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와인바 Talk] 와인의 보관과 숙성 2

[와인바 Talk] 와인의 보관과 숙성 2

Emma Yang 2020년 8월 27일

열다섯 번째 와인바 Talk, 와인의 보관과 숙성 2

온도 변화도 적고 생각보다 낮은 온도로 와인을 보관할 수 있으며, 진동이나 빛이 없는 집 안의 장소는 어디일까? 셀러를 제외하고 와인을 보관하기에 최적의 장소처럼 보이는 곳이 집 안에 존재한다. 그곳은 바로 ‘옷장’이다. 대부분의 옷장은 위치상 벽 쪽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옷장으로 벽의 냉기가 전달되어 생각보다 선선한 온도로 유지되고 옷들이 들어차 있으면서 문도 닫혀 있어 온도 변화도 크지 않다.

이 이야기에 의심이 든다면 지금 바로 옷장 문을 열어 가지런히 개어져 쌓여있는 옷 사이에 손을 넣어 확인할 수 있다. 청바지나 일명 냉장고 소재라고 하는 냉각 기능이 있는 소재의 옷은 더 시원한 온도를 느낄 수 있다.

집에 있는 옷장이 와인을 보관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 / 사진 출처: Inja-pavlic@unsplash

와인을 옷장에 보관하려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옷장은 깨끗해야 한다. 빨지 않아 냄새가 나는 옷이나 곰팡이 핀 옷가지들은 오히려 와인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옷의 좀을 쫓기 위한 나프탈렌이나 습도 조절제가 있는 곳은 피한다.

와인은 향이 없는 깨끗한 습자지 등의 종이로 전체를 돌돌 말거나, 혹시 모를 옷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와인을 종이로 감싼 뒤 랩(wrap)으로 한 번 더 말아서 준비하는 것도 좋다. 와인병 전체가 옷과 닿은 상태로 보관할 수 있도록 와인을 뉘어서 옷과 옷 사이에 서늘한 곳에 끼워 보관한다. 옷장이 아닌 드레스룸이 있는 곳이라 위에서 설명한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당한 옷 서랍장을 찾아 보관하면 된다.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면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선반에서도 보관이 가능하다.

옷장 보관이 어렵다면 그늘지고 서늘한 선반에서 보관하는 것도 좋다. / 사진 출처: Muradi@unsplash

필자는 보관이 잘 된 고가의 와인을 해외에서 구매해 집에서 보관한 적이 있다. 오랜 기간 숙성을 시켜 맛을 봐야 하는 와인이었기에 장기간의 보관이 중요했는데, 이때 와인 셀러가 없어 옷장 속에 와인을 보관하는 방법을 썼었다. 와인의 상태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관한 지 10년쯤 되었을 때 와인을 오픈했었다. 와인의 상태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워낙 섬세한 와인이라 와인 셀러가 아닌 곳에 두는 것이 불안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모양이다.

같은 와인을 와인 셀러에서 보관해서 마셔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좋은 상태로 보관이 되었던 것인지 판별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꽤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와인 셀러 없이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지만, 장시간의 보관이 필요하다면 대안으로 옷장에 보관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와인을 눕혀서 보관하는 것보다 와인 보관 환경이 와인의 상태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 사진 출처: Yokocorreianishimiya@unsplash

와인을 보관할 때는 꼭 눕혀서 보관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코르크에 와인이 닿아 있어야 코르크가 말라 수축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코르크가 수축하게 되면 와인병과 코르크 사이에 틈이 생겨 공기가 유입되어 와인이 산화되거나 오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식처럼 널리 알려진 사실이 최근 연구 결과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코르크는 와인병에 끼워질 때 본래의 절반에 가까운 부피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그 위에 포일이나 왁스로 병의 입구가 밀봉되기 때문에 와인으로의 공기 유입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이다. 어느 연구에서는 2년간 와인을 세워서 보관한 것과 눕혀서 보관한 것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와인을 눕혀놓고 세워놓는 차이만으로는 코르크에 의한 와인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와인이 변질한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것은 이전에 와인의 보관과 숙성 1에서 다뤘듯이 와인을 둘러싼 모든 주변 환경과 관련이 있다. 직사광선의 차단, 적절한 습도와 온도, 진동의 차단 등 와인을 보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 와인은 서서히 변질하여 간다.

코르크에 의한 와인의 변질은 와인 보관 환경에 의한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 사진 출처: Oscar-soderlund@unsplash

필자가 운영하는 와인바에서는 모든 와인을 와인 셀러에 눕혀서 보관하고 있지만, 와인을 오픈하려고 오프너를 돌려 넣다 보면 가끔 바짝 마른 코르크에서 끼익 끼익 하는 좋지 않은 소리를 듣게 된다. 이러한 와인들은 코르크를 뽑는 과정에서 코르크가 부러지거나 산산이 부서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와인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코르크가 말랐다거나, 코르크 자체가 좋은 코르크가 아닌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와인을 오픈하고 코르크의 냄새로 와인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테이스팅을 통해 맛으로 와인 상태를 판단하면 된다. 코르크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아도 와인이 멀쩡한 경우도 많고, 코르크의 상태가 너무 좋으나 와인이 변질한 경우도 생각보다 많으니 잘 판단해서 마시면 된다.

Tags:
Emma Yang

모두가 와인을 쉽고 재밌게 마시는 그 날을 위하여~

  • 1

You Might also Like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