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고량주 제조 업체로 꼽히는 마오타이가 프랑스와 미국을 넘어서는 와인 산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구이저우에 소재한 마오타이의 자회사 마오타이창리는 최근 중국 최고가의 와인 상품 ‘칭롼’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 와인 시장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사실 이에 앞서 중국의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국산 와인 생산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을 기울여, 마오타이 업체를 통한 자국산 와인 생산에 박차를 가한 것은 무려 지난 1974년 무렵이 처음이었다. 당시 국무원은 ‘원자 폭탄도 만드는 중국이 와인 제조의 비밀을 못 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모토로, 국산 와인 제조를 위한 연구에 나섰다.
대규모 자본은 물론이고 유명한 와이너리에 오랫동안 종사했던 약 50여 명의 근로자들을 대거 영입하는 방법으로 중국 최초의 현대식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특히 완성도 높은 와인 생산을 위해 중국 당국은 당시 전국 50여 곳의 지역을 순찰해 와인 생산에 가장 적합해 보이는 지역을 선정,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청정 지역인 둥저우에 와이너리를 설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처음 완성된 와인의 양은 약 1톤 분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당시 생산된 국산 와인의 맛은 마치 기존의 바이주와 유사한 형태로 완성됐는데, 중국의 첫 와인을 맛본 이들은 그 맛이 조악하기 그지없었다는 혹평을 늘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비밀리에 진행됐던 중국 국가급 와인 프로젝트는 소문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로부터 약 40년이 흐른 후 또 한 번의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대대적인 중국산 와인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마오타이 회사의 자회사 마오타이창리가 최근 내놓은 칭롼의 판매가는 1병당 무려 57만 원대에 출시됐다. 이는 마오타이의 가장 대표적인 고량주로 꼽히는 페이텐 상품의 소비자가 대비 무려 2배 이상 고가로 책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쏠린 분위기다.
해당 업체는 향후 중국의 화동, 화북, 화남, 화중, 서남 등 5개 지역을 집중 겨냥해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 오는 5년 내에 중국을 넘어 전 세계 와인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특히 이들은 자사가 출시한 와인의 매우 매년 9999병 한정판으로 출시, 희소성을 더해 가치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고급 와인 시장의 확장세는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지금껏 중국 와인의 표준으로 불렸던 장유의 ‘AFIP No. 1’ 와인은 1회 생산량이 단 5000병에 그치는 소량 제작, 고가 판매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제품은 특히 18k 금과 28k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장식돼 호화로운 진열장식으로 유명세를 얻은 와인이다.
그야말로 ‘럭셔리 끝판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제품인 셈이다. 이 제품은 1병당 무려 3만 위안(약 510만 원)을 호가한다. 이는 프랑스의 고가 와인인 라피트(Lafite)보다 더 고가로 책정된 가격이다. 하지만 단 5000병만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없어서 못 파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또, 장유의 드라이 레드 와인인 센티너리 와인 셀라 트레져(Centenary Wine Cellar Treasure) 역시 쉽게 맛보기 힘든 고가의 와인 상품 중 대표작이다. 1병당 유통 가격은 무려 5888위안(약 100만 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 와인’으로 불릴 정도로 비교적 널리 알려진 제품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중국을 찾았을 당시, 연회장에 선보였던 와인으로 알려진 제품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매년 소비되는 와인 소비량의 6위를 차지, 생산량은 10위 규모에 진입한 상태다. 특히 중국인 1인당 와인 소비량이 맥주나 바이주 대비 현저하게 낮다는 점에서 향후 이 시장은 확대를 거듭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의 와인 시장 정책은 국가가 나서 직접 관할하는 등 대규모 자금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중국 국무원의 국가사업 중 하나로 국내 와인 상품 개발이 포함돼 있다는 점은 이 분야 시장의 점진적인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오는 2035년을 목표로 프랑스 보르도와 미국의 나파밸리를 뛰어넘는 전 세계 최고 규모의 와인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닝샤후이족자치구 고원 지대인 허란 일대에 대규모 와이너리를 조성, 오는 2034년을 목표로 연간 생산량 6억 병 규모의 대규모 와인 특구를 조성할 방침이다. 주로 포도나무 재배지의 다각화와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중국 국산 와인의 끊임없는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겠다는 것.
이 같은 호응에 대해 중국식품산업협회 양치앙 사무총장은 “중국 와인 시장의 미래는 우수한 와인 생산력이 기반을 두고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분야”라면서 “중국의 전통문화와 브랜드, 와인의 융합은 국력 강화와 중국 문화의 자신감이 향상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다. 문화적인 자신감이 높아진 만큼 중국 와인의 대중화와 고급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잡았다는 반증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오타이 사에서 출시한 와인에 대한 호평은 중국 브랜드 인지도를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국내산 와인에 대한 높은 가치를 두는 것은 국내외 와인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의미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