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와인 바’는 어디에 있을까. 아찔하게 높은 청정 구역에서 와인 한 잔을 마주할 수 있는 낭만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로키산맥 정상에 위치한 와인 바 ‘일 리퓨지오(Il Rifugio)’다.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Colorado)에 우뚝 솟은 아라파호(Arapahoe) 분지에 자리한 스키장(Basin Ski Area)이자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일명 ‘A-Basin’ 구역의 최정상 와인바로 불리는 바로 그곳이다.
이탈리아어로 ‘나의 안식처(일 리퓨지오, Il Rifugio)’라는 의미를 가진 이 와인 바 겸 레스토랑은 지상으로부터 무려 1만 2,500피트 높이에 자리한 현존하는 지구상 가장 높은 와인바다. 그리고 일 리퓨지오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지 위의 와인바라는 타이틀 만큼 주목받는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 여기서 판매되는 신선한 와인 공급에 AI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와인 바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재료와 식기류 역시 AI 로봇에 의해 운송된다. 신선한 식재료와 매번 소량의 고급 와인을 공수받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운송 시스템에 의지할 수 없는 한계 지점에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고지대에서의 와인 수송 로봇 ‘바쿠스’의 일과는 일평균 15시간에 달하는 고된 근로시간을 기록 중이다.
더욱이 로봇의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일 리퓨지오’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기류는 100% 재활용되고 있다. 기존의 고지대에 위치한 와인 바와 레스토랑의 경우 영업용 상점들의 편의를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해왔다는 것과 큰 차이다. 고객들에게 내어주는 신선한 와인과 각종 식재료, 식기류 모두 로봇 바쿠스(Bakus)에게 맡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이미 현대인들에게 로봇의 등장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지만, 현존하는 가장 높은 고지대에 자리한 와인 바에서의 로봇 ‘바쿠스’의 활약은 신선한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레스토랑 내부에는 수도관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산 중턱에 있는 일반 대중식당으로 사용한 식기류를 보내는 방식이다. 모든 식재료 역시 로봇 바쿠스를 활용해 일주일에 두 차례씩 공수해오고 있다. 환경과 편의성 두 측면을 모두 잡은 셈이다.
‘현존하는 최고(高) 와인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는 ‘일 리퓨지오’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가장 극한의 고지이자 지상 가장 높은 지역에서의 와인 만찬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일 리퓨지오 소속 크리스 리바크(Chris Rybak) 식음료 담당 이사는 “이 같은 아찔한 높이의 고지대를 찾아오는 고객들 중 대부분은 식음료 값에 대한 프리미엄 급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충분한 의사를 가진 분들”이라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고지대 레스토랑의 식재료가 우수하지 못한 탓에 기존에는 얇게 썬 소고기를 넣은 샌드위치 조각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일이 잦았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로봇 바쿠스를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이사는 “일 리퓨지오에서 가 더 멋지고 유럽적인 낭만을 고객들에게 선사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 리퓨지오에서는 매일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 총 9개 종류의 다채로운 와인과 간단한 이탈리안식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더욱이 스키장 ‘A-Basin’의 아찔한 높이와 360도 회전하는 와인바에서 주변 산맥을 조망하는 꿈같은 시간도 함께 보낼 수 있는 것.
한편, ‘일 리퓨지오’가 최근 ‘지구상 가장 높은 와인 바’라는 명칭을 얻으면서 기존의 이 타이틀을 오랫동안 유지했던 ‘텔루라이드 스키 리조트’의 ‘알피노 비노’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높은 와인 바가 됐다. ‘알피노 비노’ 역시 미국 콜로라도 주에 위치, 약 1만 1966피트에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최근 ‘지구상 가장 높은 와인 바’라는 명칭 대신 ‘북미 최고 고도의 와인 바’로 그 대표 간판을 변경했다.
◇로봇 ‘바텐더’의 등장…인간 대신 로봇이 제조하는 술맛
최근 로봇 바텐더와 로봇 웨이터 등에 대한 수요와 공급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주류 시장이다. 실제로 실시간으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해 고객의 연령과 국적, 성별에 따른 수천 가지의 레시피를 저장하고 개발하는 로봇 바텐더가 등장해 화제다.
