Ilia)는 수천 년의 와인 양조 역사를 가졌음에도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다. 그리스 신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무려 기원전 75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포도 씨와 로마 시대 유적지의 포도 압착 시설 등이 발견되면서, 전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수천 년의 역사와 수많은 토착 품종의 고향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푸른 바다에 맞닿은 저지대부터 높고 가파른 언덕까지 다양한 테루아에서 놀라운 잠재력을 펼쳐 보이는 아하이아와 일리아의 개성 넘치는 생산자에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험준한 산에 둘러싸인,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아하이아 지역의 포도밭]

아하이아에는 2개의 PGI[PGI 아하이아(Achaia), PGI 슬로프스 오브 애기알리아(Slopes of Aigialia)]와 4개의 PDO[PDO 파트라(Patra), PDO 머스캇 오브 파트라(Muscat of Patra), PDO 머스캇 오브 리오 파트라(Muscat of Rio Patra), PDO 마브로다프네 오브 파트라(Mavrodaphni of Patra)가 있으며, 일리아에는 2개의 PGI[PGI 일리아(Ilia), PGI 레트리노이(Letrini)]가 있다.

펠로폰네소스의 북서쪽 해안에 위치한 아하이아는 바다와 산맥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바다와 가까운 포도밭은 풍요롭고 비옥한 토양과 따뜻한 중기후를 갖춰 가성비 좋은 와인을 생산한다. 또한, 아하이아에는 가파른 경사의 높은 언덕이 위치하는데, 유럽 전체를 통틀어 가장 고도가 높은 포도 재배 지역이 바로 아하이아의 애기알리아 언덕에 있다. 이처럼 높은 고도의 영향으로 여름의 열기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고, 포도를 재배하기에 좋은 다양한 고도와 방위, 토양을 제공한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을 막아주는 산맥은 지중해성 기후의 열기로부터 포도밭을 보호한다.

아하이아 바로 남쪽에 위치한 일리아는 가까운 이오니아 해의 영향을 받아 습도가 높고 여름에도 비가 많이 내린다. 이에 캐노피 관리가 중요하며, 아하이아와 비교해 평지가 많은 편이나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발 400m 정도의 낮은 산지에 포도밭이 위치해 있다.

[베레종 단계의 레포스코 달 페둔콜로 로쏘(Refosco dal Peduncolo Rosso)]

아하이아 및 일리아의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에는 마브로다프네(Mavrodaphni), 시데리티스(Sideritis), 마브로 칼라브리티노(Mavro Kalavritino), 아브구스티아티스(Avgoustiatis), 레포스코(Refosco) 등이 있다.

마브로다프네는 PDO 마브로다프네 오브 파트라(Mavrodaphni of Patra)에서 포트(port) 스타일의 스위트 주정 강화 와인을 생산한다. 숙성을 최소화한 스타일과 오래된 배럴에서 수년간 보관하여 매우 복합적이고 산화 풍미를 보여주는 스타일이 있다. 또한, 마브로다프네는 PGI 아하이아(Achaia), PGI 슬로프스 오브 애기알리아(Slopes of Aigialia), PGI 일리아(Ilia) 및 PGI 레트로노이(Letrini)에서 뛰어난 품질의 드라이 와인으로 생산된다. 오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섬세하면서도 향기로운 붉은 과일과 허브, 향신료를 보여주고, 오크 숙성할 경우 부드럽고 허브 향이 감돌면서 장기 숙성 잠재력을 가진 와인으로 탄생한다.

분홍색 껍질을 가진 시데리티스는 단단한 껍질을 가진 아하이아의 토착 품종으로, PGI 아하이아(Achaia)와 PGI 슬로프스 오브 애기알리아(Slopes of Aigialia)에서 아주 소량 재배된다. 중간 정도의 과일 향과 미디엄 바디, 섬세한 아로마와 균형 잡힌 산도의 화이트 와인으로 생산되고, 연한 붉은 색에 신선하고 섬세한 자몽 향을 보이는 우아한 로제 와인 생산에도 사용된다.

마브로 칼라브리티노는 애기알리아 언덕에서 재배되는 드문 품종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청포도 품종과 필드 블렌딩하여 생산하지만, 일부 100% 마브로 칼라브리티노를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크고 촘촘한 포도송이는 보트리티스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산도와 실크 같은 타닌을 가지며, 숙성 과정을 거쳐 흙과 고기 풍미로 발전한다.

아브구스티아티스는 일리아 서부 해안에서 발견되는 적포도 품종이다. 로제 와인으로 생산하면 산뜻하면서 향긋한 과일 향을 보여주고, 단일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은 잘 익은 붉은 과일과 허브, 후추 등의 풍미에 산뜻한 산도와 중간 바디를 가진다. PGI 일리아(Ilia)와 PGI 레트로노이(Letrini)에서 생산되는 레포스코는 일반적으로 마브로다프네 품종과 블렌딩한다. 상대적으로 깊은 색을 띠며, 붉은 꽃과 자두, 블랙베리 등의 검은 과일, 허브와 숲 바닥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비교적 풀 바디에 높은 산도를 가진다.

품종에 대한 심화 학습을 마치고 준비된 10종의 와인을 시음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로제 와인 3종과 레드 와인 7종 모두 드라이 스타일로, 다양한 적포도 품종을 경험하는 동시에 동일한 품종이 떼루아와 양조 방법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비교 테이스팅의 기회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와인을 하나씩 시음하며 이와 가장 어울리는 아시아 음식을 추천했다. 산뜻한 산도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로제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스시, 생선전 등의 해산물 요리, 그리고 기름진 전과 잡채 등을 꼽았으며, 오크 숙성한 마브로다프네와 같이 강렬한 레드 와인에는 불고기, 갈비 등 양념한 육류 요리나 참치 타다키와 같은 무거운 생선 요리를 추천했다. 대체로 어릴 때 즐기기 좋은 가벼운 레드 와인은 좋은 산도를 지니고 있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만 삼겹살, 떡갈비, 치킨, 육전 등의 감칠맛 있는 한식과 잘 어울릴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두 번째 서부 그리스 세미나는 5월 6일, 다양한 화이트 품종을 주제로 진행된다. 다음 주에 신청이 시작될 예정이니, 서부 그리스 와인에 관심이 있는 업계 관계자는 잊지 말고 신청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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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 Kwon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행복한 오늘 만을 위해 살아갑니다. / crystal@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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