얼마 전 아이슬란드계의 음료 전문제조업체 ‘GlacierFire’가 자사가 운영하는 와인바에 인간 대신 로봇 바텐더를 배치, 상용화한 로봇 전용 바가 오픈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한국에서도 몇 해 전 유명 TV프로그램에 ‘핫’한 여행지로 등장하며 인기가 급부장한 도시 ‘레이캬비크’에 ‘아이스+프라이스(Ice+Fries)’로 불리는 로봇 전용 ‘바’가 문을 연 것.
이곳에서 근무 중인 대표적인 로봇 바텐더 ‘니노(NINO)’는 사용자가 직접 칵테일 레시피를 조작할 수 있는 로봇 바 시스템으로, 두 개의 로봇 팔로 시간당 80개의 칵테일을 제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로봇 바텐더는 총 158개 다양한 종류의 주류 제조 일자와 고객의 성명 등을 기억할 수 있는데 가장 큰 로봇 바텐더의 장점은 손님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고 현지 언론은 주목했다.
손님의 취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현존하는 가장 혁신적인 AI 바텐더가 있는 ‘아이스+프라이스’에는 ‘팁시 플로키’와 ‘라그나’라는 재미있는 이름(손님들이 붙여 준 애칭)을 가진 로봇 바텐더 2대가 일평균 1,500여 잔의 칵테일을 제조, 판매해오고 있다.
특히 바 내부에는 ‘로봇 아이보(ROBOT AIBO)’라는 명칭의 인공 AI 애완견이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오고 있다.바 내부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입구에 설치된 AI 얼굴 인식 시스템으로 고객의 연령이 20세 이상인지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아이슬란드 음주 가능 연령은 20세 이상이다. 이때 확인된 고객 정보를 통해 다음번 고객의 재방문 시에는 이 같은 얼굴인식 과정을 생략한 채 각 고객 개인의 취향에 맞는 맛과 향을 제공할 수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로봇 바텐더의 등장은 매력적이다. 기존 아이슬란드의 칵테일은 평균 한 잔당 15달러 수준이지만 아이스+프리에서는 10달러대에 구매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유명 와인 전문 잡지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는 편안하고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고객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는 바텐더가 등장했다면서 레이캬비크의 로봇 바텐더 ‘니노’를 소개했다.
소음의 시대를 사는 다수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더 조용하면서도 안락한 시간을 제공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각 고객의 취향에 최적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 바텐더의 장점을 꼽은 것이다.
두 개의 로봇 팔로 자유자재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바텐더 ‘니노’는 이탈리아의 식품로봇개발업체인 ‘메이커 쉐이(makr shakr)’가 개발한 일명 ‘술 잘 만드는 바텐더’다. 지난 2013년 그 아이디어가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수 년 동안 현존하는 유명 바텐더들에게 추가 아이디어를 얻어 고안된 로봇 바텐더로 알려져 있다. 수년간의 연구 결과 가장 최근 공개된 로봇 바텐더 ‘니노’는 현재 약 9만 9천 유로에 판매 중이다.
메이커 쉐이의 최고 경영자인 에마누엘 로세티(Emanuele Rossetti)는 최근 블룸버그 마켓의 특별 보고서 편집자인 Siobhan Wagner와 함께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이 술집과 레스토랑에서 미래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주류 시장에서의 로봇의 등장 현상에 대해 “100만 대의 자동차를 모두 생산해야 한다면 인공지능 기능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면서 주류 업계에 등장한 로봇 바텐더와 일반 제조 업체 내의 로봇과 차별화를 강조했다.
에마누엘 로세티 회장은 “니노와 같은 로봇 바텐더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인간과 지속적이면서도 실시간의 상호 작용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고객이 레몬 조각이나 설탕을 추가할 것인지 또는 칵테일 제조 시 흔들어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직접 저어 마시는 방법을 선호하는지 등 사소한 결정을 로봇 바텐더가 기억하고 이해하는데 주류 업체 로봇의 생존이 달려 있다. 이는 일반적인 자동차 산업의 로봇이 하는 일과 큰 차이점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불과 2년 전에 우리는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빠르면 올가을까지 연간 70~80대의 AI 로봇 바텐더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조성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7월 현재 총 130만 건의 이 분야 빅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바텐더의 최적화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자료인 셈이다.
에마누엘 로세티 회장은 “우리는 특정한 시간대에 술을 즐겨 마시는 고객의 성별과 나이 등을 고려해 고객들이 원하는 술의 종류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이를 통해 주류 시장의 단기적 반응뿐 만 아니라 장기간 능동적으로 고객의 취향에 가장 근접한 제품을 능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로봇 바텐더로부터 큰 감동을 얻을 수 있고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